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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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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3-11-1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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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술을 좋아 한다는 사실은 웬만한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안주는 잘 모를 것이다. 당연하다. 왜냐하면 난 안주를 가리지도 않고 많이 먹지도 않기 때문이다.


아~그렇다고 안주 없이 마시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요즘은 나이가 들어 그런지 고기 안주가 별로다. 삼겹살이나 돼지갈비 등도 한 두 점이면 끝이다. 또 생선회도 그렇다. 그저 소위 ‘찌끼다시’라 불리는 겉가지 음식들을 즐긴다. 하지만 아직까지 즐기는 안주 중 하나가 아구찜이다.


아구찜을 백과사전은 ‘아귀에 갖은 양념과 야채를 넣어서 찐 요리’라고 정의하고 있다. 참! 우리가 흔히 아구찜이라 하는데 표준어는 아귀찜이다. 뭐 그리 중요하지 않다. 자장이냐 짜장이냐 따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무튼 아구찜은 주재료인 생선 이름이 '아귀'이므로 '아귀찜'이 맞는 말이다. 물론 '아구'라는 물고기는 없다. 지역에 따라 '아꾸, 망청어, 물꿩, 반성어, 귀임이, 꺽정이, 망챙어' 등으로도 불리고 있다. 그렇다는 이야기다.


이런 아구찜이 술꾼들의 안주가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사실 아구찜의 원조는 마산이다.


아귀라는 생선은 1950년대만 해도 사람들이 먹지 않았다. 아귀의 큰 배는 자루처럼 마음대로 불어나 웬만한 물고기는 모두 다 삼켰다가 차례로 되새김질을 한다.


그래서 옛날에는 그물에 아귀가 걸리면 배를 가르고 그 속에 들어 있는 조기와 전어 등 생선들을 꺼내놓고는 재수 없다며 버렸다.


그래서 잡히면 바로 바다에 버렸다고 해서 물텀벙이라고 부른다. 생긴 모습도 징그럽고 물컹물컹한 느낌도 그렇고, 다른 생선처럼 고소하거나 감칠맛이 나지도 않는다.


어부들은 아귀가 걸리면 버리든지 아니면 이 고기를 논밭에 거름으로 썼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해 겨울 마산 오장동에 어느 할머니가 운영하는 선술집에 한 어부가 아귀를 가지고 왔다.


어부는 어시장에 산더미처럼 버려져 있는 고기가 아까웠던 것이다. 할머니는 이런 걸 어떻게 먹느냐며 지붕에 던져버렸다.


그러다가 한 달 정도 지난 어느 날 할머니는 우연히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바싹 마른 아귀를 발견한다. 이렇게 바짝 마른 아귀를 할머니는 복어찜 요리법을 응용해 지금의 아구찜을 세상에 내 놓게 된 것이다.


콩나물, 미나리, 된장, 파를 아귀와 같이 넣고 매콤하게 만들었고, 그것이 오늘의 '마산 아귀찜'이 된 것이다.


황태처럼 말려 툭툭 토막내고 콩나물과 미나리를 넣고 고춧가루로 양념해 볶아 먹었던 것이 아구를 말렸다가 찜을 하는 지금의 마산 아구찜이고 아귀의 생것을 다듬어 뻘겋게 찜을 해 낸 것은 서울 신사동과 부산에서 유명한 생아구찜이다.


아귀는 버릴 것이 없는 생선이다. 저지방 고단백으로 간과 위(또는 대창이라고도 함)는 고소하고 쫄깃쫄깃 하며 담백한 맛을 낸다. 아가미, 지느러미, 꼬리, 살 부분 또한 특유의 맛이 있어 뼈 외에는 버릴 것이 없다.


아구찜은 위와 장을 튼튼하게 하고 동맥경화, 당뇨 등 성인병과 암을 예방하는 효과를 가지는 음식이며, 아구찜에 많이 들어가는 미나리는 비타민A1, BI, C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고, 단백질, 철분, 칼슘, 인, 무기질 등이 풍부한 영양가 높은 알칼리성 식품이다. 콩나물 역시 비타민이 다량함유, 숙취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아귀 특유의 고 단백질의 흰 어육은 중풍의 원인이 되는 동맥경화 및 당뇨병의 예방에 좋으며 북어를 능가하는 주독해소 작용을 하고, 정력증강에는 물론 현대인의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또한 속 쓰린 위장을 상쾌하고 시원하게 하는 해장국으로 아침식사에 좋으며, 과로에도 좋다.


요즘에는 혈압을 내리는 약효로도 인정되어 고혈압 환자 등이 즐겨 찾는 식품이며, 심장병, 루마티스, 신경통, 식용증진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난 아직까지 그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런 병들이 없어서 그런가 아니면 많이 먹지 않아서 그런가? 아~진짜 오늘은 아구찜이 먹고 싶다. 입 안에서 톡 터지는 미더덕의 향기와 소주 한 잔의 궁합이 그리운 것이다.  이관일 (시인, 대중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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