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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들의 해장국 ‘효종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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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3-10-0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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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먹은 그 다음날 필자는 숙취로 고생을 많이 한다. 어디 필자뿐이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해장국을 찾아 속을 달래준다.


해장국 하면 종로의 청진동 해장국 골목을 떠오를 만큼 청진동의 해장국집은 이름이 나 있다.


청진동에 해장국집이 생기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37년, 이간난 이라는 사람이 지금의 종로구청 옆자리에 나무꾼들을 상대로 평화관이란 국밥집을 차리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소의 잡뼈를 삶은 국물에 콩나물, 감자 등을 넣은 술국을 새벽부터 무악재나 동대문에서 나뭇짐을 나르는 나무꾼들의 시장기를 달래주었으나 종로 일대에 한량들이 찾기 시작하자 음식의 내용물이 조금씩 바뀌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변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해장국의 종류는 무척이나 다양하고 많지만 오늘은 해장국 중 최고의 해장국으로 알려진 남한산성의 명물 해장국 ‘효종갱(曉鐘羹)에 대해서만 알아보자.


효종갱은 새벽 효(曉), 쇠북 종(鐘), 국 갱(羹)자로 이름 지어졌다. ‘새벽종이 울릴 때 먹는 국’이란 의미다.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에서 하루 종일 만들어 그릇을 솜으로 싸서 밤사이 서울로 올려 보내면 권세 있는 양반들은 새벽종이 울릴 때쯤이면 식지 않은 효종갱을 맛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배달 해장국인 셈이다. 그리고 보니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우리나라의 택배 역사도 상당히 오래된 것 같다.


1925년에 간행된 ‘해동죽지(海東竹枝 : 조선 말기의 문신·서예가 최영년(崔永年)의 시집)’를 보면 효종갱은 배추속대와 콩나물, 송이, 표고버섯, 소갈비, 해삼, 전복 등 18가지 재료와 토장을 풀어 하루 종일 푹 고아낸 음식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요리전문가들은 “값진 재료가 망라된 보양식”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듯 소갈비에 영양가가 높은 해물과 버섯을 넣고 오래도록 끓였으니 소화가 잘 될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는 것이다.


조선의 천재화가 신윤복(申潤福)의 ‘주막도’에는 술국을 먹으러 온 한량들의 모습과 해장국이 끓고 있는 솥 앞에 앉아 국자로 국을 뜨고 있는 주모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풍경은 서민들의 모습이고 그들이 먹는 해장국이지만 효종갱은 그 차원이 다르다. 밤새도록 기생이나 혹은 친구들과 술을 드신 양반님들이 새벽에 지금도 멀지만 경기도 광주(廣州)에서 한양까지 배달된 효종갱을 먹고 숙취를 달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부럽기 그지없다. 물론 그것을 배달하는 가난한 서민들의 수고는 논하지 않겠다..

 

아무튼 당시에는 이런 효종갱이 일종의 뇌물이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밤새도록 국 항아리를 솜에 싸서 서울로 보내면 새벽종이 울릴 때는 재상집에 이른다.


국 항아리가 아직 따뜻하고 해장에 더없이 좋다”라는 당시의 해장국에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어 충분히 효종갱이 뇌물로도 쓰여졌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사대부 양반들이 먹었던 효종갱은 지금 서민들의 음식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 경기도문화재단에서는 효종갱을 부활시켜 경기도 광주 고유의 음식 브랜드로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사대문 안의 양반들이 즐겼다 해서 양반장국으로도 불렸던 효종갱이란 해장국을 생각해 보면서 느낀 점은 예나 지금이나 있는 사람들이 먹는 음식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것(?)이다. 쩝~  * 이관일 (시인, 대중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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