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힘 ‘꼴두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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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3-09-02 13:45본문
강원도는 동해와 접해있고 태백산맥이 있어 다른 지역과 달리 옥수수, 감자, 메밀 등의 잡곡과 산채류 및 해산물이 풍부한 편이다.
따라서 해안지방과 산간지방에 따라 생산물과 향토음식도 다른데, 산이나 고원지대인 영서지방은 밭농사가 발달하여 감자, 옥수수, 도토리, 메밀 등이 많이 생산되어 이것을 이용한 향토음식이 발달 되었으며, 맛은 소박하고 담백한 음식이 많다.
이러한 강원도의 대표 음식으로는 감자밥, 메밀막국수, 감자수제비, 강냉이범벅, 감자부침, 오징어구이, 오징어회, 쇠미역쌈, 쇠미역튀각, 명태식해, 도토리묵, 감자송편, 감자경단, 찰옥수수시루떡, 메밀총떡, 옥수수엿, 더덕생채, 동태순대, 오징어순대, 감자시루떡, 곤드레나물밥 등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강원도 음식 중에 ‘꼴두국수’라는 음식이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콧등치기국수’라고 불린다.
다만 꼴두국수에는 감자옹심이가 없고 고명도 서로 약간은 차이가 있다. 또 꼴두국수는 국수가닥이 꼴뚜기처럼 시커멓고 못생겼다고 하여 꼴두국수라고도 불리고 발음이 나는 대로 껄뚜국수라고도 한다.
그리고 어려웠던 보릿고개 시절 매일 메밀로 만든 국수만 먹었던 아이들이 '꼴도 보기 싫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그만큼 슬픈 과거를 가진 음식인 것이다.
어쨌든 꼴두국수는 메밀로 면발을 만든다. 토종 메밀 100%로 면발을 뽑아내고 반죽하여 칼국수처럼 손으로 썰어 면을 삶는다. 육수는 무, 다시마, 멸치로 우려낸다고 하였다.
국수를 다 끓인 후 그 위에 고명으로 김, 참깨, 마늘 등을 얹는다. 예전에는 주식이었던 이 국수는 요즘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가 되었다.
메밀은 중국 서남부와 동아시아가 원산지로 우리나라에는 기원전 8세기 전에 들어왔으며, 추운 곳이나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 예부터 메밀은 대표적인 구황작물l이었다.
요즘은 건강식품으로 인식되어 아주 인기가 높다. 특히 우리 조상들은 메밀을 ‘오방지영물(五方之靈物)’이라 했다. 파란 잎, 흰 꽃, 붉은 줄기, 검은 열매, 노란 뿌리 등 오방색(五方色)을 지녔기에 그렇게 불렀다.
또 흉년엔 메밀대를 삶아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메밀가루는 뜨거운 물에 타면 곧바로 먹을 수 있어서 비상식량으로 이용하기도 했었다.
‘본초강목(本草綱目 1590년에 중국 명나라의 이시진(李時珍)이 지은 본초학의 연구서)에서‘메밀은 위를 실하게 하고 기운을 돋우며 정신을 맑게 하고 오장의 찌꺼기를 훝는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처럼 메밀은 주식으로 이용되는 곡물에 비해 우수한 단백질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플라보노이드의 일종인 루틴(rutin)을 함유하고 있다.
루틴은 혈관의 비정상적인 투과성으로 인해 야기되는 혈관계질환의 치료제로서 일반적으로 혈관의 지나친 투과성을 억제 시켜주고 혈관의 저항을 강하시켜주어 고혈압 환자에게 좋다.
또한 메밀에는 비타민 B1이 많이 들어 있어 밀가루보다 영양가가 높고, 각종 영양성분이 균일하게 분포되어 있어서 제분하더라도 영양 손실이 적다.
또한 요즘엔 미식(美食)과 웰빙을 위해 매밀을 즐겨 먹는다. 다이어트 때 대체 곡물로도 인기가 높다. 특별히 열량이 낮지는 않지만 다른 곡물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열량이기 때문이다. (100g당 알곡 374㎉, 가루 359㎉). 특히 삶은 메밀국수와 메밀묵의 열량은 100g당 각각 132㎉·58㎉에 불과하다.
이처럼 메밀로 만드는 꼴두국수는 메밀칼국수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메밀이 들어간 반죽을 칼국수처럼 뽑아서 호박, 두부, 파 등을 넣어 걸쭉하게 끓여낸 국수이기 때문이다.
강원도 특유의 두툼한 감자와 두부가 함께 올린 꼴두국수 한 상은 제법 푸짐하다. 메밀이 재료여서 면이 빨리 불어 서둘러 먹어야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면은 씹는 맛이 좋고 부드러우며 국물은 얼큰하다.
그 옛날 콩과 메밀농사가 많고 먹을 것이 언제나 부족했던 강원도 사람들이 ‘허구헌날’ 먹었던 꼴두국수, 이제는 추억과 함께 웰빙음식으로 거듭나고 있다. * 이관일 (시인, 대중문화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