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주민이 가장 필요한 의료서비스 1위는 ′치과′
서울시, 돈의동에 전국 최초 ′무료 치과진료실′ 8일 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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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광식 기자 작성일 22-12-08 17:03본문
″올해 8월부터 동행식당에서 하루 한 끼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이가 안 좋아서 씹는 게 어려우니 맛있는 밥과 반찬을 양껏 먹기가 어렵더라고요. 전에는 라면이나 국 같은 거에 밥을 말아서 훌훌 먹어서 크게 못 느꼈는데, 맛깔나게 담긴 깍두기를 못 먹고 남기는 게 너무 아깝더라고요. 진작에 치아 치료를 받을 걸 후회했지만, 한편으로는 제 몸 챙기며 살아오질 못해서… 포기한 인생이 뭐 어쩔 수 없지 싶었는데 이번 달부터 치과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돼 더 건강해질 것 같습니다. 이제 활짝 웃을 수 있지 않을까요?″(쪽방주민 A씨)
″12월1일부터 운영을 시작해서 쪽방 주민 네 분 정도 첫 진료를 했는데 솔직히 그냥 다 이가 안 좋으세요. 남아있는 치아들도 다 흔들리거나 턱 상태도 안 좋고. 대체 어떻게 식사를 하시나 싶었어요. 봉사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보람있고 행복한데, 새 진료의자와 좋은 시설에서 진료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네요.″(자원활동가, 치과의사 B씨)
경제적으로 부담돼서, 또는 건강을 챙길 여유가 없어서 치과에 가기 어려웠던 쪽방주민들이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무료로 치과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 전국 최초로 문을 열었다.
서울시는 8일 10시 돈의동 쪽방상담소 5층에 ′우리동네구강관리센터′(이하 ′센터′) 개소식을 개최했다. 개소식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우리동네구강관리센터를 함께 이끌어갈 우리금융미래재단, 그리고 (사)행동하는의사회 관계자와 쪽방주민 등이 참석했다.
센터는 쪽방주민을 위한 치과진료에 뜻을 모은 서울시와 우리금융미래재단(이사장 손태승), (사)행동하는의사회(이사장 한동헌)가 협업해 공동 운영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시는 센터를 위한 장소 제공과 사업 운영을 맡고, 우리금융미래재단은 인건비와 사업운영 재원을.. (사)행동하는의사회는 치과의사 등 진료인력을 각각 지원한다.
센터에는 치과진료의자 2대, 파노라마(x-ray) 등 진료에 필요한 전문 장비가 갖춰져 있다. 진료는 주 3회 자원봉사 의료진이 센터에 와서 실시한다.
내년 1월부터는 의료진이 직접 찾아가는 ′방문 구강건강 관리서비스′도 시작한다.
경제적 부담이나 막연한 두려움 등으로 치과진료를 미뤄왔던 쪽방 주민들에게 기본적인 구강건강관리 방법을 안내해주고, 치료가 필요한 경우 센터로 연계하는 활동을 할 예정이다.
치과 진료는 비용도 부담되고 아플까봐 가기 꺼리는 경우가 많아 수요 대비 접근성이 낮은 의료서비스로 꼽힌다. 실제로 작년 시가 실시한 쪽방주민 실태조사에서 쪽방주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의료서비스 1위로 ′치과진료′(32.6%)가 꼽혔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10월 ′쪽방촌(주민) 지원 종합대책′을 수립하면서 핵심과제로 쪽방주민 대상 무료 치과진료사업을 기획했다.
시는 우선 돈의동 주민을 대상으로 진료를 시작하고, 서울시내 5대 쪽방촌 거주자(10월 말 기준 2412명)는 누구든지 센터를 통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쪽방주민의 ▲연령 및 건강 ▲수급여부 등 경제 상태 ▲치료의 시급성 등을 고려해서 치료를 지원할 예정이다.
김상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이번 개소와 관련 ″′약자와의 동행′에 걸음을 함께 해준 우리금융미래재단과 (사)행동하는의사회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쪽방주민의 생활을 세심하게 살피고,이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촘촘한 지원책을 마련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