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난 자금 고민할 때 힘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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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2-02-17 07:22본문


저신용자는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다. 대개 소득수준이 낮고 자산도 많지 않다. 금융기관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성공과 재기의 길은 멀기만 하다. 미소금융은 저신용자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다.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창업자금과 운영자금을 대출해준다.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배정훈 사장도 미소금융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속초수산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주택가의 대로변에 자리하고 있어 쉽게 눈에 들어왔다. 식당 안은 조용했다. 점심시간은 지났고 저녁시간은 먼, 어정쩡한 시간이었다. 단정하게 머리를 빗은 배정훈 사장은 저녁 장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서 장사가 아주 잘된다고 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배달과 포장 영업은 괜찮은 편입니다. 전단지를 주택가에 돌리는 등 홍보를 적극적으로 한 효과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배 사장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다. ‘떼돈’을 벌지는 못해도 가게를 유지하고 가족의 생계를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가게를 막 연 지난해 5월의 사정을 생각하면 꿈만 같은 요즘이다.
배 사장은 17년차 경력의 주방장이다. 1996년 처음 횟집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건축업에 종사하다가 우연히 들어선 길이었다.
“타일 공사를 주로 했는데 허리를 다쳐서 한동안 일을 못했습니다. 그러다 횟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는데 저와 같은 나이의 주방장을 보니 부럽고 좋아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하게 됐죠.”
빚보증으로 파산선고 받고 창업으로 재기
다행히 주방일은 적성에 잘 맞았다. 하루의 반 이상을 서서 일해야하는 고된 일이었지만 크게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경력이 쌓이고 소득도 늘었다. 가정을 이루고 두 딸을 둔 아버지가 됐다. 걱정 없어 보이는 가정이었다. 하지만 배 사장의 고민은 깊었다. 자금 사정이 극단적으로 악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너무 좋은 게 탈이었다. 대출을 얻어 어려운 처지의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보증을 서준 것이 탈이 난 것이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2007년에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습니다. 가족들 충격이 컸습니다. 집으로 경매 집행관이 들이닥쳤으니 그럴수밖에요.”
면책 선고를 받기는 했지만 파산 이후의 삶은 고달팠다.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컸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소비를 줄였지만 한계가 있었다. 결단이 필요했다. 창업을 결심한 것이다. 하지만 파산 선고를 받은 배 사장에게 자금을 융통해줄 곳은 없었다. 배 사장의 아내가 나섰다. 친척과 친구들에게 사정해 어렵사리 창업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2010년의 일이었다.
“장사가 나쁘지 않았어요. 서비스를 넉넉하게 줘 단골을 확보하고 온가족이 매달려 인건비 지출을 막았습니다. 가게는 작았지만 실속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상가주인이 갑자기 월세를 올려달라고 하더라고요. 원래 비싼 편인 데다 계약 1년 만에 월세를 올리니 더이상 있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싸고 좋은 자리도 있으니까요.”
새로 마련한 가게는 넓었다. 이전보다 갑절이 컸다. 임대료도 적당했다. 널찍한 홀에 손님들이 가득 찰 생각을 하면 웃음이 나왔다. 종전 점포에 투자한 돈을 한푼도 건지지 못해 상한 속도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희망은 오래가지 않았다. 장사가 안됐다.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계절은 횟집의 비수기인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당장 월세며 식재료비며 가게를 돌릴 운영자금이 부족했다.
연리 2퍼센트 자금마련에 안도의 한숨 절로
그러나 돈을 구할 곳이 없었다. 신용이 낮은 배 사장에게 은행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손 벌릴 친인척도 없었다. 이미 창업을 위해 신세를 진 상황이었다. 금리가 연 40퍼센트에 이르는 대부업체 외에 다른 길이 보이지 않았다.
“고민하던 차에 TV에서 미소금융을 소개하는 보도가 나오는 겁니다. 저신용자에게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준다니 당연히 반가웠죠. 나라에서 운영한다니 뒤통수 맞을 일도 없잖아요.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나에게 돈을 빌려줄까, 그런 의구심이 들었어요. 자격지심이었죠.”
배 사장의 걱정은 기우였다. 미소금융 관계자들은 배 사장에게 ‘의외로’ 호의적이었다. 최대한 대출이 나올 수 있도록 돕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미소금융은 은행을 이용하기 어려운 신용등급 7~10등급의 저신용자에게 최대 5천만원의 창업자금과 1천만원의 운영자금을 대출해준다. 금리는 최고 4.5퍼센트로 은행보다 오히려 낮다.
심사는 신속하게 진행됐다. 운영자금인 만큼 하루라도 빨리 대출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 첫 상담 후 15일 만에 1천만원의 자금을 받았다. 금리는 2퍼센트대에 불과했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고맙죠. 미소금융이 없었으면 사채를 썼을 테고 큰일이 났을겁니다. 돈이 필요한 시점이 비수기인 여름이었으니 이자를 어떻게 감당했겠어요. 게다가 지난해 여름은 비가 많이 와서 장사가 지독하게 안됐거든요. 미소금융으로 위기를 넘기고 장사가 안정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배 사장은 이제 미소금융의 ‘팬’이 됐다. 돈이 필요한 지인에게 “미소금융부터 찾으라”고 권한다. 그중에는 실제로 미소금융에서 대출받은 이도 있다.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은 없어요. 그저 아이들 교육하고 큰 걱정없이 살 수 있을 정도면 돼요. 빚 없이 사는 게 소망이라면 소망이죠. 경기가 얼른 회복돼서 장사가 조금만 더 잘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김판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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