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불청객 ‘비염’, 예방이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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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0-12-16 09:16본문
갑자기 멀건 콧물이 주르륵 흐르는가 하면, 코가 간질간질하면서 연방 재채기가 나오고, 냄새를 거의 맡지 못할 정도로 코가 꽉 틀어 막히는 것이다. 환절기만 되면 등장하는 반갑지 않은 손님, 비염이 찾아온 탓이다. 물론 이 불청객의 방문이 코에서만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자칫 잘못 대처하면 합병증 및 후유증이라는 이름의 패거리들까지 동원해 난동을 일삼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에는 모두 9개의 구멍이 있다. 대소변을 배출하는 아랫동네의 구멍 2개와 얼굴에 자리한 이목구비(耳目口鼻) 7개의 구멍을 합친, 소위 ‘구규(九竅)’가 뚫려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알다시피 콧구멍은 얼굴 정중앙에 위치한 까닭에, 코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상하좌우의 눈·입·귀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비염이 제때 적절히 치료되지 않으면 코 자체는 물론 위쪽의 눈에도, 옆쪽의 귀에도, 아래쪽의 입에도 합병증 및 후유증이 쉽게 발생한다는 말이다.
비염(鼻炎)은 쉽게 말해 코(鼻)에 화재(炎)가 발생한 것이다. 당연히 당장은 코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처음에는 맑다가 나중에는 누런 콧물이 나오고, “엣취”하면서 계속 재채기를 해대며, 코가 막혀서 말을 할 때마다 “맹맹” 콧소리를 낼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이 불길이 제때 적절히 진압되지 않으면 활활 타올라 사방팔방으로 열기(熱氣)가 퍼진다.
이것이 가장 근접한 동굴 부비동(副鼻洞)에 번지면, 고름처럼 누런 콧물이 줄줄 흐르는 축농증(蓄膿症)이 발생해서 두통·두중(頭重; 머리가 맑지 않고 무거움)·기억력 저하 등의 학습장애까지 초래한다. 불길이 위로 치솟아 눈에 이르면 눈이 메말라 시력감퇴가 나타나니, 요즘 예전과 달리 안경 쓴 어린이가 많아진 것은 전자파의 폐해뿐만 아니라 비염의 기여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코 옆쪽의 귀로 뚫린 이관(耳管)을 통과해 중이(中耳)에 다다르면 중이염이 병발하니, 심한 경우엔 귀지도 많아지고 청력장애까지 초래한다. 게다가 아래쪽의 입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으니, 비염의 악화는 곧바로 입 냄새, 구취(口臭)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그럼 이토록 불편함을 가중시키는 비염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몸, 한의학으로 다시 태어나다’의 저자 조정래 원장(조정래한의원)은 ‘동의보감’에서 일러준 콧병 예방법을 틈날 때마다 따라하라고 말한다. 즉, 수시로 가운데 손가락으로 코의 양쪽 콧마루 언저리를 20∼30번씩 문질러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다.
왜냐하면 한의학에서는 콧물·재채기·코막힘의 3대 증상이 특징인 비염, 특히 알레르기성 비염의 가장 큰 원인은 차가운 기운, 곧 한기(寒氣)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아울러 코는 몸속의 폐가 밖으로 드러난 구멍이라서 찬바람 맞아 생긴 콧병을 치료할 때에는 폐를 따뜻하게 하는 온폐(溫肺)의 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곧 ‘동의보감’에 실린 이 콧병 예방법은 폐를 따뜻하고 윤택하게끔 하는 온폐·윤폐(潤肺)의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한겨울에 몰아치는 북풍한설에 한참 못 미치는 그저 서늘한 기([凉氣)에 불과한데도, 콧물 흐르고 재채기 하며 코가 막히는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보다는 “Prevention is the best cure!”라는 속담처럼, 만사 예방이 최선이지 않은가?
출처:조정래 원장(조정래한의원) 유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