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과 물품 함께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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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0-12-08 08:40본문
“유모차 드립니다. 버리기 아까워서 집에 두고 있던 것입니다. 깨끗이 빨아놓았는데 얼룩이 조금 들었어요. 아기 욕조도 같이 드려요. 희망 금액은 1만 문(門)입니다.”
“주말에 딸아이가 한자시험을 보러 가는데 저희 부부가 일이 있어서 대신 데려다주실 수 있는 분을 찾습니다. 시간은 오전 11시입니다. 2만 문(門)입니다.”
예전에 두레, 향약과 함께 마을공동체의 상부상조 정신을 보여준 대표적인 것이 품앗이였다. 돈 대신 노동력이나 물건을 교환하는 품앗이는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고, 마을경제에도 이바지해왔다. 그런 품앗이가 서울에서 부활했다.
서울시 복지재단 내 서울 품앗이센터가 11월 1일 개설한 서울 e-품앗이 홈페이지에 가면 시민들이 도움을 주고받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e-품앗이란 내가 가진 재능과 서비스, 물건을 가상화폐를 통해 교환하는 것.
위의 사례처럼 1만 문에 내놓은 유모차를 사겠다는 사람이 생겨 거래가 이뤄지면 계좌에 가상화폐 1만 문이 적립된다. 1문의 가치는 1원과 같고, 적립된 화폐는 다음에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서울 e-품앗이에서 거래할 수 있는 품목은 다양하다. 생활용품 외에도 육아, 학습지도, 가사, 이·미용, 의료와 같은 서비스도 거래가 가능한 것이 특징.
육아·학습지도·가사·의료 등 서비스 거래도 가능
서울시 복지재단 송성숙 사업지원부장은 “물품 거래만 하는 것과 달리 재능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뿐 아니라 고용시장에도 도움이 된다. 실직자들은 지금 당장 노동시장에 나가지 못하더라도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 이를 통해 자신이 필요한 서비스를 다시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e-품앗이 사업은 노원구와 양천구에 사는 희망플러스, 꿈나래통장 가입자 중 신청자 1백명으로 꾸려진 ‘노원품앗이’와 ‘양천품앗이’를 대상으로 했다.
e-품앗이는 구 단위 미만의 작은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이뤄지게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앞으로 시범사업 지역을 늘리더라도 구 단위 이상으로 공동체를 크게 묶지 않는다는 게 운영 원칙이다.
서울시 성은희 복지정책팀장은 “서로의 합의하에 가격을 결정하고, 면대면으로 서비스를 교환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지금까지 성공한 지방 품앗이 사례나 해외 사례를 보면 오래도록 쌓인 신뢰가 성공의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송성숙 부장은 “외환위기 이후 아파트나 동 단위로 지역 품앗이들이 많이 등장했지만 경기가 회복되고 지속적으로 거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해 사라지고 말았다”며 “서울시는 체계화된 거래 장터만 마련해주고 거래의 활성화는 지역주민들의 힘으로 만들어가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육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