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번엔 단독 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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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0-11-22 06:42본문
4강 신화를 이룬 2002 한일월드컵이 끝나고 많은 국민들이 공통된 질문을 넋두리처럼 던졌다. 살아생전에 한국이 월드컵을 다시 개최할 수 있을 것이냐고 말이다. 당시엔 이런 넋두리가 현실성이 없는 말로 들렸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정부와 월드컵유치위원회가 2022년 월드컵 단독 개최에 적극 뛰어든 것이다. 일사불란하게 전개되고 있는 정부의 월드컵 유치 노력을 들여다봤다.
11월 8일 청와대를 방문한 제프 블래터 FIFA 회장과 이명박 대통령이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이 가까워오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12월 2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리는 집행위원회에서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지를 동시에 결정한다.
일단 2018년 월드컵은 유럽 국가 중 한 곳이 유력하다. 축구 종주국인 영국이 현재로선 유력 후보다. 2022년 월드컵을 놓고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카타르, 호주 등이 경쟁 중이다. 현재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팽팽한 각축전 양상을 띠고 있다.
개최지 선정일이 가까워지면서 막판 표심 다지기가 치열하다. 최근에는 투표권을 가진 FIFA 집행위원들이 일부 후보지로부터 지지를 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 FIFA 윤리위원회가 관리 감독을 강화하기도 했다. 그만큼 각국 유치위원회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 정몽준 FIFA 부회장을 앞세워 2022년 월드컵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11월 8일에는 FIFA 수장인 제프 블래터 회장이 방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블래터 회장을 만나 만찬을 함께하며 체육훈장 청룡장을 수여하고, 2022년 월드컵 개최의 국민적 열망과 의지를 전달하고 지지를 당부했다.
월드컵 유치 시 세계축구발전기금 7억7천7백만 달러 약속
블래터 회장은 “한국은 2022년 월드컵 준비를 잘하고 있다”며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미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다보스포럼 참석차 스위스를 방문했을 당시 블래터 회장을 만나 한국의 월드컵 개최 당위성과 뜨거운 축구 열기를 전한 바 있다.
2022년 월드컵유치위원회는 이번 월드컵 개최가 한반도의 평화에 크게 기여한다는 측면을 제1의 홍보전략으로 삼고 있다. 분단된 한반도에서 처음으로 월드컵을 단독 개최하게 될 경우 동북아 평화 기여를 위해 일부 경기를 북한에서 치르는 방안을 계획서에 담았다.
또한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할 경우 세계축구발전기금으로 7억7천7백만 달러를 내놓기로 약속했다. 6개 대륙연맹에 지원금을 고루 전달해 전 세계의 축구 발전을 모색하겠다는 공약으로 표심 잡기에 나선 것이다.
한국이 경쟁국보다 앞서 있는 부분은 월드컵 개최를 위한 인프라다. 한국은 이미 2002 한일월드컵을 치러본 만큼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서울, 울산, 전주, 제주 등 세계 수준의 기존 월드컵 경기장은 지금 그대로 월드컵을 치르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또한 교통과 숙박, 방송, 정보통신, 인터넷 시설 등에서도 다른 개최 국가에 비해 우위에 있다.
또 하나 무기는 열정적인 축구 열기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보여준 한국민들의 응원문화는 사실상 월드컵 거리 응원의 모태다. FIFA가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시도한 ‘팬 페스트’, 즉 팬들이 거리에서 기거하며 공동 응원을 펼치기 위해 만든 시설은 바로 한국의 거리 응원을 본떠 탄생했다.
한국은 이러한 ‘팬 페스트’를 세계 축구 응원의 장으로 확대 시행하겠다는 내용도 월드컵 유치 계획서에 담았다.
“한반도 평화 기여” 제1 홍보전략
월드컵 개최지는 FIFA 집행위원 24명의 투표로 결정된다.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각국 유치위원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한국에서는 정몽준 FIFA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 집행위원들을 접촉 중이다. 한나라당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월드컵 유치에 ‘올인’을 선언하고 거의 모든 축구 관련 국제행사에 참가해 2022년 월드컵 한국 유치를 홍보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외교전에 뛰어드는 사이 월드컵 유치위원회는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FIFA는 집행위원회에 앞서 각 개최지가 공동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한국은 후보지 가운데 두 번째로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됐다. 다른 후보지들의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전략을 수정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심혈을 기울여 작업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막판 변수도 적절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2002 한일월드컵 유치 당시 한국의 최후의 카드는 바로 공동 개최였다. 당시 한국은 일본과 경쟁을 하고 있었다. 일본이 집행위원들의 표심을 대거 잡은 상황이었다. 한국은 공동 개최라는 카드로 일본과 FIFA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고, 결국 뜻을 이뤘다. 그렇듯 이번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도 판도가 어지럽게 전개될 경우 여러 카드를 활용해야 할 상황도 나올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정몽준 FIFA 부회장이 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모하메드 빈 함맘 회장과 오랜 대립관계를 청산한 점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함맘 회장은 카타르 출신으로, 월드컵 유치 경쟁국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2022년 월드컵 유치를 앞두고 경쟁국인 카타르와의 빅딜 가능성도 우리로서는 충분히 활용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한국의 강력한 경쟁 상대는 일본이 아닌 미국이다. 미국은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를 동시에 노리다 최근에 2018년을 포기하고 2022년에 전념하기로 했다. 미국은 FIFA에 흥행과 엄청난 수입을 약속했다. FIFA는 프로스포츠가 발달한 미국에서 대회가 개최되는 것이 월드컵 흥행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흥행 면에선 이미 1994년 미국월드컵 때 놀랄 만한 성과를 입증했다.
하지만 미국으로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미국 월드컵유치위원회 관계자가 최근 터진 FIFA 집행위원의 금품수수 사건에 연루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금액 등 증거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사실로 드러날 경우 미국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한국 월드컵유치위원회 관계자는 “2개 월드컵 개최지가 동시에 결정되는 탓에 집행위원들의 표심을 예측하기 힘들다. 그만큼 변수가 많은 게 이번 개최지 선정”이라며 “누가 막판까지 집중력을 갖고 홍보를 잘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연 20년 만에 한국에서 월드컵을 다시 열 수 있을지 온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