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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일수업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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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0-09-1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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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시 성동구 도선동 일대. 골목마다 10평~20평 남짓의 크고 작은 상점들이 분포돼있다. OO삼겹살, △△노래방 등 업종도 대부분 서민 대상에 소규모 점포들이다. 그런 만큼 이곳엔 영세 상인들이 주를 이룬다.

이들의 주 거래처는 이른바 ‘일수은행’. 턱없이 높은 이자를 감당해야 함에도 은행 문턱을 넘기 힘든 이들이 복잡한 대출서류가 필요 없는 일수업자에게 돈을 빌리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상이 돼왔다.

미소금융 덕에 20년 ‘일수인생’ 접었다

‘주당마루’라는 쭈꾸미 집을 운영 중인 김금래 씨도 그 중 한 명이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지난해까지 운영해오던 고기 집을 접고, 다시 대출을 받아 10평 남짓의 쭈꾸미 집을 열었다는 김 씨는 스스로를 ‘일수인생’이라고 부른다.

“20년 넘게 장사를 해오면서 일수를 쓰지 않은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500만 원을 빌리면서 최고 10부 이자까지 쓴 적도 있지요. 한 달에 45만 원 돈을 이자로 지급했으니 돈 버는 족족 이자로 바친 셈이죠.”라며 씁쓸해했다.
일수의 덫에 빠져있던 김 씨가 희망의 빛을 보기 시작한 건 정부가 진행 중인 미소금융 소액대출 사업을 알고 나면서부터다. 미소금융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정부가 지역상인회를 통해 최대 5천만 원씩, 연 4.5%의 낮은 이율로 대출자금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도선동 상인회 역시 미소금융재단으로부터 5천만 원을 지원 받아 지난해부터 자율대출 사업을 벌이기 시작했고, 마침 급전이 필요했던 김 씨는 상인회로부터 500만 원을 대출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지난해 사업을 접으며 신용불량자가 된 김 씨에겐 대출서류 하나 없이 돈을 빌릴 수 있다는 게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조건도 ‘파격적’이라 할 만큼 좋았다. 500만 원을 빌린 김 씨의 경우, 원금은 하루 5만 원씩 100일간 갚아나간 뒤 4.5%에 해당하는 이자는 100일째 되는 날 정산하면 된다. 10%를 훌쩍 넘는 일수이자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금리다.

복잡한 대출서류 대신 ‘신뢰’ 하나면 OK!일수업자 20명 자취 감춰

영세한 상인들에겐 일시에 큰돈을 갚는 것이 더 부담이 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일수 방식으로 원리금을 상환하도록 하고 있다. 김 씨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이 어디 있겠냐”며 “사업이 시작되면서 상인들 간의 유대 관계도 더욱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까다로운 서류심사가 없는 대신 상인들 간에 맞보증을 서는 형식으로 대출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사이에선 ‘신뢰’가 가장 중요한 밑천이 된다.

대출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상인회 회장(오른쪽)이 돈을 빌린 김 씨에게 일일상환금을 받고 있다. 영세업자들에겐 목돈을 한꺼번에 갚는 것이 부담이 되기 때문에 일일상환금 형식으로 원금을 갚아나가고 있다.
대출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상인회 회장(오른쪽)이 돈을 빌린 김 씨에게 일일상환금을 받고 있다. 영세업자들에겐 목돈을 한꺼번에 갚는 것이 부담이 되기 때문에 일일상환금 형식으로 원금을 갚아나가고 있다.

도선동 상인회는 이런 식으로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92건, 총 2억9천50만 원의 대출을 집행했다. 자금 회전율도 581%로 매우 양호한 편이다. 대출실적이 좋아 미소금융재단으로부터 올해 5천만 원의 추가 지원금도 받기로 했다.

도선동 상인회 강용원 회장은 “현재 상인 5명이 대출을 받기 위해 대기상태일 만큼 인기가 좋다”며 “소액대출 사업을 시작한 후 이 지역에서 일수업을 하던 20명 내외의 사채업자들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금리경쟁력에 호응 좋은 건 당연고금리 사채 발 붙이지 못할 것

강 회장은 “그동안에는 불경기가 오면 영세업자들은 빚더미에 앉는 대신 일수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구조였다”며 “일수에 비해 이자율이 현저히 낮은 만큼 상인들의 호응이 좋은 건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상인회 인력이 빠듯한 처지에서 대출을 운용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보통 한두 명 정도로 운영되는 상인회 인력으로는 대출을 하고 매일 일일상환금을 받는 일이 만만치 않은 데다 대부분 ‘저녁장사’라서 낮 시간에만 근무하는 공공근로자를 활용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소금융재단은 이런 어려움을 감안해 최근 발족한 미소희망봉시단을 대출인력으로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미소금융재단은 전국 176개 시장 및 상점가에 129억 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전국의 1,500여개에 달하는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미소금융의 영세업자 소액대출 사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그러나 서울 도선동 상점가를 비롯해 대전의 도마큰시장, 서울 영등포시장 등 성공 사례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점차 희망이 기운이 감돌고 있다. 김승유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은 “전국의 시장상인회, 지방지차단체와 협조해 모범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도록 소액대출 지원을 더 늘리겠다”며, “앞으로 시장에서 고금리 사채가 발붙이지 못 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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