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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슈퍼서 담배한갑 사고 카드 내밀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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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0-09-0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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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31일 오후 4시 서울 양천구 신월 1동에 위치한 신영시장. 이 지역주민들과 30년 넘도록 희로애락을 같이 한 토박이 전통시장이다. 저녁 찬거리를 장만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의 발길이 하나둘 늘어날 시간, 시장 점포 곳곳에서 물건을 사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고객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전통시장은 대형마트나 백화점과는 달리 신용카드 결제를 잘 안받아 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점포 상인들이 주저 없이 신용카드를 받는 모습이 왠지 낯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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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시장에서 ‘토종한우명문家’ 정육점을 운영하는 박선종 사장.

이 시장에서 ‘토종한우명문家’라는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선종 사장은 “전통시장도 이제는 생존을 위해 소비패턴을 쫓아갈 수밖에 없다”며 “신용카드가 생활화 돼 있는데, 신용카드를 받지 않으면 문 닫겠다는 거나 마찬가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카드 안받으면 장사 안돼…전통시장도 인식 전환중

실제로 이 정육점은 신용카드 매출액이 늘었다. 2년 전만 해도 현금 매출이 60%, 신용카드 매출이 40%였다면, 올해에는 신용카드 매출비율이 50~60%로 오히려 현금보다 높다고 박 사장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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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사장이 인하된 신용카드 수수료 내역을 보여주고 있다.(왼쪽)

“인식이 바뀐 거죠. 기존 고객들마저 대형마트에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아직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 시장 대부분의 상인들이 신용카드 받는 것을 꺼려하지 않아요.”

‘정말 그럴까?’하는 의문에 식품판매점(남부식품)을 찾아들어갔다. 이 상점에서는 땅콩·오징어·미역·간장·식용유·통조림·담배 등 품목도 다양하고 가격도 몇 천원 단위부터 천차만별이라 신용카드 결제가 쉬워보이지는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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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식품에는 곳곳에 ‘카드 결제 환영합니다’라는 문구의 용지를 붙여두고 있다.

“담배 사려고 하는데 신용카드 받으세요?”라고 묻자, 사장님의 손가락이 어딘가를 향한다.
‘카드 결제 환영합니다.’ 이 상점에는 이런 문구가 쓰인 A4용지가 곳곳에 붙어 있다.

담배 한 갑도 카드 되나요?…‘신용카드 결제 환영’

“담배 한 갑에 10%가 마진이거든.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카드 수수료를 우리가 내야 해서 마진이 줄어들긴 하지만, 요즘 카드 안받으면 어디 장사가 되요? 차라리 현금이든 카드든 고객들 많이 받아서 많이 파는 게 생존하는 전략이지.”(남부식품 신환규 사장)

신 사장은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통시장 상인들은 카드 수수료하고 세금 무서워서 신용카드 받는 걸 꺼려했었다”며 “하지만 안 받으면 손님 줄고 매출 떨어지고 생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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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식품의 신환규 사장과 그의 아내가 물건을 정리 중이다.


신영시장 점포수는 136개. 이 가운데 신용카드 단말기를 설치한 점포는 지난해 70%가 넘었다.
신용시장 김동용 상인회장은 “앞으로 2년 후면 단말기 보급률이 90% 이상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어차피 세상이 바뀌는데 여기에 미리 준비해서 신규 고객들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상인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또 “상인들이 카드결제를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배경에는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도 한몫하고 있다”며 “지난해 말 중소기업청이 BC카드사와 협약을 맺어 카드 수수료를 대형마트 수준으로 내린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활성화, 수수료 인하도 한몫 하고 있어”

실제 토종한우명문家의 경우 신용카드 수수료가 기존 2.8~3.6%대에서 2.0~2.2%대로 낮아졌고, 남부식품도 2.7~3.0%대에서 2% 초반으로 인하됐다. 남부식품 신환규 사장은 “영세상인들은 대형마트보다 높은 수수료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수수료가 인하되면서 부담도 줄고 마진도 어느 정도 보장받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수수료 부담 절감효과를 보면, 남부식품의 경우 월평균 신용카드 매출액이 300만원 정도로 수수료가 3%대였을 때는 10만원을 가량을 부담해야 했지만 2%대로 낮아지면서 6만원 수준으로 줄게 됐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게 된 전통시장 363개 시장의 2만5473개 점포로, 절감된 수수료는 약 50억 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많은 신용카드사가 수수료를 인하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인하효과가 크지는 않다. 또 생선·야채 등 일부 점포나 품목의 경우 아직까지 신용카드 결제에 난색을 표하기도 불편함이 따른다. 하지만, 시장 상인들의 소비패턴 변화에 대한 인식변화와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가 합쳐져 전통시장에서의 신용카드 이용 활성화를 이끌어내는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중소기업청은 앞으로 수수료 인하 혜택을 주는 카드사의 범위를 비씨카드 한 곳에서 신한, 삼성, 현대, 롯데, 국민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 2008년 기준으로 40%에 불과한 전통시장 신용카드 단말기 보급률을 2012년까지 70% 이상으로 끌어올려 전통시장에서 카드를 이용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유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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