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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는 한국 땅 전 세계에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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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0-08-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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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해 2월 서울대 동아리 ‘독도레이서’는 ‘우리 땅 독도’를 달리며 홍보하는 ‘독도 레이싱’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 첫 프로그램이 서울에서 독도로 출발하는 배가 떠나는 포항까지 달리는 릴레이 마라톤. 이렇게 시작된 이들의 도전은 세계를 무대로 5백일 동안 계속됐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5백일 동안의 독도사랑’을 들었다.

독도레이서들의 지난 5백 일간 도전은 한 편의 드라마다. 지난해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17개국에 이르는 대장정. 이들의 도전 내용도 엄청나다. 국내 활동 기간엔 서울에서 독도까지 달린다는 의미로 경북 포항까지 릴레이 마라톤을 이어간 뒤 포항에서 울릉도를 거쳐 독도에 도착하는 도전에 성공했다.

독도 홍보 세계일주는 독도레이서 도전의 하이라이트. 총 11개월 동안 세계 30여 주요 도시를 돌며 미니마라톤을 주최하고 사물놀이, 태권도 등 우리 문화를 알리는 길거리 공연을 계속했다. 그동안 이들이 사용한 비용만 2억원. 학생들은 비용 마련을 위해 농협 등 기업체로부터 협찬을 받아 절반을 충당했고, 그래도 부족한 비용은 현지에서 웨이터 일이나 지붕 청소, 인쇄소 제본작업 등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해결했다.

“3천명의 발도장 보면 가슴이 먹먹해요”

세계 곳곳에서 활약한 독도레이서 활동 사진은 지난 8월 1일부터 10일까지 경복궁역과 서울대역에서 전시됐다. 사진은 한자리에 모인 독도레이서 팀원들. 왼쪽부터 김영주, 배성환, 한상엽, 최가영, 정진원 씨.
세계 곳곳에서 활약한 독도레이서 활동 사진은 지난 8월 1일부터 10일까지 경복궁역과 서울대역에서 전시됐다. 사진은 한자리에 모인 독도레이서 팀원들. 왼쪽부터 김영주, 배성환, 한상엽, 최가영, 정진원 씨.
독도레이서 멤버 중 유일한 사회인인 배성환(28) 씨는 이번 도전을 위해 체육교사직을 그만두고 그동안 모아둔 저금통장을 모두 해약했다. 그는 “학교를 그만두고 경제적으로 타격이 컸지만 평생 잊을 수 없는 재산을 얻었다”며 “특히 미국 뉴욕마라톤에 독도레이서 모든 멤버가 독도를 홍보하는 현수막을 두르고 참여해 완주한 뒤 해외언론과 인터뷰를 가진 일, 체코 프라하마라톤에 참가해 독도를 홍보한 일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독도레이서 멤버 정진원(25·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4년) 씨는 “지난해 8월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전통문화 공연을 가졌을 때 실수가 많았다”며 “심지어 교민 한 분에게 ‘이렇게 하려면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쓴소리까지 들었지만 결국 이 충고가 약이 돼 이후 행사는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 일이 있은 이후 페루의 쿠스코시립극장에서 벌인 공연은 최고의 성공을 거두었어요. 그곳에선 한국인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우리 힘으로 짧은 스페인어를 동원해 시의 협조를 얻어내는 등 공연을 이끌었거든요. 그 결과 5백명이 넘는 관객이 우리 공연을 찾았습니다.

독도레이서들은 <미주한국일보> 1면을 장식하는 등 북미를 비롯해 과테말라, 멕시코,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호주, 체코, 독일, 프랑스, 영국, 케냐, 남아프리카공화국, 일본 등지를 발로 누비며 독도를 홍보했다.

독도레이서 팀장인 한상엽(27·서울대 중어중문학과 4년) 씨는 “우리 행사에 관심을 갖는 국내외 사람들 3천명의 발도장을 받은 프로그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발도장 받기 프로젝트’는 독도레이서의 메인 아이템으로 독도 홍보가 스쳐 지나가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깊이 있는 발자취를 남기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또한 사람들이 발도장 찍는 것에 직접 참가하면서 독도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하고 독도레이서는 그들의 발도장을 독도로 가지고 감으로써 발도장을 남긴 사람들이 간접적으로 독도를 밟아본다는 의미도 덧붙였다. 배 씨는 “발도장을 보면 지난 5백 일간의 기억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진다”며 감격해했다.

최가영(24·서울대 경제학부 3년) 씨는 “스물두 살에 시작한 도전이 스물넷에 완성됐다. 평생 잊지 못할 멋진 도전이었다. 내가 본 세상은 너무나 넓고 컸으며, 이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선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독도레이서 매니저를 맡은 김영주(24·연세대 기계공학과 3년) 씨는 “아프리카에서 여권을 잃어버린 멤버, 일본에서 신종플루에 감염돼 응급실에 실려간 멤버 등 돌이켜보면 별의별 일이 다 있었다. 정말 힘들 땐 ‘내가 왜 이런 짓을 하는가’ 하는 회의도 들었다”며 “그러나 전시회를 통해 그 결과물을 사람들에게 알리게 되니 뿌듯한 마음과 애국심이 더 깊어졌다”고 말했다.

독도레이서 멤버는 팀장인 한 씨를 비롯해 취재 때 직접 만난 5명 외에 사정상 참석하지 못한 이한나(서울대 서양화과 4년), 윤지영(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2년) 씨 등 7명이다. 그리고 지금의 이들을 있게 해준, 독도레이서 멤버들이 가슴에 묻은 소중한 이가 있다. 지난해 2월 서울~독도 이어달리기 마라톤에 참가하던 중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故) 김도건(당시 19세·서울대 조선항공공학과 1년) 군이다.
故 김도건 군 가슴에 묻고 ‘불가능한 미션’ 성공

팀의 막내였던 도건 군이 끔찍한 사고로 세상을 뜨자 멤버들의 신경은 예민해졌고 ‘우리의 도전이 도건이의 목숨과 맞바꿀 만큼 소중한가’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커졌다. 가뜩이나 엄청난 규모의 프로젝트에 시작과 함께 발생한 동료의 죽음은 어린 학생들이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이들을 붙잡아준 이는 도건 군의 부모님이었다. 도건 군의 부모는 “너희가 여기서 도전을 멈추면 도건이의 죽음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격려했고 그 힘을 바탕으로 이들은 무수한 역경을 헤쳐 도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들이 세계일주를 마치고 돌아오는 날 도건 군의 부모는 “너희들이 우리를 살렸고, 우리가 너희들을 살렸다”는 말로 이들의 도전 성공을 축하했다. 아들을 잃은 부모는 아들의 뜻을 이룬 친구들의 모습에서 살아갈 힘을 얻은 것이다.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고 했다. 한 젊은이의 죽음을 딛고 이뤄낸 독도레이서의 드라마 같은 도전이 ‘독도사랑’이라는 의미를 넘어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는 더욱 뜨거운 울림으로 다가온다. 지난해 2월 서울~독도 간 마라톤으로 시작한 독도레이스의 도전은 전 세계를 돌아 올해 8월 14일 그동안 받은 발도장을 들고 독도로 들어가면서 마무리됐다.
유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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