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와인 이겨낸 막걸리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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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0-08-05 10:09본문
지난해 5월 20일 경기 안성시 고삼면 모내기 현장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모내기를 한 후 한 농민과 막걸리를 곁들인 새참을 들고 있다.
폭발적 인기다. 기성세대는 물론이고 젊은 세대도 스스럼없이 막걸리를 찾는다. 이명박 대통령도 각종 초청 행사에서 막걸리를 꺼내놓는다. 오죽하면 올해 초 한 경제연구소가 2009년 히트상품으로 선정했을까. 가히 막걸리 전성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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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하이칼라들은 막걸리를 먹어도 신문지에 돌돌 싸가며 피했는데, 요즘엔 어딜 가든 막걸리 얘기만 한다.” 얼마 전 이동수 서울탁주제조협회장이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쁜 어조로 한 말이다.
#2
7월 21일 열린 삼성그룹 사장단협의회. 이날 회의에선 갑자기 때아닌 막걸리 강연이 있었다. 사장단은 이날 강사로 초청된 허시명 ‘막걸리학교’ 교장에게서 ‘막걸리의 현대화와 글로벌화’에 대한 주제 강연을 진지하게 청취했다.
‘막걸리 대부’의 한마디, 그리고 국내 굴지의 그룹인 삼성 사장단이 막걸리 강의를 들었다는 소식은 요즘 막걸리의 인기가 얼마나 하늘을 찌를 듯한지를 대변한다.
막걸리 열풍은 수치로도 입증된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막걸리 시장 규모는 2008년 3천억원 규모이던 것이 지난해 4천2백억원으로 40퍼센트가량 성장했다. 오는 2012년에는 무려 1조원대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출액도 지난해 6백27만 달러로 전년 대비 41.9퍼센트 증가했다. 올해는 계산이 어려울 정도다. 농림수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둘째 주 기준으로 수출액이 8백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미 지난 한 해 수출액을 뛰어넘은 것이다. 지난해 같은 달 실적과 비교해보면 무려 3백 퍼센트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일본에서 ‘막걸리 한류’ 열풍이 두드러진다. 5월 말까지 대일(對日) 막걸리 수출액은 5백57만 달러.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추정하는 5월까지의 사케 수입액이 5백30만 달러다. 이젠 막걸리가 사케를 능가하고 있는 것이다.
자색고구마·검은콩 등 뉴 트렌드 막걸리 출시
국내외적으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막걸리. |
자색고구마 막걸리, 곡물 막걸리, 검은콩 막걸리, 오미자 막걸리 등도 막걸리 전성시대에 맞춰 새롭게 탄생한 트렌드 막걸리다. 최근엔 ‘테이크아웃 커피’처럼 도심 속 양조장에서 갓 빚은 막걸리를 사서 마실 수 있는 ‘테이크아웃 막걸리(배상면주가-느린마을 양조장 1호점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개장)’도 등장했다.
막걸리 홈페이지도 개설됐다.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 쌀가공식품협회(회장 신영철)가 6월 공동으로 인터넷으로 간편하게 전국의 막걸리 관련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포털사이트인 ‘주로주로닷컴(www.jurojuro.com)’을 개설한 것. 사이트에선 전국 지역별, 특성별 막걸리는 물론 막걸리를 따라 떠나는 여행길과 그 길에서 만나는 맛집(내비게이션 코너) 등도 찾아볼 수 있다.
막걸리 특구 지정 등 세계화 프로젝트 전개
지방자치단체와 업계를 중심으로 막걸리 세계화 프로젝트도 구체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경기 포천시의 경우, 7월 포천막걸리를 세계화하기 위해 민관학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역 특화 품목 육성 및 단일 균주 연구개발을 위해 시는 포천막걸리조합, 대진대 산학협력단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들 3개 기관은 조만간 ‘포천막걸리세계화전략사업단’도 발족할 예정이며, 시는 ‘포천전통술(막걸리) 특구’ 지정도 추진한다.
막걸리 업체들을 중심으로 모바일 업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4G’를 차용한 막걸리 홍보 캐치프레이즈도 만들어져 외국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막걸리가 이른바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 젠더리스(Genderless), 제너레이션(Every Generation), 개런티드(Guaranteed)의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 막걸리가 전 세계로 수출(올해 16개국)되며, 남녀 누구나 세대 간 구분 없이 즐길 수 있고, 품질인증과 냉장유통으로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술이라는 점이 지속적으로 홍보되는 효과를 내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올해를 막걸리가 세계적 명주로 도약하는 사실상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위스키나 와인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 아닐까.
유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