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진 물그릇에 깨끗한 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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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0-06-24 08:45본문
물은 자원이다. 세계 각국은 물 확보를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는 중이며 그 전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후진국들은 아이들에게 흙탕물을 먹이고 있다. 4대강살리기사업은 우리의 아이들에게 깨끗한 물을 물려주자는 미래지향적인 사업이다. 일부에서는 이 사업이 오히려 자연을 훼손하고 물을 흐려놓는다며 비판하지만, 이 사업을 통한 수질개선 효과를 예상해 보면 옳은 지적은 아니다.
4대강사업 전과 후의 수질을 비교해 본다.
수질 오염도는 오염물질의 양을 유량으로 나눈 값이다. 따라서 하천의 수질 오염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물의 양을 늘리거나 오염물질의 양을 줄여야 한다. 4대강살리기사업은 수계의 상류지역에 댐을 건설하는 한편, 보 설치 및 하도정비(준설) 등을 통해 물그릇을 키워 깨끗한 물을 풍부하게 확보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또한 하수처리시설 확충, 녹조방지를 위한 총인처리시설 설치, 하천변 경작지 정비 등도 추진해 하천에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양을 현저히 줄이는 수질개선 사업이다.
사업계획에 따르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완료되면 13억㎥의 물을 담아 둘 수 있는 물그릇이 만들어진다. 그만큼 하천유지용수가 크게 늘어남으로써 갈수기에도 수질오염의 걱정이 줄어드는 셈이다. 전구간에 걸쳐 추진되는 준설은 강바닥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또 4대강 수계 66개 권역 중 오염도가 높은 34개 권역을 중점관리대상 권역으로 선정, 1300여개의 수질오염 저감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250개 하·폐수처리시설에 총인처리시설을 설치한다.
이 같은 수량 확보, 수질오염저감 등 4대강살리기사업의 내용을 반영해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수질을 예측한 결과, 사업이 완공되는 2012년에는 4대강 전 구간의 수질이 개선되고, 특히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 수치가 높을수록 물의 오염도가 심함) 3㎎/ℓ이하의 좋은 물(수질등급 2급수) 달성비율이 현재 76%에서 86%까지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급수는 화학 처리를 하지 않고 여과처리만으로도 상수원으로 사용가능한 물이다.
■ 낙동강-유량 확보 통해 갈수기 수질 개선
강별 수질상태는 어떨까?
낙동강의 수질은 2003년 이후 악화되고 있다. 최근 환경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4년과 2009년의 연평균 수질을 비교했을 때 낙동강 수계의 41곳 중 27곳의 BOD가 상승해 수질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낙동강 수계의 수질오염 증가의 주된 요인은 유량 감소로 파악되는데, 특히 갈수기의 수질 악화는 유량 감소뿐만 아니라 조류 발생 때문이기도 하다.
민경석 경북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2월 낙동강 중류인 고령 및 하류인 물금지역의 클로로필-a(엽록소)의 평균 농도는 각각 110.9 및 162.1㎍/ℓ로 나타났고 같은 기간 BOD 농도도 5.0 및 5.1㎎/ℓ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며 “올해는 지난 2년에 비해 갈수기(2~3월)에 많은 비가 내려 고령은 조금 개선되긴 했지만, 물금의 경우 BOD농도가 5.4㎎/ℓ를 기록해 하천수질 환경기준의 4등급에 해당한다”고 우려했다.
4등급이면 고도 정수처리를 거쳐도 생활용수로 사용하기 어려운 수준의 물이다. 이러한 물을 부산지역의 주민들은 상수원수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민 교수는 “특히 낙동강 수계는 중·상류지역에 위치한 국가산업단지, 농공단지 등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에 의한 오염사고가 빈번해 지역주민들의 먹는 물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4대강살리기를 통해 확보된 유량은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낙동강 상류의 수질개선 효과는 크지 않아도 중류(고령) 및 하류(물금)의 경우 기준년도에 비해 각각 1.2배(3.1→2.6㎎/ℓ) 및 1.4배(2.7→2.0㎎/ℓ) 정도 개선될 것으로 국립환경과학원은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사가 강바닥에 쌓여 조성된 둔치부에 설치된 비닐하우스.(사진=4대강살리기추진본부) |
■ 금강- 국가 수질개선 목표 3년 앞서 달성
금강의 수질도 비상이다. 환경부의 ‘수질오염총량 측정망 자료’에 따르면 2007~2009년 3년간 평균 수질이 수질오염총량관리제 시행전(2003~2005년)보다 더 나빠졌다. BOD는 36.7%나 악화됐다. 1980년 대청댐 조성 이후 수량이 200배 이상 증가하고 새로운 수중생물이 나타나는 등 긍정적 효과도 있었지만, 지천에서 유입되는 토사가 강 바닥에 계속 쌓여 둔치부를 증가시켰고, 여기에 경작지들이 조성되면서 새로운 수질오염원이 됐다.
유병로 한밭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이러한 금강이 이번 4대강살리기사업을 통해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 교수는 “금강살리기사업으로 하상준설 및 저수보를 조성하고 유입지천의 수질개선을 위한 하수처리장의 고도처리로 비점오염원을 처리하고 도심 하천의 친수공간 확대 등이 이뤄지면 직접적인 수질오염 저감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교수는 “사업 반대 쪽에서는 하천의 보 설치와 준설을 통해 수량이 증가하면 물이 썩는다고 주장한다”면서, “그러나 대전 및 청주하수처리장의 수질기준(총인 방류수 수질기준)이 현재 2.0㎎/ℓ에서 0.3㎎/ℓ이하로 7배 정도 강화되고, 천변 경작지를 일반토지로 바꿔 BOD는 4배, 총인은 7배 정도 오염물질 유입량이 줄어들면, 금강의 수질은 오히려 개선될 여지가 크다”고 전망했다. 금강의 좋은 물 달성비율은 2006년 64%에서 사업이 마무리되는 2012년에는 79%로 개선돼 당초 2016년까지 달성키로 한 국가 수질개선 목표를 3년 이상 단축하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 영산강- 상·하류 모두 ‘좋은 물’ 등급 회복
과거 영산강은 바다와 통하는 교통 요지로 수운이 발달해 서해에서 현재의 나주 영산포까지 배가 왕래했었다. 그러나 조수가 밀려오는 감조하천으로 바닷물에 의한 피해가 많아지자 상류에 3개의 댐과 영산강 하구둑을 건설하고, 상수원을 인근의 섬진강 및 탐진강으로 옮기면서 영산강은 생활하수와 축산 분뇨가 흐르는 통로로 전락했다.
그 이후 영산강은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혐오시설로 전락했고, 특히 갈수기 때 영산강의 주요 유량은 광주광역시에서 배출되는 2개의 하수처리장 방류수에 의존하게 돼 수질악화는 더욱 심화됐다.
송창수 호남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영산강의 주요 지점별 수질을 보면, 광주시와 나주시 경계점에서의 BOD는 2008년 5.9㎎/ℓ, 2009년 6.0㎎/ℓ로 4등급(약간 나쁨)을 나타내고 있으며, 영산강 하류지점의 BOD는 2008년 3.6㎎/ℓ, 2009년 4.4㎎/ℓ로 3등급(보통)”이라며 “이처럼 영산강 수질이 악화되는 까닭은 생활하수, 공장폐수 등의 비점오염원이 본류로 바로 유입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영산강살리기사업의 수질목표는 영산강유역의 75%를 ‘좋은 물’(2등급)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영산강으로 직접 배출되는 하수처리장의 방류수질을 BOD는 현재의 10㎎/ℓ에서 5㎎/ℓ로, 총인(TP, 물속에 포함된 인의 총량)은 현재 2㎎/ℓ에서 0.2~0.5㎎/ℓ로 처리한 후 배출하며, 하수관거를 정비해 생활하수는 완전히 처리한 후 방류한다는 것이다. 또 가축분뇨처리시설 신·증설을 통한 비점오염원 관리, 생태습지 및 생태하천 조성을 통한 하천의 수질 정화기능 회복시킨다는 계획이다.
송 교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완료되는 시점에는 영산강 담양지역은 ‘좋은 물’ 등급으로 회복될 것”이라며 “하류지역 역시 하천의 자정작용이 높아져 ‘좋은 물’ 등급으로 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한강- 유지용수량 늘려 수질문제 해결
한강은 정부가 많은 예산을 투입해 수질개선사업을 추진한 덕분에 그나마 수질이 좀 나은 편이다.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그러나 오염물질의 게절별 농도변화와 BOD나 COD(화학적 산소요구량, 수치가 높을수록 오염도 큼)로 나타낼 수 없는 미량유해물질의 출현은 주목해야 할 사항들”이라며 “일년 중 갈수기인 2~4월의 BOD와 COD 농도는 연평균 농도의 약 2배 내외로 높다”고 지적했다.
갈수기에 유기물질 지표의 농도가 높은 것은 하천유량이 적은 것이 하나의 이유이고 또 다른 이유는 이 시기가 농토에 비료를 주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농토에 뿌린 비료의 일부는 강우 시 강으로 흘러들어와 수질오염의 원인이 된다.
한강살리기사업에는 하도정비와 3개의 보 건설, 12개 기존 농업용 저수지의 증고를 통해 약 0.5억 톤의 물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 목표 중 하나다. 송 교수는 “지금까지는 물이 풍수기에 하천을 통해 곧바로 바다로 빠져나갔지만 보를 건설해 저수용량을 늘렸다가 갈수기인 2~4월에 유지용수량을 늘려서 공급하면 이때의 하천수질이 연평균 하천수질의 2배 내외가 되는 급격한 수질악화 현상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하·폐수 처리장에 고도처리 시설 설치 및 용량 증대, 가축분뇨 처리시설 신·증설, 생태유수지·농촌 생태습지·생태하천 조성, 하천내 비닐하우스 철거 등의 유역관리가 차질없이 추진될 경우 한강수계 내로 유입되는 오염물질량을 상당부분 줄여 수질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명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