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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과 IT가 만나면 식탁이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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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0-05-07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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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과일과 채소 소비량도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발맞춰 과학과 정보기술(IT)까지 접목한 다채로운 신기술이 개발되고 보급돼 농가들이 작물의 품질과 생산량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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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세대’라면 어린 시절 ‘인도사과’라고 불린 푸른 사과를 먹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인도사과는 당시 우리나라에 추석에 먹을 수 있는 맛 좋고 빨간 사과 품종이 없어 외국에서 들여온 대체작물이었다. 하지만 추석뿐 아니라 초가을에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빨간 사과 품종 ‘홍로’가 개발돼 인도사과의 인기는 곧 수그러들었다.
홍로는 9월 상순에서 중순 무렵 열매가 빨갛게 잘 익고 키우기가 쉬운 데다 당도가 높고 저장성도 뛰어나 농민과 소비자 모두 좋아하는 품종. 농촌진흥청에서 맛 좋은 홍로 생산을 위해 알맞은 가지치기 방법과 열매 속에 과립의 과밀 증상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해 보급하자 홍로 재배 농가가 단기간에 늘어났다. 또 홍로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 재배면적과 더불어 농가소득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따르면 홍로의 재배비율은 1997년 1.3퍼센트에서 2007년 10.6퍼센트로 높아져 재배면적은 3천3백80헥타르, 생산액은 연간 5백4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권순일 연구사는 “홍로 품종 육성에 따른 경제적 가치는 연간 약 7백24억원”이라며 “덕분에 우수 품종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수 있게 돼 최근 3년간 9개 품종의 사과를 보호 출원했다”고 밝혔다.


공정육묘 기술로 과채류 사철 보급 실현

추석에 수확이 가능한 맛있는 ‘원황’ 배도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생산기술 개발에 힘입어 탄생한 품종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신고’ 배는 추석에 맞춰 수확하기가 어려워 새로운 품종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던 차에 1978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16년 만에 원황을 개발해낸 것.

원황 배는 과실이 크고 맛이 좋은 데다 9월 초에 수확이 가능해 추석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다.
원황 배는 과실이 크고 맛이 좋은 데다 9월 초에 수확이 가능해 추석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다.
원황은 4월 상순에 개화하며 꽃잎은 흰색이다. 특히 꽃가루가 들어 있는 약밥은 배꽃의 순수함이 묻어나는 미백색이어서 배꽃 축제 등에서 인기가 높다. 배 수확은 9월 상순에 가능하며 과실이 크고 단맛과 신맛이 적당히 어우러져 추석 선물용으로 각광받고 있다.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 보급 초기부터 재배면적이 급증, 국내 배 재배 품종 가운데 점유율이 2위다.


제철에만 맛볼 수 있었던 고추, 수박 등의 채소도 1년 내내 식탁에 오르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자동화 시설을 갖춘 육묘공장에서 채소 모종을 구입해 이용할 수 있는 ‘공정육묘’ 기술을 개발해 보급한 덕분이다.

‘모종 농사가 절반농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종을 기르는 일, 즉 육묘는 한 해 농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작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기르는 과정에서 한 번만 잘못 관리해도 문제가 생겨 좋은 모종을 얻기가 어렵다. 이러한 고충을 덜기 위해 개발된 공정육묘 기술의 보급으로 농가에서는 원하는 시기에 채소 모종을 구입해 재배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채소 모종을 생산하는 전문 공정육묘장은 1백95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곳에서 기르는 모종 가운데 수박, 오이, 토마토 등 과채류를 접목한 모종의 생산비율이 부쩍 늘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장윤아 연구사는 “농업 선진국인 일본과 네덜란드가 부러워하는 세계 최고의 공정육묘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육묘와 재배가 분업화되고, 재배 농가가 육묘를 위해 투자했던 시간과 노력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며 흡족해했다.

버섯농사도 간이 재배장소를 활용하던 소규모 부업형에서 자동화 시스템을 이용한 대규모 전업형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버섯을 투명한 유리병에서 길러내는 자동화 시스템은 기존의 방법보다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있는 반면 버섯 종균이 금방 소모되고 관리하는 데도 노동력과 시간이 많이 든다.

이런 문제를 개선한 ‘버섯 종균 액체배양 기술’은 팽이버섯과 느타리버섯 재배 농가에 보급돼 대량 생산과 경영비 절감에 도움을 주고 있다.

농업과 정보기술(IT)의 만남도 활발해졌다. 일례가 식물의 환경정화 기능을 이용한 바이오필터와 공기청정기의 기능을 결합한 식물공기청정기다. 공기정화식물의 바이오필터 기능을 활용해 공기를 정화하는 식물공기청정기는 오염된 공기를 흡입해 식물과 토양을 통해 정화하는 방식으로 포름알데히드를 제거하는 능력이 공기청정기보다 우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농촌진흥청은 식물공기청정기의 실용화를 목적으로 크기, 모양, 기능이 각기 다른 8개의 디자인을 개발해 효과를 검증하고 있다.

아울러 소비자가 가상공간에서 직접 식물을 선택해 실내정원을 꾸며보는 온라인 가상정원 프로그램 개발에도 성공했다. 온라인 가상정원은 실내정원 만들기에 필요한 정보와 실내 식물에 대한 기능성 정보를 소비자가 쉽고 재미있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이다.


수확 후 관리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해

이와 별도로 새만금 간척지를 조기에 농업에 적합하도록 개량하기 위해 토양의 염분 농도가 다시 높아지는 것을 막아주는 첨단 제염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이 기술은 간척지 밭농사 현장에 시범포장을 조성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국립식량과학원 황선웅 연구관은 “제염기술이 보급되면 제염기간이 단축될 뿐 아니라 간척지 토양의 염분 농도를 밭작물이 자랄 수 있는 0.3퍼센트 이하로 유지해줄 것”이라며 “농지 범용화를 실현해 간척지 밭작물 재배기술을 조기에 정착시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과실의 수확 후 관리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과실은 수확 후 관리방법에 따라 유통기간과 품질이 좌우되기 때문에 거둬들인 다음에도 깨끗이 씻고 온도가 낮은 곳에 잘 보관해야 한다. 자칫 저장을 잘못하면 과실이 깨지고 썩는 등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또 과실을 외국에 수출하려면 품질관리가 중요한데 운반 도중 품질이 변하거나 과실에 이상이 생기면 클레임이 걸릴 수 있으므로 수확 후 안전성과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관리기술이 필요하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수확 후 체계적이고 과학화된 유통관리를 통해 손실을 최소화해왔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과실 수확 후 씻기, 성숙 호르몬 조절을 이용해 맛있게 익히기, 신선도 유지하기 등 수확 후 관리기술을 개발해 선진국 수준의 과실 유통 혁신을 이룩했다.

예를 들어 포도는 껍질 표면에 부패균인 곰팡이가 많이 잔존하는데, 이산화염소로 소독처리를 하면 싱싱하게 오래가서 수출 대상국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키위와 맛과 생김새가 비슷한 참다래는 수확 후 좀 더 익혀야 딱딱하던 조직이 말랑말랑해져 맛이 좋아지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참다래를 수확한 후 성숙 호르몬인 에틸렌 처리를 하면 맛있는 참다래를 먹을 수 있게 된다.

농촌진흥청은 에틸렌 발생제를 이용해 떫은 감을 홍시로 만드는 기술도 개발해 농가와 산지 유통업체에 무상으로 이전했다. 이에 따라 전국에서 떫은 감을 재배하고 있는 1만여 농가가 연간 2백억원의 소득증대 효과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홍로로 수익 두 배… 신바람 나지요”
전북 장수군 ‘홍로’ 재배농가 김재홍 씨


전북 장수군에 사는 김재홍(52) 씨는 청정한 자연환경을 토대로 고품질 원예 특용작물인 ‘홍로’ 품종 사과를 10년 넘게 재배해왔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홍로를 향한 그의 애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래서인지 그는 자신을 “홍로에 미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사과의 상품가치는 색과 크기, 맛이 좌우해요. 사과 판매는 추석 명절에 절정에 달하는데 이때 제사상에 오를 사과는 맛과 빛깔이 좋아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무엇보다 알이 굵어야 비싼 값에 팔 수 있죠. 그런 점에서 홍로는 더할 나위 없이 뛰어난 상품이에요. 맛과 빛깔, 크기 중 어느 것 하나도 빠지지 않거든요.”


우리나라의 토종 사과는 홍로에 비해 맛과 빛깔이 처지진 않지만 크기가 작아 좋은 값을 받기가 어려웠다. 그 때문에 농가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홍로가 개발되기 전에는 김 씨도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고 일본 품종을 들여와 재배했다. 하지만 품질이나 가격 경쟁력 면에서 어느 품종보다 월등한 홍로를 만나면서 더 이상 일본 품종은 필요치 않았다.
일본제 사과나무가 서 있던 자리는 전부 홍로가 차지했고, 그것도 모자라 영역을 계속 넓혀갔다. 매년 기대 이상으로 수확이 잘돼 재배면적을 늘리다 보니 규모도 수익도 어느덧 2배 이상 불어났다. 오로지 사과농사만 지어온 그는 현재 8만여 제곱미터의 농지를 갖고 있다. 한때 홍로나무는 4천여 그루에 달했지만 지금은 2천여 그루만 키운다.


“사과는 추석이 지나면 값이 뚝 떨어져요. 추석 전에 좋은 값에 팔려면 제때 따서 상품가치가 높은 것들을 골라내는 게 급선무예요. 그런데 품질 좋은 홍로가 아무리 많이 달려도 일손이 달려서 대량 생산에 한계가 있더라고요. 하는 수 없이 나무 수를 줄였지만 수확량은 거의 비슷해요.”
줄어든 홍로 재배 터에서는 품질향상 시험이 한창이다. 표면에 흑점이 생기는 탄저병에 다소 취약한 홍로의 단점을 보완해 상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사과 농사에 들어가는 인건비만 연간 1억원에 달하고 소득은 그보다 5, 6배에 이른다는 부농 김 씨. 비결을 묻자 그가 주저 없이 입을 연다.
“수확량을 늘릴 욕심으로 나무를 더덕더덕 붙여 키우면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잔 사과가 달릴 뿐 아니라 나무도 빨리 상해요. 대신 나무 사이의 간격을 적당히 유지하면 사과의 크기도 커지고, 나무도 건강하게 자라지요.”

이명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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