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 5만6천명 치매 치료비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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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0-05-24 07:17본문
아플 때만큼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이 간절하게 그리울 때가 없다. 정부는 아파도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서민들을 보듬어 모두가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각종 의료·복지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얘야,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구나.”
4년 전 김수연(가명·55) 씨는 놀란 가슴을 부여잡았다. 시골에 혼자 사시던 어머니 이정순(가명·74) 씨가 읍내 파출소에서 “집에 가고 싶은데 길을 모르겠다”며 전화를 걸어온 것이었다. 평생 농사를 지으며 자식들을 키워온 어머니는 그 일이 있은 뒤 상태가 더 심각해졌다. 결국 집으로 모셨지만 증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사고로 남편을 잃은 김 씨는 치료비 걱정에 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보건소에서 무료로 치매선별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어머니와 함께 보건소를 찾았다. 결과는 예상대로 치매였다. 더 자세한 진단을 위해 노인 정신 종합검진, 가까운 병원과 연계한 CT촬일러스트·김영민영과 혈액 검진을 받았는데 모두 무료였다. 김 씨는 “보건소 상담사들의 배려로 동네 근처 주간보호센터에서 어머니를 보살피고 있다”며 “지난 4월부터는 치매 치료관리비까지 지원해줘 어머니의 건강을 챙기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가 가속화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10년 후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치매 노인 수는 44만5천여 명. 그러나 치매 진료를 받은 사람은 실제 치매 환자의 약 3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다. 정부는 치매 조기 치료만 확산돼도 취약계층인 노인 건강을 제대로 보살피고 가족의 부담도 덜 수 있다고 보고 올해부터 치매 조기검진 사업을 전국 2백53개 보건소에서 실시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저소득 치매 노인의 치료관리비를 덜어주기 위한 제도를 도입했다. 가구 평균 소득 50퍼센트(4인 가족 기준 월소득 1백95만 6천원)에 해당하는 60세 이상 약 5만6천명에게 약제비, 진료비 등의 본인 부담금을 매월 3만원 상한으로 지급한다. 이 밖에도 노인돌봄종합서비스와 가사간병방문 노인서비스가 통합돼 2만6천7백명에게 제공되고 있으며,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65세 이상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도 체계적으로 운영돼 재가시설이나 요양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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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뇌혈관질환 본인부담률 5%로 경감
이처럼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건강과 복지는 최우선 과제로 대두된다. 특히 경제능력이 부족한 노인과 장애인 등의 소외계층에겐 의료나 복지 혜택이 절실한 실정. 정부는 의료·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건강 취약계층을 위해 올해 통합 건강관리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헬스 코디네이터를 통해 저소득층 등의 영양, 구강, 비만관리 등 개별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건강포인트 제도 등을 도입해 지속적으로 건강에 신경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또한 서민 의료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건강보험 혜택도 늘렸다. 사망률이 높은 심장·뇌혈관질환 본인 부담률을 종전의 10퍼센트에서 5퍼센트로 경감시켰고, 진료비 부담이 큰 중증 화상 본인 부담률을 20~60퍼센트에서 5퍼센트로 인하했다.
저소득 근로 빈곤층을 위해서는 다양한 의료 혜택뿐 아니라 생활 안정과 위험 보장을 돕는 제도도 마련돼 있다. 보건복지부는 일하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근로소득장려금을 지급하고, 본인 저축에 따라 민간 매칭금을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는 ‘희망키움통장’ 사업을 벌이고 있다. 취업 수급자 중 지난 3개월간 근로소득이 최저생계비 70퍼센트를 넘으면 지원할 수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무배당 만원의 행복보험’으로 소액 서민보험을 지원한다. 가계소득이 최저 생계비의 1백50퍼센트 이하인 가정 약 3백68만 가구를 대상으로 하며 상해사망 보험금, 입원의료비 보장 등의 연간 보험료 3만5천원 중 1만원만 개인이 부담하면 된다.
장애인들의 자립을 지원하고 사회 참여를 돕기 위한 방안들도 마련됐다. 일상생활을 혼자 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가사활동 지원, 방문 간호, 방문 목욕 등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2차 장애인장기요양보장제도 시범사업이 실시되고 있으며, 뇌병변, 자폐증 등 장애아동의 재활치료를 돕는 사업은 기존의 1만8천명에서 3만7천명으로 대폭 확대돼 시행되고 있다.
오는 7월에는 근로가 어려운 중증 장애인의 생계 보장을 돕는 기초장애연금이 도입된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자립기반과 강혜선 주무관은 “2008년 국민연금제도의 장애연금 수급자가 8.4퍼센트에 불과할 만큼 그간 중증 장애인들은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며 “1, 2급 장애인 및 3급 장애에 해당하는 중증·복합 장애를 지닌 장애인 33만명을 대상으로 9만~15만원의 연금액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보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