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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떡국·생떡국·조랭이떡국…떡국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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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0-02-1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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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걸 먹어야 한 살 더 먹는 거여” 하며 할머니가 떠주시던 떡국이 떠오릅니다. 어린 시절, 어렵게 구해온 꿩고기로 떡국을 끓인 할머니는 떡국은 닭고기나 쇠고기가 아닌 꿩고기로 끓여야 제 맛이라며 ‘꿩 대신 닭’이란 말의 유래를 들려주셨지요.

설 이틀 전쯤이면 당숙아제 집에선 쿵덕쿵덕 온종일 떡치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습니다. 삼촌과 당숙들이 떡메를 내리치는 사이사이에 어린 우리들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 반죽을 한 움큼씩 떼어먹곤 했는데 그 쫄깃한 맛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서울에 올라와서는 설이면 불린 쌀을 이고 엄마와 함께 방앗간에 갑니다. 기계에서 줄줄 가래떡이 뽑아져 나오는 게 신기했습니다. 한 입 베어 문 가래떡에선 어린 시절 고향의 맛이 아련하게나마 느껴지더군요.
떡국은 어머니와 할머니 손맛처럼 집집마다 맛이 다릅니다. 흰떡국만 해도 사골국물이냐 닭국물이냐 멸치국물에 따라, 고물로 무엇을 올렸느냐에 따라 그 맛이 제각각입니다.

떡국은 종류도 다양합니다. 개성지방의 떡국은 조롱박 모양으로 생겼다고 하여 조랭이떡국이라 불립니다. 직경 1cm 얇은 가래떡을 2cm 정도로 자른 후 가운데를 대나무칼로 살짝 굴려 마치 동그란 구슬을 붙여놓은 것 같은 모양인데 자그마한 게 앙증스럽습니다. 그 모양이 귀신을 쫓고 한해의 길운을 상징한다고 하네요. 떡이 쫀득쫀득한 게 특징인데, 비결은 떡을 삶은 후 찬물에 헹궜다가 다시 끓는 국물에 넣기 때문입니다.

 

밀가루로 만든 기자면떡국은 떡국의 원조라 할 수 있습니다. 삼국시대 이전 기록에도 나와 있거든요. 당시 한반도는 밀가루가 귀해 중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귀한 재료였기 때문에 서민들은 밀가루 대신 쌀로 떡을 만들어 끓여먹었습니다. 이것이 지금의 떡국인 셈이죠.

기자면떡국은 밀가루를 반죽해 직경 2cm 굵기의 가래떡 모양으로 길고 둥글게 빚은 후 얇게 썰어 하룻동안 꾸덕하게 말린 후 끓입니다. 생떡국은 충청도 음식으로 가래떡이 아닌 멥쌀가루를 찰지게 반죽해 만든 떡국입니다. 가래떡을 얇게 썬 흰떡국과 달리 반죽을 골패모양으로 두툼하게 썬 것이 어머니의 투박한 손맛이 느껴집니다. 미역을 넣어 끓여야 제 맛입니다.

 

무리떡국은 쌀을 메에 갈아 가라앉은 앙금을 반죽해 납작하게 반대기를 만든 후 이를 떡가래 모양으로 썰어 만든 떡국입니다. 역시 수제비처럼 투박한 느낌을 줍니다.

설날 아침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떡국을 먹는 것은 작년에 좋지 않았던 일들을 깨끗하게 잊고 새해에는 보람되고 알찬 일들만 가득하자는 뜻이라지요. 엽전을 닮은 둥근 떡 모양은 새해에는 재화가 풍족하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설날 아침 떡국 맛있게 드시고 올해도 기운차게 일하는 한해, 소망하는 일이 모두 이뤄지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 글·사진:설 고향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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