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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스펙쌓기’ NO!…난 하고 싶은 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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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0-09-10 08:0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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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7가에 위치한 하자센터(HAJA center). 좁은 복도와 계단을 따라 도착한 306호 사무실에서는 10여명의 젊은이들이 분주히 일을 하고 있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사무실 안에는 각종 사무집기와 책상, 컴퓨터들로 발 디딜 틈도 없었지만, 이들은 불평불만 없이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무엇인가에 신이 나 있는 눈치다.

사회적기업 ‘트래블러스맵’(Travelers' MAP, Travelers Make an Amazing Planet의 줄임). 이들이 하는 일은 ‘공정여행’을 기획하고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공정여행?’ 공정무역은 들어봤어도 공정여행은 낯설다.

“네팔 여행의 경우 비용이 100만원이라면, 현지인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얼마인지 아세요? 2만원 남짓입니다. 여행객들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비용이 대형여행사에 집중되는 구조죠. 공정여행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부터 출발합니다.”(트래블러스맵 변형석 사장)

‘현지인에 직접 도움되는 여행’…공정여행의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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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 306호 ‘트래블러스맵’에서 끼 많은 젊은 청년들이 ‘자기 하고 싶은 일’에 열중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1980년부터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대안여행’이 태동해 활성화돼 왔다. 국내에서는 ‘공정여행(Fair Travel)’이라는 개념으로 3년 전부터 선을 보이기 시작했다.

트래블러스맵은 지난해 1월 변형석 사장과 여행사 경험이 있는 2~3명을 중심으로 설립됐고, 올 1월에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공정여행이라는 사업 자체가 지역사회 활성화와 윤리적 경영, 착한소비 문화 조성 등의 공익성이 있고 고용창출력도 있다고 판단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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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러스맵이 제시하는 공정여행의 8가지 수칙.

변 사장이 내민 명함에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여행자들’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이 회사를 설립하게 된 동기를 담았습니다. ‘공정여행’이라는 말이 생소하겠지만, 내가 하는 여행이 단순한 관광과 쇼핑이 아니라 현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고 지역 문화와 역사를 제대로 알고 환경영향을 최소화하는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가이드·숙소 현지인이 책임, 이동은 도보나 트레킹

그래서 트래블러스맵이 개발한 여행상품 대부분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도보나 대중교통을 이동수단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가이드나 숙식도 현지인들이 책임진다. 해외 공정여행으로는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중국 운남 호도협 트레킹, 일본 큐슈/야쿠시마 에코투어 등이 있고, 국내에서는 지리산길 할머니네 홈스테이, 섬진강 따라걷기, 곰배령 들꽃여행, 오대산 에코투어, 울릉도 섬 도보여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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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시스터즈와 함께하는 네팔 푼힐 트레깅’ 여행지 모습.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의 경우 네팔의 사회적 기업 ‘쓰리시스터즈’(여성 자립을 목표로 가이드 사업)와 협약을 맺어, 여성 여행객들을 주로 돕는 일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이 받는 가이드비용은 15달러. 일반 패키지여행의 가이드비용은 5달러 수준인데 비해 현지인들 노동의 대가가 현실화된 셈이다.

트래블러스맵의 직원은 모두 27명.
사무실 한쪽에서 여행상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황현선씨. 가장 최근에 입사한 직원이다. 올해 대학을 졸업해 다른 회사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이곳의 문을 들어섰다는 그녀는 “친구와 함께 네팔의 안나푸르나로 여행을 갔을 때 현지 포터(짐꾼)들이 짊어진 등짐의 무게만큼 그들이 제대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공정여행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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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러스맵에 가장 최근에 입사한 황현선씨.
황씨는 대학 때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한 ‘스팩쌓기’ 보다 다른 데 더 관심이 많았다.
1학년 겨울 방학 때 인도여행을 다녀온 후의 일이다. 학교에서 ‘인도 짜이(인도차)’ 찻집을 열어 1년간 모은 수익금을 다음번 인도로 여행가는 친구들에게 줘 인도 어린이들에게 영양식을 제공하는 여행봉사프로그램을 직접 기획, 추진하기도 했다.

“묻지마 ‘스펙쌓기’ NO!, 하고 싶은 일 찾아라”

‘월급도 적고 일도 고될 텐데, 좋은 직장에 취직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황씨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대기업이 있다면 갔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무작정 돈을 벌기 위해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은 반대”라고 말했다.

황씨는 또 “스팩쌓기에 몰두하는 동기나 후배들 보면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다”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 직장을 찾아볼 것”을 권했다.

트래블러스맵은 아직 할일이 많다. 작년 한 해 매출액이 4억이었는데, 고스란히 상품개발비용으로 투자했다.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적게는 1개월을 해외 현지에서 지역민들과 협의하고 관광프로그램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비용지출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올해는 매출목표를 작년의 두 배로 잡았다. ‘공정여행’을 해 본 여행객들의 30~40%가 반복구매를 하고 있고, ‘소비중심적이고 향락적인 여행’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입소문을 듣고 ‘공정여행’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춘기 자녀와 갈등이 있다면 함께 ‘지리산길’ 여행에 참여해 보세요. 지리산 자락의 80여개 마을을 잇는 300여㎞를 걸으면서 평소 못했던 대화가 트입니다. 길 위에 있는 마을 농가에서 하룻밤 자면서 자녀는 고민을 털어놓게 됩니다. 농가 할머니가 옛 이야기를 들려주면 세대차를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변 사장)

사회적기업이 청년실업 문제의 대안 될 수 있다”

트래블러스맵은 지난 1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되면서 인건비와 사업개발비를 지원받고 있다.
‘사회적기업’을 ‘스스로 고용하는 행위이자 사회에 기여하고 환원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는 변 사장은 “‘사회적기업’이 청년실업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도전의식을 갖고 꿈을 현실화시킬 사회적기업으로 착실하게 자기기반을 닦는다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궁금증 풀기]
◆하자센터= 1999년 서울시 영등포구에 설립된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 '스스로의 삶을 업그레이드 하자‘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해야 하는 일도 하자‘를 모토로 해 유래된 별칭이 바로 ’하자센터‘(http://2010.haja.net)이다.
하자센터는 아동과 청소년들에게는 진로 설계 및 창의성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청장년들을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사회적기업 등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지원하고 있다.‘하자 작업장 학교’ ‘로드스꼴라’ ‘연금술사 프로젝트’ ‘영셰프’ 등의 청소년 교육과정이 있으며, 노리단, 트래블러스맵, 리블랭크 등 사회적기업이 입주해 있다.
◆사회적기업=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고 이를 위해 수익창출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조직. 쉽게 말해서 ‘좋은 일 하면서도 수익을 내는 기업’을 의미한다. 정부는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과 사회서비스 제공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적기업을 육성해 오고 있다. (예비)사회적기업에 대해 경영컨설팅과 회계프로그램 , 인건비, 시설비, 세제 등에 대해 지원해 주고 있다. 7월말 현재 사회적기업은 353개로, 고용노동부가 정기적인 심사를 통해 인증하고 있다. 문의/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과 02-6902-8473, 8409, 사회적기업 사이트 http://www.socialenterprise.go.kr/
유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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