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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에서 터득한 다문화사회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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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0-10-21 09:3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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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한민국과 필리핀의 관계는 특별하다. 필리핀은 젊은 세대에게 우리보다 경제발전이 뒤쳐진 가까운 휴양지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우리나라를 가장 많이 도왔던 아시아의 우방이었다.

필리핀은 1960년대 초 까지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도 되지 않았던 가난한 대한민국을 위해 원조를 아끼지 않았다. 1950년 6.25 전쟁 당시 대규모 전투 부대를 파병해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했으며, 전후에도 현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건축 등 우리나라의 재건을 돕는데 애썼다.

대한민국이 경제적 성장을 이룬 1990년대 이후 많은 필리핀 젊은이들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 땅을 밟았다. 그 중에는 이자스민 씨처럼 한국인과 가정을 이루고 한국인의 삶을 사는 이가 많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들과 함께 더불어 사는 ‘다문화 사회’가 된 것이다.

19일 서울 광화문 해치마당에는 여느 한국인보다 더 유명한 필리핀 출신의 열혈 여성이 시민을 만났다. 1995년 19세에 한국에 시집 온 이자스민(35) 씨다. 자스민 씨는 필리핀 의대 3학년 재학시절 2등 항해사였던 남편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 아들을 가진 뒤 한국행을 결심하고, 한국 며느리가 됐다. 자스민 씨는 미스 필리핀 지역예선 3위에 오른 재원이자 ‘엄친 딸’이었다.
자스민 씨는 남편과 아들, 딸과 함께 한국에 정착해 방송사 패널, 다큐멘터리 번역, EBS 한국어 강사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코리안 드림을 일궈 갔으며, 이주 여성을 위한 봉사단체 ‘물방울 나눔회’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며 이주 여성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데도 일조했다.

자스민 씨의 코리안 드림이 꽃봉오리를 터뜨릴 시점에 자스민 씨는 남편 이씨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슬픔을 겪었다. 이씨는 지난 여름, 강원도 영월군의 한 지천에서 급류에 휩쓸린 딸을 구하려 물에 뛰어들었다가 딸을 구하고, 본인은 심장마비로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대한민국에 시집 와 갖은 어려움과 슬픔을 겪었지만 시민 앞에 선 자스민 씨는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고, 열정이 넘쳤다. 해치마당에 모인 시민들은 억척스럽다는 ‘한국 아줌마’보다 더 강인하고, 더 한국적인 자스민 씨에게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다문화가 한국의 힘이다’는 주제로 마이크를 잡은 자스민 씨는 자신을 ‘다문화 1세대’, 한국인 남편과 낳은 자식을 ‘다문화 2세대’로 정의했다. 자스민 씨는 “한국인은 다문화 하면 동남아 여성과 한국인 남성과의 가정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다문화 역시 새롭고 다양한 기준으로 본다면 여러분과 다르지 않은 한국인”이라고 했다.

물방울 나눔회 이자스민 사무총장이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기념 ‘대한민국 선진화, 길을 묻다’ 릴레이 강연에서 ‘다문화가 한국의 힘이다’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낯설었던 한국 생활에 대해 자스민 씨는 “네 가지가 무서웠다”며 “ 첫 번째로 반찬 수가 많고, 매번 비슷한 반찬이 상에 오른 것에 놀랐고, 그 많은 반찬을 매일 해야 하는 것이 무서웠다”고 회고했다. 다음은 양파-다마네기, 달걀-계란처럼 같은 뜻은데 다른 단어가 너무 많은 한글을 배웠던 것, 말씀을 반복할 때 마다 목소리 톤을 높이는 시어머니가 무서웠다고 했다.

자스민 씨를 곤란하게 했던 한국 생활의 마지막은 대중목욕탕이었다. 열대 지방에서 자란 자스민 씨는 “한국의 목욕탕은 너무 뜨겁고 아플 때까지 때를 밀며, 남들 앞에서 옷을 벗어야 하는 목욕탕 문화가 너무 놀라웠다”고 했다. 그녀는 “시어머니와 처음 바구니를 들고 목욕탕에 갔을 때 아무 것도 걸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목욕탕을 거니는 아주머니와 사람들을 보고 꺅-하고 소리를 질렀다”며 “목욕탕은 제게 문화적 쇼크였고, 이후 몇 년간 목욕탕을 가지 못할 정도였다”고 했다.

물방울 나눔회 이자스민 사무총장이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기념 ‘대한민국 선진화, 길을 묻다’ 릴레이 강연에서 ‘다문화가 한국의 힘이다’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자스민 씨는 그러나 “나중에 겨울이 되니 목욕탕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 목욕탕을 갔는데, 한 아주머니가 ‘등 밀어줄게’하고 등을 밀더니, 등을 밀어달라고 해서 자신의 두 배가 되는 등을 밀었는데,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팔뚝 살 뺄 생각으로 즐겁게 하자’고 생각으로 즐겁게 등을 밀어드렸더니, 나중에 매실차를 마시며 똑같이 얘기를 했다”면서 “목욕탕은 대한민국이고, 등이 넓은 아주머니는 한국인, 저는 이주민으로 생각하면 다문화가 잘 이해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 여성의 어려움에 대해 자스민 씨는 “한국말도 모르고, 문화도 모르고, 아는 사람이 없는 이주민 여성이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으려면 두, 세배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미디어에서는 어려움에 굴복하는 여성이 나오는데, 앞으로는 어려움을 이겨낸 사람들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자스민 씨는 “어려움을 이겨낸 사람들을 보면 자신감이 생기고, 아이들한테 전파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날 강연회에 참석한 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강연이 끝난 후 감사의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날 강연회에 참석한 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강연이 끝난 후 감사의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자스민 씨는 우리나라의 다문화사회에 대해 ‘걸음마 수준’이라고 진단하며 진주를 품은 굴 사진을 보여줬다. 자스민 씨는 “굴에 이물질이 들어가 진주가 되듯 여러분도 외국인을 굴 속의 이물질로 생각하고 품어주시면 좋겠다”면서 “굴이 자신의 환경을 바꾸는 아픔을 겪고 진주를 만들어 내듯, 외국인들도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진주가 될 수 있도록 이민자를 이해해주고, 배려해 달라”고 당부해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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