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속에 끝없는 추모행렬 > 지역 TOP뉴스

‘정말 미안하고, 죄송하고, 고맙습니다. 너무 보고 싶습니다’.

겨울같이 차가운 비가 쏟아지던 28일에도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는 천안함 희생 장병들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긴 행렬을 이뤘다. 2시간여를 기다려 장병들 영정 앞에 국화 한 송이를 헌화한 시민들은 나라를 위해 젊은 생명을 바친 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가 빼곡이 붙어있는 게시판에는 ‘그대들의 죽음, 그로 인해 우린 숨을 쉴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편히 잠드소서’ ‘여러분은 죽은 것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입니다’ ‘우리 아들들아! 내 아들들아!’ 등 장병들에 대한 감사와 그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또 최근 생일을 맞았다는 한 학생의 메모에는 자신의 생일도 장병들의 희생 덕분에 존재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차가운 바닷속에 있었을 장병들의 아픔을 통감하며 춥지 않은 곳에서의 영면을 기원하는 메시지들도 여럿 보였다.

희생 장병들의 면면이 실린 추모사진전 게시판에는 이들을 기억하는 지인과 전우, 선후배들이 남긴 글들이 눈에 띄었다.

평소 전우들의 신망이 두터웠던 고(故) 강준 상사(이하 추서계급)와 함께 근무했었다는 한 예비역 병장은 고 강 상사의 솔선수범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이제 긴 휴가를 받았으니 편히 쉬세요’라는 메모를 남겼다.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또 조리병으로 근무하면서 천안함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맡았다는 고 강현구 하사의 사진 곁에는 그의 따뜻한 미소를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지인들의 메시지가 남겨 있었다. 뇌종양 수술을 받은 홀어머니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해군 부사관 224기로 입대한 김동진 중사에게 전하는 메모에는 그의 안식과 김 중사 어머니의 완치를 기원하는 뇌종양 환우들의 바람이 담겨 있었다.

이날 천안함 희생 장병 또래의 아들이 있어 분향소를 찾았다는 이경옥(관악구 신림동) 씨는 메모지에 ‘사랑하는 그대들이여 한없이 고마워요’라는 글을 남겼으며, 바쁜 직장생활에도 점심시간에 짬을 내 조문왔다는 박지연(마포구 성산동) 씨는 “나라를 지켜준 장병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조문뿐이라 너무나 미안하다”고 말했다.

또 민성기(송파구 오륜동) 씨는 “젊은 사람들도 많이 조문와서 놀랐다”며 전 국민적 추모 열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나가기를 기원했다. 　

한편 천안함 ‘46용사’의 장례 일정이 시작된 지난 25일부터 사흘간 전국 시민분향소를 찾은 추모객이 3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영결식을 하루 앞둔 28일에도 희생 장병을 추모하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 합동분향소에는 제2연평해전의 희생자 고 윤영하 소령의 아버지 등 군인 가족과 부대 인근 평택 원정초등학교 어린이 등 오전에만 2만여 명의 추모객이 다녀갔다. 천안함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가 지난 2일 사고로 침몰한 금양98호의 실종자 가족 6명도 2함대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황보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