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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관리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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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0-05-0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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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원암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금융위기 이후 부채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위기를 거치면서 부채가 줄어들 수도 있고, 늘어날 수도 있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에는 선진국들이 정책 공조를 위하여 대대적으로 재정을 확대하고, 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했으며, 유동성을 대폭 확대 공급하였다. 그 결과 많은 선진국들에서 국가채무 급증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부채는 정부만 지는 것이 아니라 가계와 기업도 진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기업은 차입을 크게 늘려서 위기를 모면하려 하며, 가계도 실업 등을 당하여 차입을 늘리려 한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위기의 원인이 기업과 가계의 과다한 차입에 있다고 하면, 위기를 거치면서 기업과 가계의 부채가 줄어든다. 1997년 외환위기 시 우리나라 기업의 부채가 줄어들었으며,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시에는 미국, 영국 등의 가계가 모기지 관련 부채를 줄여야만 했다.

금융위기 이후 늘어난 국가부채와 가계부담

우리나라의 경우 위기를 거치면서 국가부채가 크게 늘었다. 2008년 말 국가부채는 309조원이었으나 1년 만에 무려 51조원이 늘어나 2009년 말 국가부채가 360조원이 되었다. 국민 1인당 갚아야 하는 빚이 2008년 623만 7000원에서 2009년에는 722만 4000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만약 오늘 세금을 거두어 국가부채를 갚는다면 2009년 1인 당 국민총소득이 2,192만원이므로 국민총소득의 약 1/3을 국가부채를 갚는 데 써야 한다.

물론 국가부채를 당장 다 갚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는 언제나 상당한 정도의 빚을 지고 있고, 전통적으로 가계는 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보유해 자금을 공급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가계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저축이 크게 줄어들고, 기업의 저축은 크게 늘어났다. 개인의 총저축률은 1996년에 14%이었으나 2009년에는 5%로 낮아졌다. 한편, 기업의 총저축률은 1996년에 11%이었으나 2009년에는 18%로 높아졌다. 이렇게 가계의 저축여력이 크게 낮아졌는데 세금까지 늘어난다면 이만저만한 부담이 아닐 것이다.

선진국보다 낮은 가계부채 상환능력

국가부채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한국은행 자금순환표에 의하면 2009년말 개인부채는 854조 8000억원으로 5년 전보다 57.3% 늘어났으며, 기업부채는 1233조원은 같은 기간 57.3% 증가했다. 문제는 가계의 저축여력이 크게 낮아졌는데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가계의 상환능력이 저하되는 가운데 가계부채가 늘어나게 되면 2003년의 카드 대란과 같은 사태를 또다시 겪게 된다. 가계대출금은 카드신용액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크므로 가계부채가 조금이라도 부실화하면 그 영향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갈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가계의 상환능력은 선진국보다 열악하다.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부채 대 금융자산의 비율이나 가처분소득 대 금융부채의 비율은 선진국보다 열악하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간 가계의 부채 상환능력이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왔다. 우리나라의 가처분소득 대 가계부채의 비율은 2004년에 1.17을 기록한 이래 꾸준히 상승하여 2008년에는 1.43에 이르고 있다. 반면, 미국과 영국의 가처분소득 대 가계부채의 비율은 이번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감소하였다. 2008년 영국의 가처분소득 대 가계부채의 비율은 우리나라보다 높은 1.69이나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낮은 1.29이다. 대부분 선진국의 가처분소득 대 가계부채의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낮다.

가계부채 부실화에 대한 우려

2009년 말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은 692조원인데, 이 가운데 예금취급기관의 대출 잔액이 551조원이다.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은 총가계대출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신규 취급액 중 주택관련 대출비중은 2007년 41.4%에서 2009년 48.9%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소비 및 기타 용도는 58.6%에서 51.1%로 감소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증가는 주택담보대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2009년 11월 현재 가계대출의 연체율은 0.6%로 매우 낮다. 또한 60%가 주택담보대출이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평균 50%를 밑돌아 70-80%인 미국이나 영국보다 낮은 수준이므로 아무리 우리나라 가계의 상환능력이 취약하다고 하더라도 당장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 불안의 뇌관이 될 여지가 매우 크다.

우선, 이번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가계 사정이 더욱 나빠졌을 것이고 따라서 상환능력이 매우 취약해진 가계가 많아졌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가계부채 지속적 증가의 원인이 저금리 때문이라면 향후 기준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가계의 소비가 위축되고 연체율이 상승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부동산가격 불안을 들 수 있다. 현재 주택매매가격은 상승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나 일부 재건축 아파트 등 과거에 크게 올랐던 아파트의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서 연체율이 상승할 우려가 있다.

연체율이 상승하면 가계대출의 차환이 어려워지고 결국 담보물을 처분하게 되는데, 주택이나 금융자산 담보물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주택가격 하락이나 금리 상승을 촉진하게 되어 가계부문의 과다차입에 의한 호황·불황 주기(Boom-Bust Cycle) 을 경험할 수 있다. 이것이 가장 걱정되는 점이다.

가계부채 관리의 중요성

현재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평균 50%를 밑돌고 있으므로 주택가격이 반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연체율이 상승하고 금리가 상승하며 주택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가계대출을 받았던 가계가 서로 먼저 주택을 팔려고 하면서 주택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할 수 있다.

이번 금융위기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2500억 달러가 넘는 외환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1800억 달러에 이르는 단기외채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일단 금융위기가 시작되자 거대 외환보유액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환율불안을 경험하였다. 이번에 거대 외환보유액이 단기외채의 상환을 담보하지 못한 것처럼 주택담보인정비율이 낮다고 하더라도 가계대출의 상환이 담보되지 못할 수 있다.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정부가 부채를 늘렸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이 강조됐다. 이와 마찬가지로 가계도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부채를 늘려 나갔기 때문에 가계부채의 건전성이 강조되어야 한다. 경제회복에 부담이 되더라도 지금부터 가계부채의 상환능력을 높여가지 않으면 향후 더 큰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 주택담보인정비율(LTV: Loan To Value ratio)
주택담보인정비율이란 금융기관들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해줄 때 적용하는 담보가치, 즉 주택가격 대비 대출이 가능한 최대 비율을 말한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인정비율이 60%라면 시가 2억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최대 1억2천만원까지만 대출해주는 식이다.
현재 정부는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예견되는 부실채권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10.29 부동산 종합대책’에서 투기지역 내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는 은행담보대출에 대해 주택담보인정비율을 50%에서 40%로 낮춘바 있다. (출처: 기획재정부 시사경제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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