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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소고(請託小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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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2-02-10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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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소방방재청 법무감사담당관

 


 

청탁, 요즘 공직사회에서 이 청탁이라는 용어가 많이 통용되고 있다. 물론 부추겨 권장하는 것이 아니고 옥죄어 배격되어야 한다는 시책을 통해서다.

 

이처럼 청탁이 공공기관의 실행시책으로 등장할 만큼 중요 화두로 대두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공무원에게 바람직스럽지 못한 방향으로 작용하여 그로인한 부작용이 바르게 작동되어야 할 공행정을 곡지게하고 결국에는 일반국민들에게까지 부(負)의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전에 의하면 청탁은  ‘청하여 부탁함’ 또는  ‘그 부탁’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그래서 공무원들은 일반적으로 청탁이 업무에 개입될 경우 일정한 규정이나 절차 등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변칙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청탁은 왜 생기는 걸까? 청탁이 성사되면 청탁한 자신 또는 관련되는 사람(이하 청탁자)이 얻고자 했던 목적을 보다 쉽게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득이 있어서다. 그렇다면 청탁이 받아들여지고 청탁한대로 이루어진 그 이득의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어두운 잔상이 남게 된다.

 

청탁에 의한 이득은 정당한 결실이 아니다. 지워야할 잔상이다. 청탁자가 거머쥔 이득은 불쑥 튀어나와 비워있던 공간을 새로 채우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 선량한 타인에게 돌아갈 몫을 청탁자가 정당하다고 볼 수 없는 방법으로 차지하는 행위로 일종의 불공정한 게임이 될 수 있다.

 

그러한 불공정한 게임으로 인해 각종 규정과 제도의 실효성에 상처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조직 내 구성원간의 불신과 불만이 커져 화합을 해치게 되고 더 크게는 공직사회 전체가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게 되는 고통도 뒤따르게 된다. 청탁은 그래서 배격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청탁에 의한 負의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규정에 근거한 처벌과 여러가지 네거티브 부여 등의 벌칙을 가하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록 일부분이긴해도 보다 근원적인 처방도 함께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을 들여다보면 개개인별로가 아닌 2인 이상의 개개인이 모여 만든 끼리끼리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공직사회의 대표적인 끼리끼리는 출신지역을 모태로 하는 향우회와 출신학교를 기반으로 하는 동창회가 있다.

 

 같은 지역출신 또는 같은 학교출신 선후배가 어느 날 무언가 부탁을 해 왔을 때 청탁배격방침을 준수하여 그것을 들어주지 않았을 경우 청탁을 받은 사람에게 가해지는 負의 효과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이 곤혹스러움을 안겨준다.

 

작게는 욕을 먹을 수 있고 크게는 자칫 그 조직에서 따돌리거나 밀려 날 수도 있다. 그래서 끼리끼리 문화가 존속되는 한 그런 모임을 통한 청탁은 그렇게 쉽게 없어지게 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정말 공직사회 내부의 청탁배격 효과를 높이려면 향우회·동창회 등 각종 연고조직을 통한 끼리끼리 문화가 공직내부로 스며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우선, 향우회·동창회 등 연고를 활용한 업무상의 청탁이 먹혀들지 않도록 정부의 분명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 그 1차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런다음에 현행 청탁신문고제도를 보완하면 어느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금년 1월부터 시행중인 청탁신문고제도는 내·외부를 불문하고 청탁을 받은 자가 청탁을 받은 사실을 감사부서에 등록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니까 청탁을 받지 않은 공무원은 다른 공무원이 청탁받은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청탁신문고에 등록할 수 없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여 제3의 공무원도 다른 공무원이 청탁 받은 사실을 인지할 경우 그 사실을 감사부서에 등록하게 하면 청탁받은 공무원만 등록하는 현행 제도보다는 청탁배격 효과를 한층 높일 수 있으리라고 본다.

 

물론 유쾌하지 못한 고자질을 충동질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청탁소지를 지워서 더 투명하고 더 공정한 행정을 수행할 수 있다면 그 필요성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이런저런 연고를 통해 청탁이 이루어졌을 때 통상의 경우보다 무거운 벌칙이 가해져야 한다. 청탁은 어떤 형태로든 이득을 확보하기 위해 주로 아는 사람끼리 행하는 소통의 한 방법이다.

 

 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의견이나 정책 제안을 위한 건전한 청탁은 막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공직사회 내·외부에서 행하여지는 대부분의 청탁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없는 요소를 안고 있다.

 

 즉 그것을 들어 줄 경우 그것과 관련 있는 선량한 타인들에게 그 만큼의 손실을 입히게 되고 결국 조직운영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 거듭 강조컨데 청탁 배격의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청탁배격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공무원 개개인이 청탁을 자제하고 공정심을 발휘하는 성숙한 자율성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런 자율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청탁을 하지 말고 받지 말자고 강조해도 공염불이 될 수 있다. 그 자율성을 키우고 보호하는 것은 남이 해줄 수 없다.

 

 바로 나자신이 일상의 공무수행에서 바른 마음을 갖고 바른 행동을 보이는 것이 바로 자율성을 발현하는 것이며 그래야만 청탁이 발붙일 수 없다.

 

청탁배격의 주체는 공무원이라고 일컬어지는 자율성이 강한 바로「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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