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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막걸리와 동동주는 어떤 점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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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0-06-22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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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허시명(현재 ‘막걸리학교’ 교장이자 (사)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

비오는 날이면 막걸리집 주인들의 표정이 밝아진다. 어느 막걸리바 주인에게 물어보니, 평일 매출의 1.5배는 된다고 한다. 언제부터였을까. 비오는 날이면 파전에 동동주를 찾게 된 것이. 아마도 농경시대의 흔적이라고 여겨지는데, 어떤 이는 부침개 부치는 자글자글한 기름 소리가 빗소리를 닮아서 막걸리를 마신다고 한다. 나는 비가 오면 파장 분위기가 생기고, 몸이 물위에 동동 뜰 것 같아서, 그냥 부침개에 막걸리보다는 파전에 동동주를 찾는다.

그런데 동동주와 막걸리는 어떻게 다를까. 혹시 막걸리 좋아하는 일본사람을 만나게 되거든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으니 미리 알아두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내가 막걸리 좀 안다고 했더니, 일본기자들이 첫 질문이 바로 이거였다.

술이 다 익을 무렵이면 쌀알이 술 위로 동동 뜬다. 쌀알의 겉면은 단백질과 지방이 많아 잘 삭지 않지만 쌀 중심부의 전분은 잘 삭아서, 쌀알이 공처럼 술 위에 동동 떠있게 된다. 이렇게 쌀알이 동동 떠있는 모습을 보고 동동주라는 이름이 생겼다. 옛사람들은 떠 있는 모습이 ‘개미 같다’고 해서 한자로 개미 의(蟻)자를 써서 부의주(浮蟻酒)라고 불렀다. 부의주는 고려시대 문헌에도 등장하는 오래된 술이다.

쌀알이 술 위에 동동 뜬 모습
쌀알이 술 위에 동동 뜬 모습.

문헌에 나오는 동동주의 의미는 이러하지만, 동동주는 주세법에 규정된 이름이 아니어서 그 의미가 한 자리에 정박해 있지 않다. 술 위의 쌀알처럼 동동 떠다닌다. 문헌의 의미 다르고, 양조장 의미 다르고, 음식점의 의미가 또 다르다.

양조장에서는 쌀이 들어간 술을 동동주라고 부른다. 양조장의 동동주는 밀가루 막걸리에 대한 상대적인 개념이다. 1960년대 중반부터 1989년까지 밀가루로만 술을 빚도록 법적인 통제를 받으면서 동동주는 한국 민속촌 아니고서는 구경할 수 없었다.

그런데 1990년부터 쌀로 술을 빚게 되면서 일반 양조장에서도 쌀알이 동동 뜬 막걸리를 빚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양조장에서는 쌀이 조금만 들어가도, 쌀알이 뜨든 뜨지 않든 상관하지 않고 동동주라고 부르게 되었다.
1990년부터 쌀로 술을 빚게 되면서 일반 양조장에서도 쌀알이 동동 뜬 막걸리를 빚을 수 있게 되었다.
1990년부터 쌀로 술을 빚게 되면서 일반 양조장에서도 쌀알이 동동 뜬 막걸리를 빚을 수 있게 되었다.

음식점에서는 동동주는 좀 다른 의미로 쓰인다. 음식점에 가면 동동주가 막걸리병에 나오지 않고, 작은 단지에 표주박과 함께 나온다. 그 동동주들은 주방에서 다른 재료와 칵테일 되어 나오기도 한다. 솔잎, 더덕, 인삼 따위가 들어가 솔잎 동동주, 더덕 동동주, 인삼동동주라는 이름으로 붙여지기도 하는데, 양조장에서 받아온 막걸리를 음식점 주인이 능력껏 조리하여 내놓는 술이다.

그러면서 막걸리 한통을 3천원 받는 집은 동동주를 5천원 받고, 한식전문으로 파는 밥값이 조금 나가는 곳에서는 한 단지에 1만 원을 받는다. 동동주가 고정된 의미가 아니기 때문에, 음식점에서는 술집주인들이 적절하게 변주해서 가격을 차별화해서 내놓은 게 동동주다. 그래서 술집마다 동동주의 맛이 다른 것이다.

이제 막걸리와 동동주의 차이를 조금 이해하셨는지? 똑같은 것 같지만, 약간씩 다른, 그래서 막걸리의 세계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게 동동주의 세계다. 이제 어느 술집을 가시든지 동동주가 눈에 띄거들랑, 어떻게 손맛을 낸 것인지 물어보자. 단골이 아니고서는 잘 알려주지 않지만, 술 역시 개성 넘치는 음식이란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허시명은?

허시명은 대한민국 1호 술평론가이자, 술 기행가, 막걸리 감별사다. 현재 ‘막걸리학교’ 교장이자 (사)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문화부 전통가양주실태조사사업 책임연구원, 농림수산식품부 전통주품평회 심사위원, 국세청 주류질인증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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