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인천강지곡’ 국보320호에 지정되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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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9-02-02 20:41본문
세종대왕의 ‘월인천강지곡’(소헌왕후가 별세하자 석가모니 공덕을 찬양하는 노래를 모아 한글로 편찬한 책)이 ‘훈민정음’ ‘동국정운’에 이어 국보 320호로 지정(2017년 1월 2일) 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월인천강지곡’ 국보지정에 견인차 역할을 담당한 유학영 선생(76세, 사진)의 저서 월인천강지곡 해설 ‘하나의 달 일천 강에 비추다’의 글을 발췌 요약 해 3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월인천강지곡’과의 만남>
‘월인천강지곡’과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2006년 가을 어느 날 오후, 대한교과서(주)를 방문하였을 때에 김광수 회장님과 황태랑 사장님이 회사에서 소장하고 있는 ‘월인천강지곡’ 상권을 보여 주셨다.
아마도 내가 국문학 전공자라 생각하여 특별히 배려하신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필자의 전공은 현대문학이고 ‘월인천강지곡’은 대학교 때 이름만 들어 본 터여서 처음은 그저 담담했다.
그러나 막상 ‘월인천강지곡’ 상권을 대하는 순간 나도 모를 전율을 느끼게 되었다.
세종대왕이 직접 지으신 이 귀중한 문헌을 눈앞에서 보게 되고, 비록 면장갑을 끼었지만 직접 만져 볼 수 있다니……. 그리고 500년도 훨씬 더 되었는데 얼마 전에 나온 책처럼 이렇게 깨끗하다니……. 보물 제398호라고 한다.
어찌 이 상권 한 책만이 천행으로 살아남아 있었단 말인가?
그 뒤 ‘월인천강지곡’에 대한 관련 연구와 학자들을 접하면서 ‘월인천강지곡’의 문화재적 가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월인천강지곡’의 서지, 활자, 국어학 등의 외적 연구는 눈에 띠었으나, 불교적 또는 문학적 연구인 내적 연구의 결과물은 그리 많지 않았고 본격적인 연구도 시도되지 않은 듯했다.
또, 문화재적 측면에서도 다른 문화재에 비해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느꼈다,
조선 초기 국어 국문학의 전적만 해도 국보는 ‘훈민정음’과 ‘동국정운’ 뿐이었고 나머지 몇몇 전적들만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을 뿐이었다.
‘월인천강지곡’ 상권은 1961년에 세상에 현신한 뒤 1963년에 보물로 지정되어 줄곧 보물 수준에 머물러 있었는데, 이것은 상대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세종대왕께 죄스럽기까지 한 일이었다.
‘월인천강지곡’ 상권은 확실한 국보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그간 만나 본 학자들 가운데 어느 한 사람도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월인천강지곡’에 대하여 다시 한 번 구체적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11년 (주)미래엔 교과서박물관의 관장을 맡으면서부터이다.
‘월인천강지곡’을 이대로 회사의 금고 속에 그냥 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월인천강지곡’의 문화재적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아 안전하고 전문적인 보관, 관리 속에서 연구 자료로 활용될 필요가 있었다.
‘월인천강지곡’은 왕자가 저본을 만들고 왕이 곡을 지은 왕실 문헌 중의 왕실 문헌이며, 숭고한 불교의 교리를 담은 훌륭한 인성 교재이자 교과서이다.
일찍이 김광수 회장님의 탁견으로 우리나라 교과서 회사의 대명사인 (주)미래엔이 소장하여 간직해 온 것은 지극히 다행스러운 일이다.
나아가 (주)미래엔이 문헌을 박제화하여 그냥 묻어 두지 않고 이를 꺼내어 연구를 자극하고 그 가치를 높이고자 하고 있음은 매우 뜻있는 일이다.
따라서 문화재적 가치의 승격과 전문적인 보관, 관리 및 연구 활용을 위한 방안은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였다. 그러던 중에 필자는 궁중 문헌을 보관, 관리하고 있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월인천강지곡’을 기탁하여 관리하는 방안을 발의하였다.
다행히도 두 기관은 이 발의를 흔쾌히 받아들여 2013년에 실행에 옮겼고, 문화재적 가치의 재평가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하였다.
2014년에 (주)미래엔 교과서박물관은 원척 영인본을 제작하여 연구자들에게 제공하였고, 장서각 안승준 박사와 필자는 ‘월인천강지곡’의 소장 경로를 문헌 연구와 현장 답사를 통해 밝혀내었다.
그리고 2014년에는 두 기관 공동 주최로 학술 대회를 개최하여 ‘월인천강지곡’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등 문화재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학술적 성과를 꾸준히 만들어 나갔다.
마침내 2017년 1월 2일에 ‘월인천강지곡’ 상권은 불교학적, 국어국문학적, 출판 인쇄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 하여 국보 제320호로 승격 지정되었다. 조선 초기의 전적으로는 ‘훈민정음’과 ‘동국정운’에 이어 세 번째로 국보가 된 것이다.
그리고 9월 26일에 두 기관은 국제 학술 대회를 열어 그 가치를 국내외적으로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월인천강지곡’은 읽을수록 매료되는 문헌으로, 외적인 가치와 의의뿐만 아니라 담고 있는 내용과 상징, 문체 등이 심연과도 같이 깊다.
이 개설서는 깊이 있는 연구라기보다 ‘월인천강지곡’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느껴 보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 보편적인 해설서이다.
제1부에서는 ‘월인천강지곡’을 개관하면서 특이점을 살펴보고 편찬, 구성, 내용, 서지 등을 항목별로 상술하였고, 제2부에서는 현재 전해지고 있는 498.5곡 모두를 원문과 함께 현재어 풀이를 수록하여 전체적인 조감과 이해에 도움을 주고자 하였다.
연구가 부족한 필자에게 이러한 작업은 분명히 한계가 있는 일이었지만, 배우는 자세로 읽고 또 읽고 찾아보고 생각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값진 보람을 얻었다.
(중략) ‘월인천강지곡’과의 만남은 필자에게 적지 않은 과제도 주었지만 깊은 감동을 심어 주었다. 지난 몇 해 동안 필자의 삶과 가슴 한 귀퉁이에 어느새 ‘월인천강지곡’이 들어와 자리하고 있었다.
(다음호 ‘월인천강지곡’은 어떤 책인가?)
글/ 유학영. 정읍출신, 서울대, 성균관대학원(박사)을 거쳐 교육부장학관, 편수관, 교과서박물관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1950년대 한국 전쟁·전후 소설 연구’ ‘월인천강지곡 해제와 가치’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월인천강지곡의 부안 실상사 소장 경위와 그 전래 과정’ 등 다수가 있다.
글씨/ “왕자가 저본을 만들고 왕이 곡을 지은 왕실 문헌 중의 왕실 문헌이며, 숭고한 불교의 교리를 담은 훌륭한 인성 교재이자 교과서이다” 김판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