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인천강지곡’국보320호에 지정되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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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9-03-03 07:44본문
「월인천강지곡」 개관
월인청강지곡(月印千江之曲)은 세종대왕이 친히 석가의 공덕을 칭송하여 한글로 지은 악장(樂章)을 말함과 동시에 이 악장을 수록한 책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 악장은 583곡으로 추정되는데 실제로 확인된 것은 498.5곡이며, 84.5곡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확인된 498.5곡 가운데 원간본으로 볼 수 있는 곡은 상권의 194곡과 『석보상절』 권 6, 권 9, 권 13에 끼어 있는 낙장에 실린 중권의 3곡 등 197곡뿐이며, 나머지 301.5곡은 세조가 다소 손질하여 『월인석보』에 수록하였다.
「월인천강지곡」은 세종대왕 당대에 상, 중, 하 세 권으로 간행되었으나 현재 상권만 전해진다. 「월인천강지곡」 상권은 효령 대군에 의해 부안 실상사 본존불상의 배 속에 불복장(佛腹藏)된 이래 495여 년간 불문(佛門)에 있다가 1961년 세상으로 나와 알려졌다.
1972년 7월 21일부터 ㈜미래엔이 소장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는 전문적 보존과 학술적 활용을 높이고자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기탁하여 관리해 오고 있다.
이 전적(典籍)은 1963년 보물 제398호로 지정되었으나 불교학적·국어국문학적·출판 인쇄사적 가치가 매우 높아 2016년 11월 8일 국보 승격이 예고되었고, 2017년 1월 2일 국보 제320호로 승격, 지정되었다.
조선 초기의 전적으로서는 『훈민정음』, 『동국정운』에 이어 세 번째로 국보가 된 것이다.
「月印千江之曲」은 어떤 책인가?
세종 28년(1446년) 3월 24일에 소헌왕후가 별세하자 세종대왕의 명으로 수양대군이 중국에서 편찬된 승우(僧祐)의 『석가보(釋迦譜)』와 도선(道宣)의 『석씨보(釋氏譜)』를 합하여 한문본으로 『석보상절』(釋譜詳節)을 편찬하였다.
이를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정음(正音)으로 번역하여 진상하자 세종대왕이 이를 보시고 첩제(輒製: 즉시 지음)하시어 훈민정음으로 찬송(讚頌)을 지어 「月印千江(之曲)」이라고 하였다.
조선 초기에는 『훈민정음』의 등장과 함께 어문, 찬가, 불서 등의 문헌 편찬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월인천강지곡」은 1차적으로 텍스트라 할 수 있는 『석보상절』과 2차적으로는 구성과 형식을 공유한 「용비어천가」, 표기에서 서로 영향을 주거나 충돌하는 『훈민정음』 및 『동국정운』과 함께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편찬, 간행되었다.
「월인천강지곡」은 뒷날 세조가 편찬한 『월인석보』에 재수록되었고 해설문으로 석보상절이 합편되었다.
석보상절은 세종 28년 1446년 3월 27일에 착수하여 같은 해 5월 18일에 한문본의 일부가, 10월 4일에는 한문본 전체가 1차 완료되었으며,
이어 12월 2일에 김수온에 의해 증보, 수찬이 시작되면서 정음으로 번역이 시작되었고 1447년 7월 25일에 정음본(한글본)이 완성되었다.
월인천강지곡은 『석보상절』 한문본이 1차 완료된 시기부터 착수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석보상절』 한글본이 완성되자 본격적인 편찬을 시작하였고, 표기 방식 등으로 볼 때 『동국정운』의 원고가 정리된 1447년 9월 29일 이전에 완성되어 1448년 9월 이전에 『석보상절』과 함께 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헌왕후 별세로부터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석보상절』 한문본과 국역본(24권)이 편찬되었고 이어서 「월인천강지곡」(3권)이 함께 간행된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월인천강지곡」의 편찬 목적에서 찾을 수 있다.
(1)무엇보다 왕후를 추천(追薦)한다는 거스를 수 없는 명분이 있었고,
(2)새로 제정한 훈민정음의 문장 적용을 시험해야 했으며,
(3)불경을 훈민정음으로 간행하여 쉽게 독송(讀誦)할 수 있도록 하여 백성과 불교를 순화하며, (4)백성의 가장 큰 괴로움인 가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세종대왕의 뜻이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두 책을 편찬하고 간행한 일은 서로 별개의 일이 아니라 하나의 일로 연계되어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효율적인 진행이 가능했을 것이다.
동시대의 전적(典籍) 가운데 유독 이 두 책만이 금속 활자를 사용한 것도 이를 방증하며, 또 빨리 펴내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다음호 계속 「월인천강지곡」은 부처의 공덕을 찬불하는 악장(樂章)이다.)
글/ 유학영. 정읍출신, 서울대, 성균관대학원(박사)을 거쳐 교육부장학관, 편수관, 교과서박물관장을 역임하면서 저서로는 ‘1950년대 한국 전쟁·전후 소설 연구’ ‘월인천강지곡 해제와 가치’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월인천강지곡의 부안 실상사 소장 경위와 그 전래 과정’ 등 다수가 있다.김판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