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fill - ill 욕심 (채우려고만 하면 병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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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5-05-07 14:14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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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잔뜩 먹어 배가 부른데도 맛있는 것을 보면 또 다시 식욕이 돌아 더 먹어본 적이 있나요? 그런데 원하는 대로 더 먹었는데 오히려 속이 불편해진 경험을 한 경험이 다들 있을 겁니다.
반대로 배가 고파 주린 상태에서 음식을 먹으면 아무리 맛없는 음식이라도 꿀맛처럼 느껴졌던 경험도 있을 겁니다. 바다는 메울 수 있어도 사람의 욕심을 채울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렇게 채우려고만 하면 병이 듭니다. '채우다'라는 뜻의 fill에는 '병든' 이란 뜻의 ill이 들어있습니다. 개인이든 사회든 세상 모든 갈등의 원인 중에 하나는 바로 욕심에 있습니다.
이미 있는 데도 더 가지고 싶은 마음, 이미 가지고 있는 데 더 큰 재물, 인정, 욕망을 차지하려는 마음이 사람과 사회를 병들게 합니다.
욕심을 없애려면 이렇게 채우려고만 하면 결국 심각하게 몸과 마음에 병이 든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니 욕심을 없애려면 끊임없이 비우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피리나 플룻 등 관악기는 속이 비어있어야 그 빈 공간에 바람이 들어가 천상의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빈 공간이 있어야 존재는 끊임없이 새로운 대상과 조우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게 됩니다.
채워져 있기만 하면 새로움과 만날 기회를 영원히 박탈 당하고 맙니다. 자신을 정체되어 있는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게 하려면 한없이 비우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저수지의 물은 아름다운 풍경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수지는 스스로를 비워 그 물로 논과 들을 적셔 곡식을 살찌울 수 있게 합니다. 논의 물도 빼서 논바닥을 말려야 벼가 튼튼해집니다.
나를 비우면 이렇게 새로운 존재로 거듭날 뿐만 아니라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존재들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넉넉하면서도 돈을 더 벌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 완벽주의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 상대의 마음을 인위적으로 조종하고 얻으려는 사람은 그 욕심 때문에 괴로운 것입니다.
스스로 자신의 주치의가 되어 욕심이라는 병을 다스리지 않으면 자신을 병들게 할 뿐만 아니라 타인을 상처주기도 하고 파괴시키기도 합니다.
욕심 중에서도 결과를 빨리 앞당기려는 욕심은 특히 한 사람에게 위험한 태도입니다. 잔잔한 마음으로 한걸음 한걸음 원하는 것을 향하여 걸음을 떼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일을 노력한 양과 시간에 비해 조급하게 얻으려 하기에 큰 화를 자초합니다.
그것은 마치 사다리를 한걸음 한걸음 올라가지 않고 무리하게 두 세걸음 올라가다가 결국 사다리와 함께 무너지는 것과 같습니다. 산 속에 있는 호수가 잔잔해져야 하늘의 구름을 비추는 것처럼,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을 고요히 하면 무한한 평화가 찾아옵니다.
욕심이 내 마음의 잔디밭을 마구 짓밟고 뛰놀도록 놔두시겠습니까? 가브리엘 마르께스의 ‘백년동안의 고독’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초라하고 가난할 때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욕심내지 말고 비우고 가난할수록 우리는 역설적으로 생을 역동적으로 살 수 있습니다.
욕심을 부리면 구리고 냄새나는 것으로 가득 차지만 비우면 마음이 고요하고 향기로운 것으로 가득차기에 무한 긍정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채우려고 하지 않고 비워내면 삶에 아등바등하지 않고 어디에도 걸림이 없습니다. 마음을 비우면 그제서야 우물물이 차오르듯 하나씩 진정한 가치들이 채워지기 시작합니다.
‘인간은 욕망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 불쌍한 시계추와 같다’는 쇼펜하우어의 말이 있습니다. 욕심으로는 어떤 가치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욕심보다는 더 큰 욕심인 발원을 마음에 가지는 것은 어때요?? 내 이기적인 마음보다는 더 큰 마음으로 이웃을 살피는 마음을 내는 건 어때요. 그러려면 결과에 집착하기 보다는 마음을 비우고 생의 매 순간 순간 과정을 소중히 하는 게 필요합니다.
채우려고만 하면 병든다는 것을 온 몸에 각인시켜주는 한 글자 ‘fill’을 잊지 마세요. * 글 이강석어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