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교수 1인 시위,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 한자교육” 촉구
페이지 정보
작성자 작성일 16-01-22 11:00본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 혹한의 칼바람 속에 백발의 노교수가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 시행하라’는 피켓을 목에 걸고 서 있다. 한국언어문화정상화추진회 상임이사인 김경수(75) 중앙대 명예교수다. 혹독한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8일부터 매일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경수 교수를 광화문광장 시위 현장에서 만나 보았다.[편집자 주]
[문] 이 엄동설한에 시위를 하는 이유는?
[답] 지난해 교육부가 교육과정 개정을 추진하면서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괄호 안에 넣는 한자병기 방침을 1년간 유보하였다.
우리 국어는 순수한 우리 말과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다. 한자 없이 한글로만 원활한 국어생활을 영위하고 전통문화를 계승발전 시키기는 어렵다.
따라서 정규 교과에서 기본적인 한자교육을 필수적으로 가르쳐야 하며 그 교육은 초등학교 때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이 일은 지금의 우리 국어 현실을 볼 때 매우 절박하고도 시급한 일이다.
이 같은 불변의 상식을 정책 당국에 전하고 국민에게 널리 호소하고자 피켓 시위에 나섰다.
오죽하면 이 엄동설한에 노교수들이 이렇게 나섰겠나.
최후의 몸부림이다.
우리는 교육부가 당초의 계획대로 초등학교에서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여 기초한자를 교육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문] 초등학교에서 한글전용을 해 온지 30여년이 되었다. 그런데 한자교육은 새삼스런 일이 아닌가.
[답]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그 동안 줄곧 초등학교의 한자교육을 요구해 왔으나 묵살되어 온 것이다. 잘못된 일이면 아무리 오래 되었어도 고쳐야 하는게 아닌가.
언어는 지식의 확장은 물론 민족의 정체성과 전통성이 담긴 정신적 유산이다.
그런데, 오늘의 우리 언어현실과 언어문화의 실상을 보라.
무분별한 외래어와 외국어의 봇물 속에서 우리 국어는 설 자리를 잃고 전통문화는 피폐되어 가고 있다. 참으로 개탄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이는 어문정책의 혼선과 한자를 외면한 한글전용으로 인하여 국어를 이루고 있는 한글과 한자가 상생하지 못한 결과이다.
표음문자인 한글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보완하지 못해서이다.
즉 우리말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한자어의 표의적인 면과 담고 있는 언어문화를 외면한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글을 잘 가르쳐야 하고 순수한 우리 말을 개발해야 하겠지만. 또한 이와 더불어 조어력과 의미의 확장이 뛰어난 한자의 교육이 반듯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 한자교육은 초등학교부터 시행해야 한다.
[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에 대한 반대가 많다.
이에 대한 견해와 반론은?
[답] 간략하게 답하겠다.
(1) 한자교육을 하면 ‘우리 말과 한글이 말살된다’고 하는데 어이가 없는 말이다.
말과 글자를 구분하지 못하는 말이다.
한글은 말을 표기하는 글자다. 한자를 사용한다 해서 한글의 기능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한자어를 한글로만 표기했을 경우에는 의미가 왜곡되거나 축소될 수 있어 한글전용이 국어의 발전의 걸림돌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2) 초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을 하면 사교육과 학습 부담이 늘어난다고 하는데 크게 우려할 사항이 아니다.
현재 초등학생의 사교육은 매우 다양하고 일상화 되어 있는 실정이다. 한자 사교육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나 사교육의 총량 안에서 조정될 것이므로 사교육이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다.
학습 부담도 교육과정 안에서 조정될 것이므로 우려할 사항이 아니다.
(3) 한자교육은 IT시대에 역행하고 글로벌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다.
한글은 무려 11,172개의 음을 적을 수 있는 경이로운 글자다. 한글은 IT시대에 가장 적합한 문자이고 우리를 IT강국으로 끌어 올렸다.
그런데 여기에 한자까지 알고 활용하면 오히려 어의를 정확히 하고 어의의 혼란을 막아 줄 것이다.
지금 우리는 그로벌 시대에 살고 있으며 국제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우리는 한자문화권에 속해 있을 뿐 아니라 가장 처음 마주치는 것도 한자 문화권이다.
한자를 알아야 우리의 국제 경갱력을 높일 수 있다.
(4) 중.고등학교에서 한문교과 교육을 하고 있는데 초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을 할 필요가 있느냐고 하는데 이는 교육현장의 실상을 모르는 견해다.
중.고등학교에서 한문교과는 선택과목이다. 중학교에서는 초등학교에서 한자를 배우지 않았으므로 한문 선택을 기피하고 중학교에서 한문을 배우지 않은 고등학생이 한문을 선택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더구나 수능시험에서 한자가 출제되지 않으므로 한문교육은 외면 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문]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상 앞에서 굳이 한자교육을 주장하는 이유는?
[답] 오해가 있을 수도 있으나 참뜻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한자는 2000여년을 사용해온 국자다.
세종대왕은 우리 말을 창제하신 것이 아니라, 우리 말을 표기하는 문자를 만드신 것이다.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 창제하시어 널리 사용하기를 권려하셨지만 한자를 쓰지 말라고 하시지 않았다.
세종대왕은 한자와 한글을 혼용하여 우리 겨레를 문화민족으로 융성 시키고자 하신 것이다.
우리는 이 같은 세종대왕의 뜻을 이어 받고자 이 자리에 섰다.
[문] 한자교육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언어문화정상화추진회의는 어떤 단체인가.
[답] 우리 추진회는 지난해 8월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모여 구성하였다.
전국 대학의 전현직 교수 55명으로 구성되었으며 조순 정원식 이수성 등 사회 원로 18분이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대표는 김민하 전 중앙대 총장이 맡고 있다..
그간 추진회는 성명서 발표와 각종 행사 참여, 학술대회 등의 활동을 전개하여 왔으며, 향후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와 한자교육 등 우리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학술대회와 정책건의 등의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이 번 피켓 1인 시위 29일까지 계속할 것이다.
매일 우리 추진회의 구성원과 각계의 인사들이 찾아 주어 힘을 실어 주고 있다.
감사합니다.
[풍경]
광화문 광장은 한 낮인데도 영하 4도의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현장 체험학습을 나온 초등학생 10여명이 김교수 주변에 모여 들어 박수를 치고 함께 기념 촬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