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민 감독의 <노량: 죽음의 바다> 임진왜란의 대미를 장식하는 치열한 해전 > 명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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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민 감독의 <노량: 죽음의 바다> 임진왜란의 대미를 장식하는 치열한 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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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시무(영화평론가, 미술심리상담사) 작성일 24-01-0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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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사진: 김시무(영화평론가, 미술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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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 죽음의 바다> 포스터

영화 <노량>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활약상을 다룬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지난 2014년에 개봉하여 17,616,141명의 관객을 동원하여 역대 최다 기록을 유지하고 있는 <명량>, 그리고 2022년에 개봉하여 7백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한산: 용의 출현>에 이어 세 번째 작품인 것이다. 장장 십 년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풍신수길)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정유재란을 일으킨 히데요시는 임종을 맞이하여 조선에서 철군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순신이 이끄는 수군에 의해 연전연패를 당한 일본군은 남해안 일대로 후퇴해 농성전에 돌입한다.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소서행장)는 조명연합군의 사로병진작전(四路竝進作戰)’에 막혀 고립무원의 상태에 있었다. 이에 고니시는 명나라 사신 유정을 통하여 이 난국을 타개하고자 한다. 그는 조명연합군 총사령관인 진린(정재영)에게 각종 뇌물을 안겨주고 퇴로를 열어달라고 청탁한다. 남의 나라 땅에서의 전쟁을 더 이상 원치 않는 진린은 이대로 전쟁을 종결짓고자 하지만, 이순신(김윤석)은 이에 강력하게 반대한다. 왜군을 모두 섬멸해야만 이 전쟁이 끝난다는 것이었다.

 

고니시(이무생)는 진린에게 친서를 보내 자신들은 싸울 뜻이 없으며 퇴로를 열어준다면 그 대가로 수급을 선물할 것을 약속한다. 이에 진린은 동의한다. 물론 이순신 장군 몰래 이루어진 일이었다. 이처럼 영화의 도입부는 삼국 수뇌부들의 외교전을 중심으로 펼쳐지면서 최후의 결전을 예고하게 된다.

 

한편 명군의 2인자인 등자룡(허진호)은 이순신으로부터 받은 판옥선을 둘러보면서 높이 평가하고 그와 뜻을 함께하여 왜군들을 무찌를 것을 다짐한다. 궁지에 몰린 고니시는 정치적으로 대립관계에 있던 시마즈(백윤식)에게 원병을 요청한다. 처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시마즈는 히데요시 사후 정국 수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고니시의 구원에 나선다. 진린은 이순신을 노야(어르신)라고 추켜세우면서 일본군을 그냥 보내주자고 설득 하지만 이순신은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이순신 앞에는 두 가지 당면한 문제가 있었다. 첫째는 유성룡의 밀서인데, 전후 조정의 상황이 심상치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이었다. 즉 이순신이 승전해도 정치적으로 탄압을 받은 거라는 얘기였다. 둘째는 이순신의 막내아들인 이면이 왜군들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비보였다. 진린은 가해자들을 잡아 이순신에게 넘기면서 개인적 원한을 풀도록 하지만 이순신은 이 역시 거절한다. 사실 이 두 가지 설정은 끝까지 적을 섬멸하겠다는 이순신 장군의 결의를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단서들이다.

 

선조는 시기심이 많은 용렬한 군주였다. 그래서 이 전쟁이 이순신의 공으로 마무리되어 그가 영웅화되는 것을 우려했다. 우리가 전작인 <명량>에서 보았듯이, 한창 잘 싸우고 있는 이순신을 한양으로 압송하여 벌을 준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순신은 살아서 정치적 곤경을 겪느니 차라리 죽어 전쟁영웅으로 남는 길을 택했을 것이란 것이 후세의 해석인 것이다. 그가 최후의 전투에서 적진 깊숙이 침투하여 근접전을 펼친 것은 이를 반증하고도 남는다.

두 번째는 아들의 죽음에 대한 이순신의 반응이다. 그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심정이었지만, 살인범들을 사적으로 처단하는 일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는 그가 개인적 원한으로 왜군을 섬멸하려는 것이 아니었음을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설정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조선을 침략하여 무고한 백성들을 학살한 일본군들을 이 땅에서 영원히 몰아내려는 의지 하나로 7년 전쟁의 고난을 버티어 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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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의 한 장면 


리고 마침내 노량 앞바다에서 삼국 수군들 간의 최후의 혈전이 펼쳐진다. 그리고 영화 러닝타임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부분이 전투 장면으로 채워지고 있다. 그것도 대부분이 야간 전투장면이다. 이 전투 장면들은 전작들은 물론이고, 그 어떤 한국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웅장한 스케일과 스펙터클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관객들 하나하나가 그 전투 속에 참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가히 역대급이다.

결과는 익히 알려진 대로 조명연합군의 대승이었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은 승리를 목전에 두고 장렬하게 전사하고 만다.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의 죽음으로 시작한 영화가 전쟁을 승리로 이끈 주인공의 죽음으로 막을 내린 것이다. 그래서 이순신은 우리 민족의 성웅(聖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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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 (필자의 스케치)
 


프로필


김시무 (金是戊)

1961년생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학과

동국대학교 대학원 영화학과 박사


저서

『스타 페르소나』 , 아모르문디 영화총서, 2018년.

『영국의 영화감독』, 커뮤니케이션북스, 2019년.

『봉준호를 읽다』. 솔출판사, 2020년.


사) 한국영화학회 회장 역임

부산대 아시아영화연구소 연구원

영화평론가

미술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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