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현 감독의 <파묘>(破墓)가 불러일으킨 논란의 핵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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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시무(영화평론가, 미술심리상담사) 작성일 24-03-12 21:34본문
글과 사진: 김시무(영화평론가, 미술심리상담사)
장재현 감독의 <파묘>(Exhuma, 2024)가 요즘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작품은 장르 상 이른바 ‘오컬트 영화’라고 불리는데, 감독은 <사바하>, <검은 사제들>에 이어 세 번째로 같은 장르의 영화를 연출해왔다. 이 영화는 개봉 18일 만에 8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이 분야에서 새로운 흥행신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대략적 줄거리는 이렇다. 무당 화림(김고은)과 제자인 법사 봉길(이도현)은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 박지용(김재철)으로부터 집안 흉사(凶事)의 원인을 규명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화림은 조부의 묫자리가 이상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이장(移葬)을 권고한다. 그리하여 화림은 지관 김상덕(최민식)과 장의사 고영근(유해진)과 합세하여 파묘에 돌입한다. 하지만 파묘 과정에서 화림 일행은 그 묫자리가 첩장(疊葬)이었을 밝혀내고 아연실색한다. 첩장이란 한 묫자리에 2개의 관이 중첩돼 묻힌 것을 말하는데, 도대체 누가 왜 그런 묫자리를 썼는지를 밝혀내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요컨대 그 묫자리에 묻힌 당사자 박근현은 일제 강점기 때 나라를 팔아먹고 고관대작을 지낸 친일민족반역자였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악지(惡地)에 묫자리를 소개해준 사람이 기순애라는 법명을 가진 일본 스님이었다는 사실이다. 일본말로 기쓰네는 여우라는 뜻인데, 그 기쓰네 스님이 바로 음양사였다.
일본계 한국인 정치학자 호사카 유지(Hosaka Yuji) 교수에 따르면, 음양사란 일본역사에서 6세기쯤 백제로부터 전래된 음양오행설을 설파하는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일본 왕조에 들어가 국가기관을 만들어 점을 보기도 하고, 땅의 길흉(풍수)을 보고, 천체관측, 달력작성, 날의 길흉판단 등을 직무로 했다. 영화 <파묘>에서는 그런 일본의 음양사들(즉 여우들)이 호랑이(즉 한반도)의 허리를 끊었다고 묘사하고 있다. 이것은 음양사들이 조선의 기운을 죽이기 위해 한반도의 허리에 해당하는 땅에 쇠말뚝을 박았다는 의미다.
이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는 <파묘>는 보수적인 인사들로부터 집중적인 비난을 받기도 했다. 역사 왜곡과 독재자 이승만 미화로 점철된 거짓다큐 감독 김덕영은 이 영화를 좌파 반일 민족주의 영화라며 자신이 만든 <건국전쟁>에 대한 안티로 제작되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영화 <파묘>는 좌우파의 잣대로 평가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보통 민족담론은 우파적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영화가 담고 있는 민족담론을 국뽕으로 폄하해서도 안될 것이다. 일제 강점기 때 저들이 조선의 민족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심었다는 쇠말뚝이 영화의 중심 모티브인데, 혹자는 그것의 팩트 여부를 문제삼기도 한다. 역사왜곡을 일삼는 자들이 할 말은 아닌 듯 하다. 영화에서는 그 쇠말뚝이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죽은 서군의 한 장수로 형상화되고 있다. 일본 정령이 처먹는 은어가 서군의 상징이라고 한다. ‘세키가하라 전투’는 히데요시 사후 그를 추종하는 자들과 도쿠가와 이에야스 파간의 권력 투쟁을 말한다.
극중 최민식이 ‘파묘’후 100원짜리 동전을 무덤에 넋전으로 던지는 장면은 비록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일부 눈썰미 있는 관객들로부터 이순신 장군의 투입이 아니냐는 해석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장치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윤봉길을 비롯하여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극중 이름으로 차용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영화 <파묘>가 공포영화 장르로는 처음 천만 관객을 돌파할지도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최민식 배우 (필자의 스케치)
프로필
김시무 (金是戊)
1961년생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학과
동국대학교 대학원 영화학과 박사
저서
『스타 페르소나』 , 아모르문디 영화총서, 2018년.
『영국의 영화감독』, 커뮤니케이션북스, 2019년.
『봉준호를 읽다』. 솔출판사, 2020년.
사) 한국영화학회 회장 역임
부산대 아시아영화연구소 연구원
영화평론가
미술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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