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을 보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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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3-11-12 19:18본문
글과 사진 : 김시무 박사(영화평론가, 미술심리상담사) 논설위원
올해 들어 우리나라 거장 화가들의 진면을 살펴볼 수 있는 대형 회고전이 잇달아 열리고 있어 미술애호가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호암미술관에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추상화가인 수화(樹話) 김환기(1913∼1974) 회고전이 열렸다.
'한 점 하늘 김환기'라는 주제로 열린 회고전에서는 그가 40여 년간 생산해낸 시대별 대표작은 물론이고 미공개작 등 약 120점을 소개했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지난 9월 14일부터 ‘가장 진지한 고백’이라는 주제로 장욱진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데, 장욱진(1917∼1990)은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유영국 등과 더불어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가다.
전시회는 덕수궁관 4개 관에서 펼쳐지고 있는데, 각각의 전시실마다 고유한 소제목을 붙여놓아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첫 번째 고백, 내 자신의 저항 속에 살며(First Confession, Living Within My Own Resistance)라는 주제 아래 장욱진의 학창시절부터 중장년까지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첫 번째 전시실에는 장욱진만의 독창적인 ‘한국적 모더니즘(Korean Modernism)’이 창출되는 여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그가 1938년에 그린 <공기놀이>부터 1957년 작 <나무와 새>와 61년 작 <우산 >등에서 우리는 그가 일상에서 맞닥뜨린 저항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두 번째 고백, 발상과 방법: 하나 속에 전체가 있다(Second Confession, Ideas and Method: One is All)라는 주제의 전시실은 장욱진 화백이 어떠한 발상을 갖고 작품을 구상했으며, 어떠한 방법론을 가지고 작품을 완성해나갔는지를 볼 수 있는 자리였다.
그의 그림들에서는 유달리 까치, 나무, 해와 달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화백이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모티브라고 할 수 있다.
장욱진에게 까치는 분신과도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1958년 작인 <까치>는 그 대표적인 예다.
그의 자아상인 나무는 온 우주를 품는 안식처였으며, 해와 달은 영원성을 상징한다고 한다.
61년 작인 <새와 나무>, 78년 작인 <동산>, 그리고 87년 작인 <나무> 등에서 어김없이 둥그런 형태의 나무가 등장한다.
더욱 특기할만한 것은 그가 같은 소재를 반복하면서도 똑같은 형태의 그림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반복적 소재의 무한한 변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고백은 진(眞), 진(眞), 묘(妙)인데, 이는 절대적으로 놀랄만한 아름다움(Third Confession, Zinzinmyo, Absolutely Stunning Beauty)이라는 뜻이다.
장욱진은 1970년 <진진묘>라는 불교 관련 작품을 그렸는데, 이는 그의 내면에 깃든 불교적 세계관과 철학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시기부터 그는 먹그림들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미륵존여래불>과 79년 작인 <무제>에서 일필휘지로 휘갈겨 쓴 불(佛)자와 좌정한 스님의 모습이 무척이나 이채롭다.
네 번째 고백은 내 마음으로서 그리는 그림(Fourth Confession, Painting from the Heart)이라는 주제인데, 그의 70년대 이후 노년기의 모습을 주로 그리고 있다.
1990년 작인 <밤과 노인>에서는 매우 단순화된 산과 기와집을 뒤로하고 한 노인이 마치 신선처럼 부유하고 있다.
1986년 작인 <수안보 풍경>에서는 두 사람이 강에서 뱃놀이하고 있는데, 그의 주된 모티브들인 까치와 나무가 화폭 전면에 배치되어 있고, 하늘에는 붉은 태양이 이글거리고 있다.
그는 말년의 작품들에서는 생략과 압축을 통하여 무상(無相)을 드러내는 작업을 했다.
장욱진의 ‘가장 진지한 고백’을 볼 수 있는 회고전은 2024년 2월 12일까지 치러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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