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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나는 그런 꼰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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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나연 논설위원 작성일 24-10-13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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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나연 논설위원 



아예 안 읽은 것은 아니지만 나는 소설은 거의 읽지 않는다. 소설보다 더 흥미로운 장르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예나 지금이나 소설을 읽은 기억은 그다지 없다. 


그러나 이 말은 하고 싶다. 소설은 그저 소설이다. 좀 더 설명하자면 작가적 상상력을 덧입힌 글일 뿐이다. 그 작가가 어떤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든 그것은 상처까지도 작가 개인의 소중한 경험이다. 소설에 작가의 상상력을 빼고 써야 한다면 차라리 잘 만든 다큐를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사진도 그렇다. 눈으로 ‘보는 대로’ 찍는 것은 창작하는 작가에게 큰 의미가 없다. 그래서 나 역시 지난 몇 년간 고심하면서 ‘보이는 대로’ 찍으려고 애를 써왔다. 보이는 대로 찍는다는 것은 작가의 상상력이 필요한 부분이기에 반드시 고통이 뒤따른다. 


작가적 상상력을 빼고 사실만 기록한다면 모든 예술은 건조할 것이 뻔하다. 북한과 구소련의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엄격히 말하면 공산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니지만) 국가에서 선전을 목적으로 생산하는 원색적인 미술품이나 드라마를 보면 이내 질리는 이유가 그런 이유가 아닐까.


팩팩한 살코기에 약간의 비계와 같은 기름이 끼면 맛이 훨씬 더 부드러워지고 풍미를 더한다. 예술에 있어서 작가의 상상력은 비계와 같은 경우이다. 그런 상상력으로 쓰인 소설을 두고 현실 왜곡이니, 뒤틀어진 역사 오염이니 하는 것은 지나치다. 


설령 뒤틀어진 상상력으로 쓴 소설이라도 대중적인 평가를 얻었다면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대중이 항상 옳은 것은 물론 아니다. 대중이 늘 옳았다면 오늘날 우리 정치가 이 수준일까. 그럼에도 우리는 안고 나아가야 한다. 성장해야 한다. 그것이 미래세대에게 길을 열어주는 기성세대의 사명이라고 나는 믿는다. 성장하지 않으면 물려줄 것이 없어진다. 사사건건 성장에 발목 잡는 정치인을 유난히 싫어하는 이유다.


집단 이익을 위해 모든 비난과 부패를 감내하는 집단이 있다. 상대가 조금만 틈을 보이면 벌떼처럼 달려들어 폐인인 될 때까지 끌어내려야 직성이 풀리지만 정작 그들 자신은 언제나 깨끗하고 떳떳하다고 주장한다. 그런 그들에게 흠이 있다고 해서 같이 끌어내리려 한다면 우리는 그들과 무엇이 다른가.


설령 내가 꼰대소리를 들어도 이것만은 지켜내고 싶다. 품어야 강자다. 따뜻하게 품지 않는다면 부화는 없다. 비계가 너무 많은 느끼함만 경계한다면 최대한 품어야 한다. 그렇게 어울렁 더울렁 살아내야 사회는 발전하다.


한강 씨가 좌파인지 나는 모른다. 그녀의 글을 읽은 것이 없기에....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그녀가 좌파든 우파든 먼저 고맙다. 그간 얼마나 많은 상처들을 끌어안고 고뇌했을지 너무도 아프기에 나는 그저 고맙기만 하다. 자신의 아픔을 온전히 이겨내고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런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먼저 다가가 한강 씨에게 따뜻하게 손 맞잡으며 고맙다 말하고 싶다. 차라리 나는 그런 꼰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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