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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만 원의 민생지원금, 그보다 먼저 돌봐야 할 삶이 있다

약자라는 이름 뒤에 숨은 눈물, 이제 국가가 답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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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나연 논설위원 작성일 25-08-1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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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나연 논설위원



  최근 유튜브를 통해 공영방송에서 제작한 발달장애인 가족의 현실을 다룬 다큐영상을 보았다. 국회 앞 집회에서 한 어머니는 우리의 죽음의 사슬을 국가가 끊어달라고 절규했다. 24시간 내내 이어지는 돌봄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가족이 무너져 내리는 비극, 이는 더 이상 개인의 불행이 아닌 사회 시스템의 부재가 빚어낸 사회적 참사에 가깝다. ‘사회적 약자와의 동행을 기치로 내걸었던 지난 진보 정부 시절을 돌아볼 때, 과연 우리는 이 참사 앞에서 얼마나 떳떳할 수 있을까. 이재명 정부는 과거의 한계를 넘어, 이들의 눈물에 진정으로 답하는 진보 정부가 될 수 있을까.

 

진보라 불렸던 시절의 역설, 약속과 실천의 괴리


우리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한다고 자임했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장이, 역설적이게도 가장 절박한 약자들의 호소를 외면했던 과거를 똑똑히 기억한다. 2016,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시절, 시청에서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확충을 요구하던 장애 아동과 부모들이 청원경찰에 의해 폭력적으로 끌려 나가는 일이 벌어졌다. ‘시민이 시장이라는 슬로건이 무색하게, 가장 연약한 시민들이 시청의 문턱에서 좌절을 맛봐야 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뒤늦게 시장이 사과하고 대화에 나서면서 평생교육센터가 2곳에서 20여 곳으로 늘어나는 성과를 이뤘지만, 이는 선제적인 정책 의지의 결과가 아닌, 부모들의 삭발과 노숙 농성이라는 처절한 투쟁 끝에 얻어낸 상처 깊은 영광이었다.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의 상황은 더욱 참담했다.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였던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의 핵심 사업인 주간활동서비스예산 116억 원이 기획재정부의 손에 의해 전액 삭감되는 일이 벌어진 것. 대통령의 약속이 부처의 예산 논리 앞에 힘없이 스러지는 대한민국의 민낯이었다. 장애인 단체의 거센 반발과 국회에서의 지난한 싸움 끝에 예산은 일부 복원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장애인 가족들은 또 한 번 깊은 배신감과 절망을 느껴야만 했다.

 

이 두 사례는 공통적으로 한 가지 사실을 증명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치적 선언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 재정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관료 조직의 완고함과 실제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정치적 의지의 부재 앞에서 약속은 너무나 허망하게 빛을 잃었다. 이것이 우리가 뼈아프게 마주해야 할 과거의 복지 성적표다.

 

우리가 가야 할 길, 독일과 캘리포니아의 교훈

 

그렇다면 이재명 정부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우리가 분석한 영상 속 해외 사례는 그 답을 명확히 보여준다. 독일은 GDP2.3%라는, 한국(0.6%)4배에 가까운 예산을 장애인 복지에 투입한다. 그러나 단순히 돈의 액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의 철학이다. ‘디아코니와 같은 전문 민간 복지 단체가 정부와 협력하여, 발달장애인 한 사람 한 사람의 특성과 욕구에 맞는 평생 맞춤형 서비스를 설계하고 제공한다. 직업 교육, 취미 활동, 주거 지원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장애인을 수동적인 수혜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의 온전한 시민으로서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국가가 인프라를 구축하는 정책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사례는 더 구체적이다. 1960년대부터 주 정부 차원의 지원법을 마련해 지역 센터를 통해 평생에 걸친 교육, 직업, 주거를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특히 부모가 활동 보조사 자격증을 따서 자녀를 돌보면 주 정부가 그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는 돌봄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가족의 경제적 붕괴를 막는 매우 현실적인 대안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장애인 복지를 시혜적인 프로그램의 구호가 아닌,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15만 원의 온기, 어디로 흘러야 하는가

 

이재명 정부 역시 더불어 사는 포용 국가를 약속했다.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이제는 선언을 넘어선 구조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지금 정부는 민생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전 국민에게 15만 원의 민생지원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 막대한 재원의 방향성에 대해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독일은 GDP2.3%를 장애인 복지에 사용한다. 2024년 기준 독일의 명목 GDP를 환산하면 약 5,800조 원, 2.3%는 무려 133조 원에 달한다. 반면, 이번 민생지원금에 투입되는 예산은 약 13조 원으로 추산된다. 이 막대한 돈은 독일이 장애인 복지에 쏟는 예산의 10%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이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한 곳을 건립하고 1년간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20억 원 내외다. 13조 원이면 전국에 이런 평생교육센터를 6,500개나 짓고 운영할 수 있는 돈이다. 현재 전국의 센터가 200여 곳에 불과한 현실을 생각하면, 15만 원의 현금 살포가 얼마나 더 시급한 과제들을 외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24시간 돌봄에 지쳐 무너져 내리는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일회성 현금이 아니라,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든든한 사회적 인프라다.

 

이재명 정부에 고언(苦言)한다

 

첫째, 이재명 정부가 취약계층을 대변하는 진정한 진보 정부라면 발달장애인 지원 예산을 구호나 공약이 아니라 성역으로 규정해야 한다. 매년 예산 편성 시기가 되면 가장 먼저 삭감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 이는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품격과 철학의 문제다.

 

둘째, ‘한국형 발달장애인 평생지원 마스터플랜을 수립해야 한다. 독일과 캘리포니아의 사례를 참고하여, 학령기 이후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들이 갈 곳 없이 가정으로 회귀하는 비극을 막아야 한다. 각자의 특성에 맞는 주간활동, 직업훈련 그리고 지역사회 거주 모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셋째, 가족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를 깨뜨려야 한다. 24시간 돌봄 체계를 국가가 분담하고, 부모가 단지 보호자가 아닌 자신의 삶을 가진 부모로 살아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발달장애인 가족이 외치는 죽음의 사슬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 사슬을 끊어내는 것은 시혜가 아닌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다.

 

부디 이재명 정부가 일회성 현금 지원의 유혹을 넘어, 국가의 미래를 위한 가장 절박한 곳에 재정을 투입하는 현명함을 보여주기를, 그리고 그 책무를 이행하는 첫 진보 정부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간절히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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