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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식 隨想] ′순대국이야기′..

“세종대왕은 순대국을 좋아해 옹주만 무려 오십 명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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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광식 기자 작성일 24-08-0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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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유광식 기자


마크 트웨인은 ″건강을 유지하는 유일한 길은 원하지 않는 것을 먹고, 좋아하지 않는 것을 마시고,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이다″고 했지만, 조지 버나드 쇼는 ″음식에 대한 사랑처럼 진실 된 사랑은 없다″고 했다. ​


둘 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


그러나 음식에 대해 가장 정직한 말은 세르반테스의 ″배고픔이 최고의 소스다″와 우리 옛말의 ″배고픔이 최고의 반찬″일 것이다. ​


오늘도 소낙비가 내렸지만 한 여름 더운 날씨는 조금도 수그러질 줄 모른다. ​


아무리 샤워를 해도 온몸이 끈적거린다. ​


이러다 보니 입맛도 떨어지고 온종일 몸도 마음도 눅눅하다. ​


이런 현상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


이렇게 몸도 마음도 눅눅할 때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


바로 꿀꿀한 냄새가 너무나 매력적인 순대국이다. ​


그러나 진실은 시원한 막걸리 생각이 더 간절해서다. ​


나는 종종 기사를 쓸 때 사실과 진실의 사이에서 고민한다. ​


음~ 아무래도 내가 지금.. 조금 오버하는 것 같다. ​


아무튼 각설하고 순대국에 밥 한 공기 말아서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는 것은 ′진실로′ 예술이다.​


순대는 돼지창자 속에 선지와 삶은 당면ㆍ양파ㆍ숙주ㆍ미나리ㆍ배추우거지 등을 섞어 갖은 양념을 한 것을 집어넣어 한 쪽 끝을 실로 묶어 찜통에 찐 음식을 말한다. ​


순대는 각 지방마다 들어가는 재료나 순대 속을 채우는 방법에 따라 그 이름도 여러 가지다. ​


우선 평안도와 함경도 지방의 ′아바이순대′는 돼지 창자 속에 선지ㆍ찹쌀밥ㆍ숙주 등을 넣어 만드는데 ′아바이′는 함경도 말로 ′아버지'란 뜻이다. ​


′아바이순대′는 돼지의 대창(큰장자)을 이용해 만든다. ​


돼지 한 마리를 잡았을 때 소창(작은창자)은 매우 길지만 대창은 기껏 해야 50cm에서 1m정도 밖에 나오지 않는다. ​


이런 대창을 이용해 만들었기에 귀하고 좋은 것이라는 뜻의 ′아바이′란 이름이 붙은 것으로 생각된다. ​


그리고 강원도의 ′오징어순대′는 돼지 창자 대신 오징어 몸통에 순대 소를 집어넣는 방식이 특징이다. ​


그 외에도 야채와 고기를 다져 두부와 함께 민어 속에 넣고 찐 ′어교순대′, 당면이 많이 들어가 걸지고 담백한 ′평안도순대′, 주로 대창에 소를 채우므로 큼지막한 것이 특징인 ′함경도순대′, 찹쌀대신 돼지고기를 갈아 넣은 ′개성순대′, 많은 재료가 들어가 푸짐하지만 기름진 것이 특징인 ′병천순대′, 순대소를 갈아 맛이 부드러워 소시지 맛이 나는 ′백암순대′, 보리ㆍ메밀ㆍ부추를 넣어 만든 ′제주순대′, 생태의 내장을 빼고 말린 후 그 안에 소를 넣어 만든 ′명태순대′ 등이 있다. 


아! 나는 불행하게도 이런 순대 중 60%는 못 먹었다. ​


어쨌든 순대국은 푹 고은 사골국물에 순대와 머리고기ㆍ목살고기ㆍ내장 삶은 고기 등을 잔뜩 넣고 팔팔 끓인 뒤 갖은 양념으로 간을 맞춘 뒤 먹는 우리 민족 고유의 음식이다. ​


무더운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린 후 힘이 없을 때 먹으면 힘이 불끈 쏟는 보양음식이다. ​


나쁜 병, 해독작용에 탁월한 효과 발휘하는 순대국은 굳이 여름철 뿐 아니라 계절에 관계없이 먹는 우리 민족이 즐겨 먹는 훌륭한 건강식이자 일종의 보약이다. ​


중국 명나라 시대 이시진(李時珍, 1518∼1593)이 엮은 약학서 ′본초강목′에는 “순대의 재료가 되는 돼지피는 빈혈과 심장쇠약ㆍ두통ㆍ어지럼증에 좋으며, 돼지는 간기능 저하ㆍ간염ㆍ빈혈ㆍ야맹증ㆍ시력 감퇴에 도움이 된다”고 적혀 있다.​


인산 김일훈의 의학사상을 정리한 의학서 ′본초신약′에는 “해독묘약 순대국, 돼지는 천상의를 융하여 나오므로 독성이 강한 부자를 먹여도 죽지 않는 해독의 강자이다. ​특히 돼지 창자국(순대국)은 공해독은 물론 사람 몸에 있는 나쁜 병까지도 치료해 주는 신비한 해독성을 지니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


이처럼 순대국은 영양가는 물론이고 약효까지 뛰어나 세계 어느 곳에 내 놓아도 조금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음식이다. ​


음식 전문가들은 이런 순대의 유례에 대해 몽골의 징기스칸이 대륙 정복 시 전투근무 식품으로 전장 기능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돼지의 창자에다 쌀과 야채를 혼합하여 말리거나 냉동시켜 휴대하여 기동전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시작된 음식이라고 하지만 지금 와서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


왜냐하면 이런 순대를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기 때문이다. ​


물론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음식들이 있긴 하지만, 아무튼 지금은 우리나라 전통식품이 되어버린 순대를 비롯한 순대국은 가축의 혈액을 포함하고 있어 소장에서 흡수가 용이한 철분의 훌륭한 공급원으로 빈혈이 우려되는 여성에게 적합한 영양식품이다. ​


그 외에도 순대는 육류ㆍ곡류ㆍ채소류가 골고루 함유된 식품으로서 제조방법에 따라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완전식품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비가 오고, 또한 속이 출출할 때 순대국은 겉보기가 조금은 허름하고 구수한 식당에서 먹어야 제격이다. ​


그리고 머리 허옇고 조금 두루뭉술한 할머니가 끓여주면 진짜 금상첨화다. ​


식당이나 주인이 너무 깔끔하면 맛이 떨어진다. ​


끝으로 야사이지만 세종대왕께서는 순대국을 가장 좋아하셨는데 옹주만 무려 오십명이 넘었다고 한다. 


대단한 정력을 가졌었나 보다. ​


그래서 본부인의 바가지 소리가 싫어 집현전이라는 사무실을 차리고 한글을 그렇게 열심히 만들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야사가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


분위기도 그렇지만 지난밤에 마신 술 때문에 속이 쓰려서 순대국이 더 더욱 간절히 그리운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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