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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성완종은 발가숭이들의 희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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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5-04-2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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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벗은 아이들이 거미줄 테를 들고 개천을 왔다갔다하며

발가숭아 발가숭아. 저리 가면 죽고 이리 오면 산다.

부르는 것이 발가숭이로다.

아마도 세상 일이 다 이런 것인가 하노라.”


이 사설시조는 조선 후기 약육강식의 험난한 세태를 풍자한 글로서 『청구영언』에 나온다. 어린아이들이 잠자리를 잡으려고 하면서도 잠자리가 자기들에게 와야 산다고 하는 것은 역설적 상황이다. 실제로 잠자리가 살려고 하자면 어린이들로부터 도망쳐야 하기 때문이다.


성완종 전 회장은 발가숭이와 같은 존재다. 그는 비주류의 삶에서 주류가 되고자 높으신 어른신들과 인맥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아마도 고관대작들은 성 전 회장에게 “발가숭아 발가숭아. 저리 가면 죽고 이리 오면 산다”고 유혹했을 것이다.


성 전 회장도 자신의 선택이 사업을 번창하고 권력의 핵심으로 들어가는 지름길로 생각하고 엄청난 정치자금을 뿌렸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은 다른 발가숭이의 꾐에 빠져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세상만사는 발가숭이 아이들이 다른 발가숭이인 잠자리를 잡으려고 노력하는 서로 믿을 수 없는 약육강식의 정글이다. 아마도 오늘도 성 전 회장이 했던 일을 어디에선가 똑같이 행 하고 있는 또 다른 발가숭이들이 있을 것이다. 결국 또 다른 발가숭이의 먹이가 될 것이지만 말이다.


오늘도 약육강식의 정글은 계속된다<윤명철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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