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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대통령의 신년사와 수주대토(守株待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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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5-01-1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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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송나라에 한 농부가 살았다. 그 사람의 밭 가운데 나무 그루터기가 하나 있었다.

어느날 갑자기 토끼 한 마리가 마구 달려와서 그루터기를 정면으로 들이받고 목이 부러져 죽었다.

 

이 모습을 본 농부는 농사를 포기하고 토끼가 또 와서 부딪쳐 죽기를 기대하며 서서 기다렸다. 그러나 농부가 원하는 바와 달리 더 이상 토끼가 부딪쳐 죽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농부는 다른 사람들의 웃음거리만 됐다.

 

한비자는 이 수주대토(守株待兎)의 고사를 사례로 들며 "만약 우리가 옛날의 통치방법으로 오늘날의 민중을 다스리려고 한다면, 우리는 이 농부와 똑같은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법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뀌어야 하고, 정치는 현재의 긴박한 사정에 부합해야 한다"며 실용적이고 능동적인 법과 제도의 운용을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신년사를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의혹과 김영한 민정 수석의 항명사태의 중심에 섰던 김기춘 비서실장과 3인방 비서관에 대해 무한 신뢰의 뜻을 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김 실장에 대해 "사심이 없는 분"이라고 치켜세우며 교체 의사가 없음을 밝혔고, 3인방에 대해선 "그런 비리가 없을 거라고 믿었고, '진짜 없구나' 확인했다"며 일축했다.

 

결국 야당과 일부 여권이 요구했던 인적쇄신론은 박 대통령의 한마디로 끝났다. 당분간 청와대 비서실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이번 선택이 향후 정국운영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현재 긴박한 국내외 정세에 적합한 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생긴다. 야권의 공세가 더 거세져 정국안정에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권의 청와대 비서실은 유난히 시끄럽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인물들이 이렇게 언론에 주목을 받은 적이 있었던가? 국민이 원하는 것은 소리 없이 강한 대통령의 비서진들이다. 원래 빈 수레가 시끄러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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