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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정부공사, 성실납세자에 입찰 우선권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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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2-05-2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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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국 조달청 기술심사팀장

 

 


세금에 대한 기록은 기원전 4000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메소포타미아의 한 부족장은 점점 불어나는 세금을 일일이 기억할 수 없게 되자, 고민 끝에 점토판에 세금을 그림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세금의 역사는 세금회피의 역사’라는 말도 있듯 아무리 고민해 과세하려 해도 피하는 방법도 그 만큼 진화하게 마련이다. 즉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조세를 회피하기 위해 교묘하게 방법을 개발해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금을 내야 하는 쪽과 세금을 걷어야 하는 정부 사이에는 늘 팽팽한 신경전이 존재했던 것이다.

 

1696년 영국의 윌리엄 3세는 창문세로 유명하다. 부유층의 큰 집은 창문이 많은 것에 착안해 창문에 세금을 부과했다. 부자들은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창문을 막아버렸고 그로 인해 창문이 막혀 있는 17세기 영국의 고택들이 남아 있게 됐다.

 

 17세기 네덜란드의 건물이 좁고 긴 이유도 세금 때문이다. 당시 건물의 너비로 세금을 부과하자 건물을 좁고 높게 짓기 시작했고 좁고 위로 긴 건축은 현재 네덜란드의 상징이 됐다.

 

네덜란드 정부는 나중에 커튼의 길이로 이러한 세금회피를 보완했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납세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야만 국가가 존립할 수 있고 발전할 수 있음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얼마 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회사인 페이스북을 찾아가 ‘국민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이때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와 의미심장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솔직히 말해 나와 저커버그 같은 사람들은 세금을 더 내야 합니다.”라고 운을떼자 “찬성합니다”라고 마크 저커버그가 즉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커버그뿐 아니라 선진국 거부들은 납세의 의무를 성실히 지키며 오히려 스스로가 부자 증세를 외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선진국은 세금이란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탈세는 가장 비난받는 범죄행위로 다뤄지고 있다. 세금에 대한 책임감이 높은 만큼 선진국의 경우 납세자로서의 자부심도 매우 높다.

 

국가에 대해 청원할 일이 있으면 그 첫머리에 “납세자인 나는”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국가의 재정’을 ‘납세자의 돈’으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 최근 조세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성실 납세의식을 지닌 사람은 절반을 약간 웃도는 52.2%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가능하면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다’(39.9%),

 

 ‘빼앗기는 기분이 들어서 내고 싶지 않다’(7.7%)로 응답, 납세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공공시설 공사 입찰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2008년도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내용을 보면 조달청 발주 공사를 수주한 업체의 4.6% 정도가 체납 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 징수법 및 지방세 기본법 상 대금지급 전에만 발주처에 완납증명서를 제출하면 되지 굳이 입찰 단계에서 서둘러서 체납액을 납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납세자의 돈’인 국가 재정으로 세금 체납자에게 공공시설 공사를 맡기는 셈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성실납세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국세청은 고액·장기 체납자에 대해서는 그 명단을 공개하고 그 기준을 점차 강화하고 있다.

 

탈세자에 대한 엄격하게 다루는가 하는 반면 성실납세자에 대해서는 세무조사 유예와 같은 여러 가지 우대 혜택을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공공시설 공사도 성실 납세자들에게 입찰 우선권을 주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공공조달의 기본원칙은 가격과 품질 경쟁력이다. 여기에 공정성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조달청은 공공시설 공사 낙찰자 선정 시 시장을 교란시키는 부정당 업자와 각종 법규 위반자 심사 시 감점 처리하는 등 공정성을 강화해 가고 있다.

 

그렇듯 세금 체납업체들이 공공공사 입찰에 참가할 때 성실하게 납부한 업체와 동등하게 대접받는다면 그 제도는 불합리한 것이 아닐까. 영국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에선 체납업체의 공공 조달 참여가 원천 봉쇄되고 있다.

 

선진국을 측정하는 기준으로 국민소득이나 경제규모, 교육수준 등 객관적 지표가 있겠지만 국민의 의식수준도 매우 중요한 기준이라 할 수 있다.

 

조달청의 새로운 제도가 국민들이 납세 의식을 높이고 선진 시민 의식을 갖추는데 일조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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