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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외팔로 헌혈 30년…매월 2차례 총 37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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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2-01-19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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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할 수 있는 오른팔이 남아 있다는 것이 저에겐 큰 행운이죠.”

충북 청주 서정석(56)씨는 헌혈을 많이 한 공로로 지난해 12월18일 ‘우리사회 생명나눔을 실천한 유공자’ 24명 가운데 1명으로 선정돼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우리나라 최다헌혈자는 따로 있지만, 그가 상을 받게 된 배경에는 숨은 사연이 있었다.

그는 왼쪽팔이 없는 외팔이다. 1977년, 나이 23살 때 온갖 생활고와 실연의 상처 등으로 괴로워하다 술김에 달리던 기차에 몸을 던져 자살을 시도했다. 사고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주위 사람들의 애간장을 태웠는데, 다행히 28일만에 눈을 떴다. 깨어나보니 집이었고 왼쪽팔은 없었다.

“사고 이후 한 1년을 방황했죠. 어머니, 아버지께 못할 짓을 했다는 자책감에도 빠졌었죠. 그 뒤 자살 전 가지고 있었던 시련을 모두 털어버리고 새로 출발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그래서 전에 못했던 공부를 시작했다. 79년 검정고시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는 3년을 꼬박 다녀 졸업장을 받았다. 그 이후 중간에 중단하긴 했지만 방송통신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했고, 믿음을 갖게 되면서 여의도순복음 교회에서 운영하는 선교학교를 4년 간 다니며 신학을 공부했다. 지금도 방통대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등 그의 학구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씨가 헌혈을 시작하게 된 것은 길을 걷다가 우연히 헌혈 캠페인을 보고 나서다. “그렇게 죽다 살아난 것도 운명이라고 생각했어요. 운명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됐는데, 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마침 캠페인을 본거예요. 그래서 ‘내 남은 팔로 헌혈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죠.”

1982년부터 시작한 헌혈은 처음엔 부정기적이었다. ‘피를 자주 뽑으면 몸에 안좋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헌혈에 대한 책을 접하고 나서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됐음을 알게 됐고, 격주에 1회씩 정기적으로 헌혈의 집을 찾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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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석씨는 매월 2회씩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며, 삶의 의미를 되새긴다고 말했다. 자료사진

“머리카락이 빠지고 다시 나는 것처럼 우리 혈액도 수명이 있어요. 적혈구는 120일, 백혈구는 2주, 혈소판은 10여일 정도 되면 없어져요. 어차피 기간이 되면 없어지는 것을 아낄 필요가 없는 거죠.”

따로 헌혈 공부를 할 만큼 애착이 대단한 서씨는 “우리나라는 헌혈인구가 부족해 연 120억원 어치 정도의 피를 수입한다고 들었다”며 “지금보다 헌혈인구가 2배는 늘어야 자급이 가능할텐데 내가 헌혈 전도사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머니,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혼자 남게 된 서씨를 지탱해 준 것도 헌혈이었다.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끈기를 가지고 끝까지 했던 일이 별로 없어요. 중간에 포기하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헌혈만큼은 끝까지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었거든요.”

그는 “헌혈을 할 수 있는 나이가 통상적으로 69세”라면서 “그때까지 매달 2번씩 하면 600회를 채우는데는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나 헌혈할 수 있는 게 아니예요. 건강하지 못하면 헌혈도 못해요. 제가 지금까지 377회나 헌혈했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하다는 증거 아니겠어요?”

고물상에서 분해작업 일을 하며 받는 임금과 정부지원금으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는 서씨는 오랜기간 간직하고 있는 꿈이 있다. 기존 교회들처럼 화려하지 않으면서 신앙의 힘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선교회를 운영하는 것이다. 그는 인천과 부산에서 노숙자 등을 돕는 선교회에서 활동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많이 부족해요. 좀더 배우고 익혀서 힘들고 어렵게 사는 이웃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김판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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