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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소믈리에·막걸리 소믈리에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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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0-04-1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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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로 ‘맛보는 사람’을 뜻하는 소믈리에(Sommelier). 흔히 와인 감정사를 뜻하는 말이다. 최근 한식 세계화의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 대표 먹을거리인 김치와 막걸리 소믈리에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대한민국 전통음식을 지키고 알리는 김치와 막걸리 소믈리에가 되고 싶다면 이렇게 도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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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소믈리에|표준화·체계화로 세계시장 개척

‘한국의 전통음식’ 하면 가장 먼저 김치를 떠올릴 만큼 김치에 관한 한 너도나도 전문가를 자처한다. 김치는 그만큼 명실상부 ‘국가대표’ 음식이다. 웬만한 가정의 주방마다 한 자리를 꿰차고 있는 김치냉장고는 그 애정의 증표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다른 음식도 아니고 과연 ‘김치 소믈리에’가 존재할까 의심스러웠지만, 지난해 10월 세계음식문화연구원이 처음으로 김치 소믈리에 과정을 도입했다.

김치 소믈리에는 김치에 대한 전문지식과 조리 실력을 갖추고 김치의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음식점을 운영하거나 김치를 판매하는 사람들에게 특정 음식과 잘 어울리는 김치를 추천해주거나 조리법을 전수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 김치 소믈리에는 김치는 물론 한식(韓食)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음식의 맛과 특성, 조리법, 식재료 구입 및 관리법 등을 모두 꿰뚫고 있어야 한다.

김치 소믈리에 교육과정은 세계음식문화연구원이 개설한 8주 수업을 들은 뒤 이론과 조리실습 등 1, 2차 필기와 실기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수강료는 1백만원을 웃도는 만만치 않은 액수지만 음식점 업주, 요리사, 김치 판매업자, 식품영양학자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참가하고 있다.

세계음식문화연구원 양향자 이사장은 “김치는 우리 대표 음식이지만 몇몇 장인을 제외하면 전문가는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최근 수입산 저가 김치의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지식으로 무장한 김치 소믈리에를 육성해야 우리 고유의 김치 맛을 지켜나가는 동시에 전 세계에 김치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치를 비롯한 한식은 각 지역 전통음식의 조리법이 대부분 구전으로 전해지거나 눈이나 손으로 계량돼온 탓에 우리 고유의 맛이 제대로 전수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김치 소믈리에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전국 각 지역의 김치 맛과 특성을 연구해 표준화, 체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원 측은 설명한다.

지난해 11월 김치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한 오금자(45) 씨는 “김치는 한국인의 식탁에 매일 오르는 음식이지만, 정작 김치 담그는 방법에 대한 체계적인 레시피는 찾아볼 수 없었다”며 “김치 소믈리에 교육을 통해 평소 몰랐던 다양한 종류의 김치와 속재료를 알게 된 것은 물론, 눈대중이 아닌 무게나 용량 단위의 정량화된 조리법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 식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한식 세계화도 김치 소믈리에의 역할 중 하나라고 양 이사장은 강조한다. 우리 김치를 일본인들이 ‘기무치’라고 주장했던 것도 우리가 음식에 얽힌 역사와 문화에 대해 충분히 ‘스토리텔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와인 소믈리에의 존재가 와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인 것처럼 김치 소믈리에도 한식 세계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막걸리 소믈리에|막걸리 열풍의 최전선 지킨다


 
 
최근의 선풍적인 막걸리 열풍에 힘입어 막걸리 소믈리에라는 말도 새로 등장했다. 술 평론가 허시명 씨가 운영하는 ‘막걸리 학교’는 국내 최초로 막걸리 소믈리에를 양성하고 있다. 막걸리 열풍으로 막걸리 주조법을 가르치는 곳은 늘었지만, 막걸리의 맛과 향을 감별하고 입맛에 맞는 술을 권해주는 교육을 실시하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내 생애 첫 술 빚기’ ‘막걸리 양조장을 찾아서’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막걸리 학교는 주 1회 2시간씩 10회 강좌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10월 처음 문을 연 이래 얼마 전 수료한 3기까지 막걸리 학교를 거쳐 간 사람은 1백20명. 1기 모집 당시부터 소문을 듣고 온 지원자들로 접수 이틀 만에 마감된 데 이어 2기 모집 때는 접수 시작 10분이 채 되지 않아 수강 인원이 다 찼다.

막걸리 대중화 기여 여부를 자체 판단해 심사를 거쳐 선발한 3기의 경우 수강 인원을 10명 늘려 40명을 뽑기로 했지만 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양조장 운영자, 막걸리 주점 운영자, 발효음식을 전공하는 요리 전문가, 레스토랑 요리사, 채소를 길러 먹듯 손수 술을 빚어 마시고픈 애주가에 이르기까지 수강생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심지어 매주 일본에서 날아와 수업을 듣고 가는 열혈 수강생까지 있을 정도다.

지난 3월 서울 명륜동 막걸리 학교에 들어서자 강좌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양조장에서 일을 배우고 있다는 김동교(37) 씨는 “와인이 체계적인 등급화와 평가 시스템을 통해 고급화와 대중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막걸리도 열풍을 이어나가려면 맛과 품질의 체계화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특히 막걸리 소믈리에가 앞장서서 막걸리의 다양한 맛과 향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막걸리 학교는 진정한 ‘막걸리 소믈리에’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좀 더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춘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이르면 올 상반기 안에 교육과정을 새로 개설할 계획이다.

허시명 교장은 “막걸리가 한국 대표 전통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려면 막걸리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뛰어난 감각을 통해 생산자까지 선도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보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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