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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군인아저씨 선생님 덕에 열공에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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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1-04-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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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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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군 봉양 푸른나무지역아동센터. 이곳에서 돌봄을 받는 아이들은 매주 수, 목요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학교 선생님도 학원 선생님도 아닌 군인아저씨들이 그들의 공부를 도와주기 위해 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주둔하고 있는 육군 36사단 예하부대에서 현역으로 근무하고 있는 황상기 병장과 변재호 상병, 이동현 일병은 각각 수학, 영어, 과학 과목을 맡아 이곳 초등학생, 중학생 20여명의 학습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어제 학교에서 단원평가 시험을 봤는데요. 너무 많이 틀렸어요.”(최유화.중1)
“어디 보자. 최소공배수, 최대공약수 문제이네.”(황상기 병장)

황 병장은 유화 학생이 틀렸다는 문제들을 차근차근 설명해 나갔다. 질문과 대답이 몇번 오간 뒤, 유화 학생은 문제의 뜻을 이해하고 곧바로 풀이과정을 통해 답을 찾아냈다.

“선생님, 이렇게 풀면 되는 거예요?”
“그렇지, 그게 답이야.”
“와, 쉬운 문제였네.”

유화 학생은 학교 배드민턴부여서 공부하는 시간보다 운동하는 시간이 더 많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에 비해 학교 진도를 따라가기가 벅차다. 다행히 군인 아저씨들이 매주 숙제도 봐주고 모르는 문제 풀이도 해주니 요즘 공부에 재미를 붙였다.

“오늘 확실하게 배우고 갈려고요. 집에 가서 복습도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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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재호 상병이 김량희 학생(중1.가운데) 등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김량희 학생(중1)은 초등학교 교사가 꿈이다. 학교 수업도 착실히 듣고 성적도 좀 괜찮다. 하지만 학원 다닐 정도로 가정형편이 좋은 것은 아니여서 사교육은 꿈도 못군다.

“영어가 좀 어렵게 느껴졌었는데, 군인아저씨가 영어 공부를 도와주니까 흥미가 생겼어요.”

량희 학생은 수업시간에 변재호 상병이 ‘누가 대화문을 읽어보겠느냐?’고 물었을 때 자신있다는 듯이 손을 번쩍 들었다.

과학은 초등학생들이 좋아하는 과목이다. 수학과 영어가 교과서 위주로 진행되는 것과는 달리, 과학은 직접 실험도 하고 서로 대화를 통해 실험결과에 대해 원리를 배우는 게 꽤 재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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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맡은 이동현 일병이 초등학생과 재미있는 실험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

“오늘은 싸인펜을 가지고 실험을 해 볼거예요. 노란색은 무슨 색으로 만들어졌을까요?” 아이들은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노란색’이라고 대답했다.

“그럼 실험을 통해 한번 알아볼가요?” 이동현 일병은 원두커피 필터종이를 아이들에게 한 장씩 나눠주고 거기에 여러가지 색의 싸인펜으로 줄을 긋고 물속에 담아보도록 했다. 몇 분후 싸인펜 색이 종이에 번지면서 노란색이 나타났다.

“봐요, 무슨 색 싸인펜이 번지면서 노란색이 됐죠?”
“빨강색이랑 초록색이요.”

이 일병은 토, 일요일 자유시간을 활용해 실험과제를 직접 찾아내고 도구도 직접 준비한다. 주로 주변에서 실험재료를 조달하고 있지만, 필요한 도구가 없을 때에는 사비를 털어 준비하는 등 열의가 대단하다며 센터 관계자들이 칭찬한다.

이 일병은 “아이들이 실험결과에 대해 100% 이해를 못해도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어렸을 때 과학에 대해 흥미를 잃고 따분해 하면 고학년이 돼서 많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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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기 병장, 변재호 상병, 이동현 일병은 정선 아이들에게 학습도우미이자 인생 멘토이기도 하다.

군인 아저씨들과 학생들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 1월. 센터에서 학습도우미 지원을 요청하자 많은 군인들이 자원을 해 자격심사 등 선발절차를 별도로 치뤄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초기에는 군복 때문인지 아이들과 서먹했다. 재미 있는 이야기를 썩어가며 수업을 하자 금새 친해져 지금은 수업이 끝나도 헤어지기가 아쉽다.

황 병장은 “대학에서 특수교육학을 공부했고 개인적으로 ‘이런 경험을 한번 쯤 해봐야 겠다’고 생각해 자원했다”며 “지금은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변 상병은 “학습도우미 하면서 군생활이 더욱 즐거워 졌다”며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누군가에게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도 기쁘고 값어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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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민 학생이 그린 황상기 병장.

아이들끼리 어느 군인아저씨가 제일 좋은지 ‘인기투표’도 한다. 황 병장이 좋다는 아이들, 변 상병이 좋다는 아이들, 이 일병이 좋다는 아이들의 수가 엇비슷해 기분 나쁘지 않다. 유은민 학생(중1)은 “황 병장이 제일 좋다”며 연습장에 얼굴 그림까지 그려 보여줬다.

전영아 센터장은 “이곳에는 한부모 가정이나 조손 가정 아이들이 많다”며 “학원이 있어도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원 다닐 엄두를 못내는 게 이곳 아이들인데 이렇게 군인아저씨들이 학습도우미 역할을 맡아줘 여간 좋은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이들이 지니고 있는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군인아저씨들이 멘토역할도 해주고 있다”며 “특히 아빠가 없는 남자 아이들은 아빠처럼 생각하고 잘 따른다”고 전했다.

군인 아저씨들은 정선 아이들에게 학습도우미이자 삶의 도우미 역할도 하고 있는 셈이다.

김판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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