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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SSM 사업조정제’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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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09-10-08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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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7월 16일 인천수퍼마켓협동조합은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에 입점하려던 홈프러스 익스프레스에 대해 사업조정 신청을 중소기업청에 제출했다. 이후 홈프러스 익스프레스는 일시정지 권고를 받기 전에 자진해서 개점을 보류했다.
기업형수퍼마켓(SSM,super super market)이 지난 2000년 이후 196개에서 지난해 477개로 증가함에 따라 전통시장을 포함한 골목상권이 급속도로 위축되어 가던 상황에서 SSM의 확장에 급제동이 걸린 것이다.

지금까지 골목상권에서 생계를 유지하던 수퍼마켓 등 중소상인들은 SSM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대응수단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매출감소와 생계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대형유통점에 시장을 고스란히 내주었던 상황에서 중소상인들이 탈출구를 마련한 것이다. 사업조정제도를 통해서 SSM의 급속한 확산에 속도조절이 가능했던 것이다. 올 7월 16일 이후 10월6일 현재까지 SSM 관련 사업조정은 총 66건이 접수되었다.

중소상인들이 SSM의 확산에 대한 규제를 요구하는 것은 대형 유통매장과 SSM이 지역경제의 유통을 독점하게 되면 이들 매출액의 대부분이 외지로 빠져나가 지역경제가 훼손되고 납품단가 인하로 인해 중소납품업체의 경영 악화가 초래되고 골목상권의 구멍가게·수퍼마켓 등이 폐업하면 실업이 발생하여 이로 말미암아 지방경제의 건전성이 크게 위축되기 때문이다.

SSM 보다 전통시장 상품의 가격이 평균 15.4% 싸다는 조사결과가 말해주듯이 SSM과 골목상권이 적절히 공존할 때 소비자들의 선택권과 후생이 증가한다. SSM이 지역 골목상권을 독점하여 영세한 구멍가게·전통시장 등의 상인들이 모두 퇴출된다면 오히려 소비자들의 선택권과 후생은 감소할 우려가 있고 더욱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품목별 전통시장 vs 대형마트 가격 비교 결과(2009.9월 중소기업청 발표).
품목별 전통시장 vs 대형마트 가격 비교 결과(2009.9월 중소기업청 발표).


사업조정제도는 이같은 상황에서 SSM과 중소상인들간의 분쟁을 최소화하고 원만한 사회적 합의를 통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필요하다. 그동안 영세상인들이 생계를 유지하던 사업영역에 대기업등의 과도한 진출로 인해 발생한 분쟁을 조정함으로써 중소상인들의 사업활동 기회와 영역을 적정하게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대기업이 진출하려는 업종의 중소상인이 대기업과 어느 정도 대등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간이 필요한 것이다.

사업조정제도가 대기업에 과도하게 불리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사업조정으로 대기업이 입는 불이익은 진출하려는 업종의 진출방식이나 시기가 조정되어 영업에 일부 곤란 내지 지연을 겪게 된다는 것이고, 반면 사업조정으로 인한 공익은 유예기간 등 조정을 통해 지역의 중소상인들이 대기업과 어느 정도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거나 대기업의 진입에 대비할 여지를 확보함으로써 중소상인들 상당수의 경영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익은 대기업이 입는 불이익보다 훨씬 크다고 할 것이다.
SSM의 진출로 인한 분쟁이 발생한 경우 수퍼마켓협동조합 등 중소기업자단체등이 시·도지사를 통해 사업조정신청을 하면, 시·도지사가 지역실정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조정을 위해 사전조정협의회를 설치하여 신청인(중소기업단체등)과 피신청인(대기업등)간의 자율조정을 유도 한다.

자율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중소기업청의 사업조정심의회를 통해 조정권고안을 마련하고 시도지사의 권한으로 조정권고를 하게 된다. 조정권고에는 사업진출의 시기 연기 또는 유예기간 부여, 판매량 또는 점포면적 조정, 취급품목 조정, 휴일영업 및 영업시간 조정 등이 가능하다. 다만 이같은 조정안은 시·도지사의 권고안을 기준으로 마련된다.

그러나 사업조정제도는 대기업이 위법한 행위를 했다거나 부당한 영업행위를 조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중소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업종에서 단시일 내에 급격하게 발생하는 피해에 의해 초래되는 부작용을 상생의 차원에서 조정하자는 것이다.

중소기업들도 이러한 제도의 취지를 이해하고 사업조정제도를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를 하기 보다는 매장 및 서비스 업그레이드 등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방안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대기업의 양보도 필요하지만 중소상인들의 노력을 통한 양자간 상생방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당초의 우려와는 달리 부산의 용호시장과 농협하나로마트, 경상북도 포항의 경우와 같이 자율조정의 성공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포항수퍼마켓협동조합과 탑마트 포항점은 자율조정을 통해 구두합의를 이끌어 내는 성과를 얻었다. 양당사자의 일보 양보가 이보전진을 이룬 것이다.

정부는 양당사자의 불이익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지역의 사업조정제도가 원만히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지역별 상생협력 모델을 통한 합의도출, SSM에 대한 등록제 도입, 지역 중소상인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방안 마련, 민간차원의 대·중소유통 상생방안 합의 유도를 통해 중소상인들을 보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황보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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