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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소·닭·돼지 보기를 금 같이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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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0-05-07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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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 축산업은 바이오공학 기술을 접목해 더 맛있고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한다. 뿐만 아니라 형질전환 동물을 이용한 바이오 신약과 장기 생산, 미래 유전자원 전쟁에 대비한 한국형 종축 선발 등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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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축산과학원은 지난 1월 10일 장기이식용 형질전환 복제 미니돼지의 2세 생산에 성공했다. 올해 태어난 4마리의 미니돼지는 지난해 4월 국내 최초로 탄생한 초급성 면역거부반응 유전자제어 형질전환 복제 미니돼지 ‘지노(Xeno)’의 새끼들로, 이 중 2마리는 지노와 같은 초급성 면역거부반응 유전자가 제어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초급성 면역거부반응이란 미니돼지 장기를 인체에 이식했을 때 인체의 면역 시스템이 돼지에게는 있고 사람에게는 없는 알파갈이라는 항원을 공격해 몇 분에서 몇 시간 안에 이식된 장기를 죽게 만드는 반응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니돼지 체세포에서 유전자 조작으로 알파갈 전이효소 유전자 2개 중 1개를 없앤 뒤 핵을 제거한 돼지 난자에 주입해 수정란을 만들고 대리모 돼지에 이식해 탄생시킨 것이 지노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장기이식용 형질전환 복제 미니돼지를 만든 데 이어 후대까지 생산한 것은 우리나라의 장기이식용 형질전환 복제 미니돼지 생산 시스템이 그만큼 안정됐음을 뜻한다.


장기이식용 미니돼지 성공시 ‘70억’ 절감

지노와 지노 후대는 유전자의 절반만 제어되는 이형접합자(Hetero)로, 지노 후대 암컷을 지노와 교배하면 초급성 면역거부반응 유전자가 완전히 제어된 동형접합자(Homo)를 생산할 수 있다.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바이오공학과 박수봉 과장은 “계획교배로 내년쯤이면 초급성 면역거부반응 유전자가 완전히 제어된 돼지가 생산되고, 2013년부터는 연간 30마리의 부분장기(췌도, 판막, 피부이식 등)이식 연구용 돼지가 안정적으로 공급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장기적으로 급성혈관성 또는 세포매개성 거부반응이 제어된 형질전환 돼지와의 교배를 통해 고형장기(심장, 신장, 간 등)의 전(前)임상 연구가 가능한 다중형질전환 돼지의 생산 계획도 수립하고 있다.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2만명이 넘고, 장기이식 대기자 중 한 해 평균 8백17명이 사망한다. 바이오 장기 연구는 장기밀매 등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수명을 연장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혈우병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는 형질전환 돼지도 개발해 특허를 얻었다. 혈우병 치료제인 제8응고인자와 치료제의 안정성을 높이는 폰빌리브란트인자를 생산하는 형질전환 돼지를 각각 개발해 교배함으로써 두 치료제를 모두 가진 다중형질전환 돼지 생산에 성공한 것.

이 돼지의 유즙에서 혈우병 치료제 원료물질을 생산한다. 현재 혈우병 치료제 생산용 형질전환 돼지의 계통을 확보해 순수혈통으로 분리 보존하고 있으며, 산업화를 위한 실용돈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혈우병 치료제는 세계 단백질 신약 5위 제품으로, 혈우병 치료제를 생산하는 다중형질전환 돼지는 마리당 최소 3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지녔다. 대량 정제기술과 임상실험에 성공하면 약 4조원 규모의 세계 혈우병 시장에 도전할 수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돼지 생산량을 늘리고 폐사를 막을 수 있는 기술과 세계 최고의 쇠고기를 생산하는 분자영양학적 기법 등도 개발하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돼지 생산량을 늘리고 폐사를 막을 수 있는 기술과 세계 최고의 쇠고기를 생산하는 분자영양학적 기법 등도 개발하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이와 함께 바이오 장기 생산을 위한 재래돼지 계통을 선발하고 있다. 바이오 장기 연구에 이용되는 미니돼지는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로열티 지불 등 많은 제약이 있다. 현재 면역 관련 유전자 집합체가 고정된 바이오 장기 생산 연구용 돼지 2개 계통이 개발돼 혈통 등록을 완료한 상태. 박수봉 과장은 “국산 바이오 장기용 미니돼지 생산은 10년 이상 걸리는 작업이지만, 수입 미니돼지를 대체해 70억원 이상의 외화 지출을 줄이고 국내 바이오 장기 생산 연구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래돼지의 복원은 고품질 돼지고기를 생산하기 위한 씨돼지 개발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씨돼지가 부족해 해마다 1천8백여 마리의 씨돼지를 미국, 캐나다 등에서 수입한다. 하지만 외국에서 도입된 씨돼지는 국내 환경 적응성이 약한 데다 고유 유전자원의 보존을 위해서도 멸종 위기에 있는 재래돼지의 복원이 필요하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국내 환경에 잘 적응하고 고품질 돈육을 생산할 수 있는 씨돼지 ‘축진듀록’을 개발해 돼지인공수정센터를 통해 정액을 보급하고 있다. 축진듀록은 육질등급 향상으로 농가 소득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는데, 1백 마리의 축진듀록을 사육하는 경우 연 3천2백만원의 추가소득을 얻고 있다.

또 복원한 재래돼지 ‘축진 돈’은 강원도 산우리 클러스터 사업단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재래돼지 사육기술 지원, 실증시험 등을 수행하고 있다.

돼지뿐 아니라 닭도 재래종을 복원, 개량해 ‘우리맛닭’을 개발했다. 우리맛닭은 국립축산과학원에서 15년간 추진한 종자개발사업의 첫 결과물로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콜라겐 함량이 높아 육질이 쫄깃한 게 특징이다.

우리나라 닭고기 및 달걀 생산에 이용되는 종자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2008년의 경우 닭 종자 수입량은 41만9천 마리(약 56억원)에 이르렀다.

고품질 돈육 생산과 고유 유전자원 보존을 위해 멸종 위기에 있던 재래돼지를 복원해 보급하고 있다.
고품질 돈육 생산과 고유 유전자원 보존을 위해 멸종 위기에 있던 재래돼지를 복원해 보급하고 있다.
1994년부터 1997년까지 국내 여러 대학과 국립축산과학원의 닭 육종 전문가들은 ‘재래닭 고품질 육용화연구’ 사업을 공동 추진해 국내 각지에서 종란 1만3백53개를 수집했다. 이 가운데 5품종 9계통을 복원해 2004년 유엔 산하 세계식량농업기구에 등록해 종자 주권을 확보했다. 우리맛닭은 복원한 순종 3개를 합성한 1호 종자다.

현재 우리맛닭의 종계는 3만3천2백 마리를 보급했고, 종계가 낳은 달걀을 부화시킨 실용계는 2012년까지 6백만 마리를 보급할 예정이다. 총 6억 마리에 달하는 국내 닭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하지만 실용계가 6백만 마리만 생산해도 연 36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

국립축산과학원 김학규 박사는 “우리맛닭은 맛좋은 고품질 닭으로 특화돼 보급이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며 “수입 대체와 유전자원 보존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 단위 보증씨수소 선발·보급

수입 대체와 유전자원 보존을 위해 수입에 의존하던 씨오리를 대체할 토종 국산오리도 개발 중이다. 오리 산업은 2008년 1조1천5백44억원에 달해 농림업 생산액 중 7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오리고기 생산에 이용되는 씨오리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2009년 토종오리와 육용오리를 교배해 고품질의 신품종 토종오리를 개발했다.

김 박사는 “올해 3천만 마리의 토종 씨오리를 통해 3백만 마리의 실용오리가 보급될 것”이라며 “2015년까지 오리 종자 자급률을 30퍼센트까지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우와 젖소도 국가 단위의 보증씨수소를 선발해 보급하고 있다. 한우와 젖소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우수한 보증씨수소에서 생산한 정액 공급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는 국가단위의 검정과 유전능력 평가를 실시해 우수한 보증씨수소를 선발한다. 또 유전능력이 우수한 한우 보증씨수소에서 매년 2백만 개, 젖소 보증씨수소에서 매년 30만 개의 정액 스트로를 생산해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한우 및 젖소 농가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국가 단위의 검정과 유전능력평가를 실시하고 우수한 부증씨수소에서 생산한 정액을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한우 및 젖소 농가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국가 단위의 검정과 유전능력평가를 실시하고 우수한 부증씨수소에서 생산한 정액을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한우 보증씨수소 정액을 이용하면 비육 기간이 단축되고 고기량이 증가하며 육질이 좋아진다. 18개월 된 한우의 체중은 1970년 2백90킬로그램에서 2007년 5백67킬로그램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또 젖소 보증씨수소 정액 보급으로 젖소 한 마리의 우유 생산량은 1985년 5천4백12킬로그램에서 2007년 9천5백56킬로그램으로 많아졌다.

축산과학기술원은 국내 주요 가축에 대한 유전체 정보를 확보하고 유전적 특징을 활용한 한국형 종축 선발에 나서고 있다. 한우의 경우 유전체 특성을 규명함으로써 최고급 쇠고기를 생산할 수 있는 한우 선발기법을 개발하고 있으며, 돼지는 고객 맞춤형 돈육 생산이 가능하도록 우수 종돈 선발을 위한 유전자 판별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우의 유전체 지도는 지난 3월 완전 해독됐고, 재래돼지의 유전체 지도도 오는 9월이면 완성된다.

국립축산과학원 장길원 박사는 “유전체 해독을 통해 국산 종돈을 선발함으로써 수입 종돈의 30퍼센트만 국산 종돈으로 대체해도 연간 약 10억원의 외화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품종 개량해 육질 향상·수입 대체 효과도

쇠고기를 취급하는 음식점이나 유통매장에서도 이동형 진단시스템을 통해 즉석에서 신속하게 한우를 판별할 수 있다.
쇠고기를 취급하는 음식점이나 유통매장에서도 이동형 진단시스템을 통해 즉석에서 신속하게 한우를 판별할 수 있다.
한우와 젖소의 유전자 분석은 가짜 한우고기 판별에도 사용된다. 실제로 2002년 약 17퍼센트이던 젖소고기의 한우고기 둔갑률이 2009년엔 1퍼센트까지 떨어졌다. 또 한우와 수입우 판별 유전자 분석기법을 대형 음식점, 대형 마트 등 수입쇠고기를 유통하는 1천5백15곳에 적용한 결과 1백 퍼센트 판별율을 보였다.

국립축산과학원은 한우 판별기법의 실용화를 위해 판별키트 ‘참한우지기’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농산물품질관리원 등 단속기관에서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에 활용함으로써 단속 기능을 강화하고 있으며, 쇠고기 이력제의 개체 식별을 위한 DNA 동일성 검사에도 활용하고 있다.

그 밖에도 축산 바이오공학 기술을 활용해 우량 한우 체세포를 이용한 복제한우를 생산했으며, 유성분, 체세포 수, 항생제 유무 등을 현장에서 바로 측정할 수 있는 우유 품질분석기도 개발했다. 또한 한우의 수태율을 높이기 위한 발정 및 수정 적기진단 키트,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건강한 돼지를 생산할 수 있는 항생제 저감 사육 기술, 잔류농약 등 위해물질을 현장에서 신속하게 판정하는 바이오센서 기술 등을 개발 중이다.

국립축산과학원 라승용 원장은 “축산 바이오공학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녹색성장 산업”이라며 “바이오 장기, 바이오 신약, 유전체 분석을 통한 우수 축산물 생산 등을 통해 우리의 농업은 그동안의 수세적 입장에서 벗어나 세계 시장을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황보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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