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상인 ‘마켓론’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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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09-09-11 12:50본문
담보가 부족하고 신용도가 낮아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됐던 전통시장 영세상인들에게 희망이 생겼다. 소액서민금융재단과 지방자치단체가 재원을 마련한 전통시장 소액대출은 4%대의 저리로 긴급 자금을 대출해주는 제도다.
추석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곳곳에서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반가운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중소기업과 전통시장 소매상인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올여름 매상이 오르지 않아 추석상품을 구매한 대금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업형 슈퍼마켓에 상권을 뺏긴 전통시장의 영세상인들은 추석맞이 점포 단장을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 하는 형편이다. 급한 대로 은행이나 고리 사채에 손을 벌려야 하는 것이다.
지난 6월 중소기업청이 두 군데(서울 강북구 수유시장과 경기 수원시 팔달구 못골시장) 전통시장 상인 2백24명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통계조사에서 모집단 전부를 조사하는 방법) 결과는 이를 잘 보여준다.
전통시장 상인의 약 30퍼센트가 1천만원 이상의 빚을 지고 있다고 답한 것이다. 3백만원 이상의 빚을 지고 있다고 답한 사람도 상인 전체의 절반이 넘는 1백15명이다. 또 부채 종류별로는 은행 등 금융권에서 돈을 빌렸거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사람(복수응답)이 96명으로 가장 많았고 가족이나 친척, 친구 등에게서 돈을 빌렸다는 사람이 20명, 소위 ‘일수’라 불리는 고리 사채를 쓴다는 사람도 15명에 달했다.
이들이 최고 연이율 1백36.2퍼센트에 달하는 고리 사채를 쓰면서, 매달 수십 만원 안팎의 이자를 내는 이유는 일반 금융기관 대출을 엄두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개 노점상이나 무등록 점포를 운영하는 이들의 신용등급은 8등급(최하 10등급) 이하인 경우가 많다.
무등록 사업자·노점상 등에도 문 활짝…지원 사각지대 없애
정부가 경제적으로 취약한 전통시장 상인들을 돕기 위해 나섰다. 지난 6월 30일자로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된 전통시장 소액대출 제도가 그것이다. 총사업비 1백50억원을 투자하여 광역자치단체가 추천하는 전통시장 상인회에 소액서민금융재단이 최대 1억원까지 2년간 무이자로 지원해준다. 상인회는 이를 재원으로 하여 소속 상인들에게 최대 5백만원 이내로 금리 4퍼센트 수준으로 대출해준다. 현재 서울에만 14개구 24개 시장에서 실시 중이며 강원, 전북, 부산, 제주, 광주 등 6개 시도가 소액서민금융재단과 협약을 완료한 상태다.
수유시장 상인들은 전국적으로 확대시행한 전통시장 소액대출 제도를 크게 반기고 있다. |
지난해 12월 시범사업 대상으로 지정돼 소속 상인들을 대상으로 ‘마켓론’이라는 이름의 소액대출 제도를 실시 중인 서울 강북구 수유동 수유재래시장을 찾았다. 얼마 전 마켓론 5백만원을 대출받은 두부 판매점 사장 박진효 씨는 “마켓론이 있어 참 편리하다”고 말문을 뗐다.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간편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럽습니다. 은행 같은 경우는 각종 서류 내야지, 심사하는 데 기다려야지… 문턱이 높아 제때 돈 쓰기가 어렵잖아요.” 박 씨는 마켓론이 좋은 또 하나의 이유로 대출 상환의 편의성을 꼽았다.
시장 형편을 잘 아는 상인회가 대출 업무의 주체가 되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으니 자신들의 형편과 편리에 맞게 ‘일수’로 돈을 갚아도 되고, 일주일 단위 혹은 한 달 단위로 돈을 갚아도 되니 편리하다는 설명이다.
대출방법은 간단하다. 상인회에 비치된 대출신청서를 작성하고, 점포가 있는 이들은 임대차계약서 사본과 주민등록등본, 통장사본 등을 제출하면 된다. 무점포인 이들은 대출매매 표준계약서와 각서 등을 첨부하면 된다.
총 1백26개 점포가 있는 수유재래시장의 경우 현재 20퍼센트에 해당하는 상인들이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수유시장 상인회 노춘호 회장은 “추석이 다가오면 대출 신청이 지금의 배로 뛸 거라 예상된다. 5천만원을 지원받았는데, 이용도 증가에 따라 2차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특히 요즘은 노점상이나 무등록 점포 쪽으로 이 제도를 알리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어쩔 수 없이 고리 사채에 의존해왔던 무등록 사업자나 노점상 등의 저금리 채무로의 전환은 이 제도가 가진 또 하나의 순기능이다.
금융위원회 주홍민 사무관은 “이번 사업을 통해 전국의 많은 전통시장 상인들이 저리로 긴급 생업자금을 융통하게 되어 생활안정은 물론 전통시장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기업이 동네 구석구석마다 대기업 슈퍼마켓(SSM)의 진입을 시도해 시끄러운 요즘이다. 경기침체 속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전통시장 영세상인을 위한 소액대출은 그들을 위한 최소한의 금융 보호망이 되어줄 전망이다.
소액서민금융재단 Tel·02·2084·7900 www.mif.or.kr
전국상인연합회 Tel·042·257·5183
중소기업청 시장개선과 Tel·043·481·4335
◆ 알아두세요!
지방 시장 상인 1000만원까지 대출
지방의 전통시장 상인이라면 중소기업청이 올해 1월부터 시행 중인 지방전통시장 소액희망대출 특례보증 제도도 눈여겨봄직하다. 서울을 제외한 지방 15개 시도 1백 개 전통시장의 영세상인을 지원하는 제도로, 지원 규모는 3백억원이며 상인 1인당 최고 1천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상환 기간은 1년 거치 2년 분할 상환으로 1백 퍼센트 신용보증으로 지원된다. 대출금리는 4.5퍼센트(고정금리), 보증료율 1퍼센트다. 보증서가 발급되면 17개 소상공인 창업 및 경영개선자금 취급 은행들로부터 직접 대출이 가능하다. 경영개선자금 취급 은행은 국민, 기업, 신한, 우리, 외환, 한국시티, 하나, 부산, 대구, 광주, 전북, 경남, SC제일, 제주은행과 농협중앙회, 저축은행중앙회, 수협중앙회 등이다. 대출 자격은 사업자등록증이 있는 소상공인으로 시장 상인회의 추천을 받으면 된다.
이명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