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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식 隨想] 이 귀여운 녀석.."다시는 네 놈과 술 안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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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광식 기자 작성일 23-07-29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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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가까운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날 이었다. 

마땅히 조문을 해야 하는데.. 

그때는 마침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가 않았다.

"아~ 이거는 아닌데".. 생각하며, 책상 서랍과 통장 잔액을 탈탈 털었다. 

그렇게 해서 조그마한 금액을 준비해서 조문을 했다.

'염치 불구', 그렇게.. 

나는 그날 빈소의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었다. 

몇 시간 뒤였나.. 조용했던 빈소가 들썩거렸다. 

옛날 동네에서 같이 뛰어 놀던 그 녀석 이었다. 

나는 그냥 반가워서 가벼운 인사와 함께 악수하면서 같이 앉았다. 

얌전하고, 괜찮아 보였다. 눈치도 있어 보였다. 

하지만 이것은 내 착각이었다. 

뭔가 심각하게 잘못 꿰어진 또 다른 인연이었다.

처음에는 조간조간 말도 잘 풀어 나갔다. 

하지만 녀석은 시간이 지나고 술이 오르면서 조금씩 모습이 바뀌더니 이윽고 어느 순간 확 돌아버렸다. 

눈에 핏줄이 서고, 말도 꼬이면서.. 

아무튼 녀석의 그 모습은 완전히 공포의 '저승사자' 였다. 

"개암따러 산에 가는 형들 따라가다가 짱돌 맞고 울면서 돌아온 일.. 

'도라무깡'에 거적깔고 무 서리해서 몰래 먹었던 일.. 

동네 기와 공장에서 총 싸움 하다가 말린 기와 다 깨부수고 도망 다녔던 일" 등등.. 

녀석은 신이 나서 옛날 얘기를 속사포처럼 퍼부어 댔다. 돌발 상황이었다. 

순간 나도 정신이 얼얼.. 

완전히 저 세상 사람이 다 돼 있었다. 

가슴이 '벌컹벌컹'., '조마조마' 했다.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된다고.. 

손가락까지 합체하며 맹세했었는데.. 

아~ 녀석.. 

수십년이 지난 후 그깟 술 한 잔에 추억을 다 팔아버리다니..

저승사자도 그렇게까지 다 까발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마디로 녀석은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튼 그 녀석의 입방아에 나의 촌 색시 모범생 과거는 속수무책, 고스란히 염라대왕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아~ 저 인간..

아무튼 녀석의 엄청난 기억력은 가히 괴물 수준이었다. 

사실 당시 분위기로 봐서 그 자리에서 그놈 주둥이를 틀어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죽했으면 옆자리에서도 '조심조심' 자기 얘기만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분위기였다. 

야~ 이 놈아.. 

다시는 네 놈과 술 안 먹는다. 

이 귀여운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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