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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아동, 엄마처럼 챙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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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0-07-26 08:2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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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가정, 한부모가정 등 여러 형태의 가정이 생겨나면서 많은 시간을 홀로 보내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임된 아이를 대상으로 한 흉악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안전하고 알차게 지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소개한다.

“이젠 학교 수업이 끝나도 무섭지 않아요.”

대구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 영후(가명·11)는 수업을 마치면 곧장 집으로 달려간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이다. 예전에는 방과 후에 빈집으로 돌아가기 싫어 어두워질 때까지 이곳저곳을 배회했다. 그러다 나쁜 형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등 좋지 않은 일들도 겪었다.

학교에선 친구들이 ‘엄마 없는 아이’라고 놀릴까봐 소심하게 지냈다. 영후는 늘 무섭고 외로웠다. 다른 친구들처럼 엄마가 해주는 따뜻한 밥을 먹고 싶고 멀리 놀이동산으로 놀러 가고 싶었지만 그런 작은 소망도 영후에겐 불가능한 일이었다. 소일거리로 늘 바쁜 할머니와 할아버지, 다른 지역에서 일하는 아빠를 떠올리면 자꾸 속이 상하고 원망스러웠다.

그러던 영후가 지난해 가을부터 달라졌다. 한낮에도 컴컴한 집 안이 싫다며 밖에서만 놀던 영후가 방과 후 쏜살같이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제 ‘엄마’라고 부를 정도로 친해진 돌봄 선생님 이지현(가명·40) 씨 때문이다.

이 씨는 매주 평일 3시간 반 정도 영후의 조부모님이 오실 때까지 영후를 돌본다. 숙제를 도와주고, 같이 TV를 보고, 영후가 좋아하는 반찬으로 저녁을 마련한다. 영후가 감기몸살로 심하게 아픈 날은 병원에도 같이 가고 병간호도 해준다.

이렇게 10개월간 이 씨와 함께한 영후는 또래 친구들처럼 말수도 많아지고 개구쟁이 같은 웃음을 되찾았다. 처음 이 씨를 만날 때 “꿈이 없다”며 말끝을 흐리던 영후는 이젠 “화가도 되고 싶고 과학자도 되고 싶어요. 둘 다 할 수 있을까요?”라고 말하는 꿈 많은 소년이 됐다.

전체 어린이 7명 중 1명 돌봐주는 사람 없어

이 씨는 “소외된 나홀로 아동을 돌보는 것은 아이의 안전을 비롯해 정서적인 문제까지 보듬어줄 수 있는 중요한 일”이라며 “나홀로 아동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나홀로 아동 수는 1백만명을 넘어선 지 오래다. 2008년 ‘한국아동청소년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돌봄 공백 상태의 아동은 1백2만5천6백명으로 전체 어린이 7명 중 한 명꼴이다. 지난해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방임아동 사례도 2천25건으로 2001년 이후 3배 이상 증가했다.

미래 희망 돌봄 사업은 나홀로 아동과 돌봄 선생님을 1대1로 연계한다. 단순 돌봄 서비스뿐 아니라 학습효과를 높이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미래 희망 돌봄 사업은 나홀로 아동과 돌봄 선생님을 1대1로 연계한다. 단순 돌봄 서비스뿐 아니라 학습효과를 높이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나홀로 아동이 증가하는 까닭은 맞벌이가정, 한부모가정 등 가족 형태의 변화가 크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아이들이 보호자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시간대인 하굣길, 주택가 골목길 등에서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이 문제다. 국가청소년위원회에 따르면 2008년 어린이 대상 성범죄 사건 중 67.2퍼센트가 하교시간인 오후 3, 4시에 발생했다.

특히 먹고살기 바빠 아이 문제에 소홀한 저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이 위험하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전국 시군구 38곳의 저소득층(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아동의 부모 1만3백81명을 조사한 결과 자녀의 문제점으로 ‘방과 후 방치’가 1위로 꼽힌 것만 봐도 그렇다. 이들 자녀가 주로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은 부모, 조부모 순이었지만 형제와 지낸다는 비율이 13.7퍼센트, 혼자 지낸다는 비율도 10퍼센트나 됐다.

이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에서는 나홀로 아동의 신변을 보호하고 정서적 안정을 돕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대부분이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특히 나홀로 아동의 문제를 아이만의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가족 전체로 확대해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각 기관의 중앙센터는 지역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지역에서 운영하는 돌봄 혹은 방과 후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싶다면 가까운 거주지역 센터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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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처럼 나를 챙겨주는 곳이에요.” “슬픈 날이 있어도 드림스타트만 생각하면 행복해요.”

드림스타트 센터를 이용한 초등학생들이 남긴 메모들이다. 2007년 시군구별 빈곤아동 밀집지역 16곳에 마련된 것을 시작으로 올해 1백 곳으로 늘어날 드림스타트 센터는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고 지켜주는 곳이다. 만 12세 이하 빈곤아동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보건, 보육, 교육 등 총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곳은 아이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복지 프로그램을 마련해준다.

이혼한 아버지 밑에서 두 남동생을 돌보며 힘들게 지내오다 충북 청주시 드림스타트를 이용한 초등학교 6학년 보민(가명·13)이의 경우 정신과 상담, 방과후 교실 연계, 아버지의 부모교육 프로그램 참여 등을 통해 ‘웃음 공주’로 불릴 만큼 밝은 모습을 되찾았다.

드림스타트 센터는 지역사회가 중심이 돼 민관이 함께 만들어가는 네트워크 사업이다. 지역 내 보건소, 사회복지관, 학교 등 다양한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협력 파트너십을 구축해 경기 남양주시 드림스타트 ‘공부의 신’ 프로젝트, 서울 중랑구 드림스타트 ‘아하! 레고’ 프로젝트처럼 다양하고 특색 있는 프로그램들로 나홀로 아동을 돕고 있다.

드림스타트 ☎ 02-2250-3175 dreamstar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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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고장’으로 잘 알려진 전남 함평군 함평읍은 요즘 늘어나는 조손(祖孫)가정 아이들로 고민이 많다. 부모들이 경제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조부모가 있는 이곳으로 자녀들을 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사일로 바쁘고 연세도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돌보기는 쉽지 않다.

나홀로 아동은 거주지에서 가까운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면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사진은 전남 함평 나비뜰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물놀이 체험 모습.
나홀로 아동은 거주지에서 가까운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면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사진은 전남 함평 나비뜰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물놀이 체험 모습.

나비뜰지역아동센터는 이렇게 방치된 함평초등학교와 기산초등학교 1~6학년을 대상으로 평일을 비롯해 토요일까지 방과후 학교를 운영한다. 이 중 아이들이 즐기면서 스트레스 해소도 할 수 있는 사물놀이와 봉사활동 프로그램이 인기다. 이렇듯 거주지에서 가까운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면 아이들의 안전과 정서 함양의 기회를 얻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3천4백74곳의 지역아동센터 이용 어린이 수는 9만7천9백26명에 이른다. 지역아동센터는 급식, 의료 지원뿐 아니라 방과후 학교 등을 통한 어린이 학습지도도 하고 있다.

지역아동정보센터 ☎ 02-365-1264 icareinfo.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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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 및 전국 1백38개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위기 아동과 위기 가족 전체에 대한 상담과 교육을 지원한다. 특히 나홀로 아동의 돌봄 공백 상태를 줄이기 위해 아이 돌보미팀을 설치했다. 이 서비스를 원하는 가정에 아이 돌보미를 파견해 집에서 안전하고 전문적인 양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천안함 피격사건 등 갑작스런 위기상황 발생으로 가족 내 긴급 돌봄이 필요한 경우 가족 모두에게 돌봄 서비스를 지원하는 가족보듬사업도 시작했다. 여기엔 자활이나 취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가족 역량강화 지원 프로그램도 포함된다.

현재 천안함 피격사건 희생자와 금양호 희생자의 가족 등 10가족 정도가 이 서비스를 받고 있다.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 ☎ 02-3140-2200 hhfc.familyne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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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부모 없이 방치되는 청소년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청소년 방과후 아카데미가 운영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가 주로 초등학생을 돌보는 반면 청소년 방과후 아카데미는 중학생까지 그 대상을 넓혔다.

방과후 아카데미는 공부뿐 아니라 미술, 음악 등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며 현재 전국 1백61개 청소년 수련관, 수련원 등에서 6천5백38명의 청소년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방과후 활동 이후 안전한 귀가를 돕기 위해 선생님들이 직접 귀가지도를 돕거나 부모에게 청소년의 귀가를 알리는 문자 발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청소년진흥센터 청소년 방과후 아카데미 ☎ 02-6430-0908 youthacadem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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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업은 중앙자활센터가 KT&G,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손잡고 지난해 9월 처음 시작됐다. 방과 후 부모 없이 방치된 빈곤가정 및 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 어린이의 안전을 지키고 돌봐준다.

최저생계비 1백50퍼센트 이하 가정의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 어린이가 그 대상으로 1백20시간의 전문 교육과정을 거친 경력단절 여성들이 아이 돌봄 선생님이 돼 아이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아이 돌봄 선생님은 전국 35개 지역자활센터당 10명씩 총 3백50명이 활동하고 있다.

단순한 돌봄 서비스 외에도 가족 기능의 회복과 어린이 교육효과를 높이기 위해 부모와 함께하는 문화체험, 자존감 향상 등 지역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이 사업은 8월 말 1기 서비스가 종료되고 올 가을부터 2기가 시작된다.

중앙자활센터 ☎ 02-415-6924 blog.naver.com/cssf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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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저소득층이나 경기침체 등으로 갑작스럽게 위기에 빠진 가정을 돕는 무한돌봄센터를 개소했다. 현재 경기도 내 16곳에서 운영 중이며 원스톱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가족 개개인에게 맞는 복지 서비스를 무료로 지원한다.
나홀로 아동의 경우 대부분 가족의 문제도 심각하기 때문에 ‘위기 가정 무한돌봄 사업’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에게 맞는 학습 및 상담, 의료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과천종합사회복지관 유태인 사회복지사는 “과천시 무한돌봄센터로 들어온 70~80곳의 위기 가정 의뢰 내용을 토대로 나홀로 아동에게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 무한돌봄센터 ☎ 031-120 moohan.or.kr

유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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