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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물건이 코앞에 있는디 뭣땀시 마트 간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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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0-08-23 07:4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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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물건이 코앞에 있는디 뭣땀시 차 몰고 마트꺼정 간다요?”

지난 13일 전북 남원시 쌍교동 코사마트 나들가게에서 야채와 음료수를 사서 나오는 김순자(67) 씨가 가게 자랑을 한소쿠리 풀어 놓는다. 김 씨는 이 가게가 생긴 뒤부터 줄곧 이용해 왔다고 한다.

싼 가격과 과감한 변신으로 손님 붙잡아-전북 남원시 나들가게

지난 5월 3일 나들가게로 새 단장한 이 점포 고객의 90%는 단골이다. 대표 조용일 씨는 “시내 대형마트로 가던 손님들이 다시 돌아온 것”이라고 귀띔했다. 덕분에 비수기인데도 많게는 하루 200만 원 매출을 올리는 등 종전보다 최고 70%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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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슈퍼사업에 뛰어들어 전북 나들가게 1호 점주가 된 조 대표는 근면함과 성실성, 효율적 경영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조 대표는 나들가게 변신을 위해 3000여 만 원을 들여 간판과 판매대를 새것으로 바꾸고 매장을 넓혔다. 장거리 고객을 위한 주차장도 마련했다.
상품은 남원슈퍼마켓협동조합에서 공동구매한 물건을 공급받아, 대형마트보다 싸게 팔았다. 마진은 줄었지만 가게를 찾는 손님이 많아졌다. 과일과 야채는 새벽 도매시장에서 직접 떼어 온다.

신선한 청과류와 물건 값이 싸다는 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늘기 시작했다. 슈퍼는 아침 7시 쯤 문을 열어 다음날 새벽까지 불을 밝힌다. 밤만 되면 을씨년스러웠던 동네도 밝아졌고, 가출청소년이 배회하던 밤거리는 사람이 북적이는 밝은 거리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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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보다 싼 나들가게 요구르트(위), 조용일 대표(아래)
대형마트보다 싼 나들가게 요구르트(위), 조용일 대표(아래)

대형마트와 경쟁한다-충북 충주시 호반현대슈퍼

충북 충주시 호반현대슈퍼는 택시기사도 아는 이 지역 명물 슈퍼다.
지척에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있고, 주변에 크고 작은 슈퍼가 여럿이지만 이곳은 언제나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220㎡의 점포에는 약 3000가지의 물건이 즐비하고, 신라면 2900원(5봉), 아이스크림 50% 할인 판매 등 대형마트보다 물건 값이 싸다. 손님이 몰리는 것은 당연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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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좋고 값싼 물건으로 대형마트와 경쟁하며 손님을 끌어모으는 충주 호반현대슈퍼
질 좋고 값싼 물건으로 대형마트와 경쟁하며 손님을 끌어모으는 호반현대슈퍼.

이태규 대표 등 호반현대슈퍼 직원은 퇴근 시간대인 오후 5~9시면 저녁을 거르기 일쑤다. 이 대표는 “하루에 슈퍼를 찾는 고객이 1000명 쯤 된다고 말했다.

호반현대슈퍼의 성공 원인은 과감한 시설투자와 가격경쟁이다. 1년 전 어둡고 퀴퀴했던 점포를 인수한 이 대표는 1억 원을 들여 대형 냉장고와 최신식 판매대를 들이고, 180여 개의 조명을 달아 쾌적하고 밝은 점포로 바꿨다. 간판도 최신형 유리 간판으로 바꿔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들어오고 싶은 가게’를 만들었다.

소비자를 가게로 붙잡는 힘은 ‘가격’이다. 호반현대슈퍼도 충주수퍼마켓조합을 통해 공동구매한 물건으로 대형마트와 경쟁할 만큼 가격을 내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웬만한 물건은 모두 슈퍼에서 산다.

이 대표는 “소비자는 싼 곳으로 오게 마련”이라며 “특별 할인상품(미끼상품) 등 수시로 행사를 하며 소비자를 끌어 모은 것이 매출 증가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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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현대슈퍼의 카운터(위)와 외부 간판(아래)
호반현대슈퍼의 카운터(위)와 외부 간판(아래).


품목 다양화로 손님 붙잡아-서울 뉴타운마트, 경북 포항시 한도마트

공산품대신 청과와 야채에 승부를 걸어 손님을 끌어 모은 나들가게도 적지 않다. 서울 성동구 뉴타운마트는 나들가게 변신 후 점포를 넓히고, 청과류를 진열해 판매 물품을 다각화하면서 매출이 급신장했다. 점포 개점 초기 1일 평균 400만 원이던 매출은 평균 850만 원으로 늘었고, 직원도 4명에서 8명으로 늘었다.

경북 포항시 한도마트도 야채와 과일 매대를 신설해 질 좋은 청과류를 싸게 공급하자, 손님이 늘기 시작했다. 청과류 매출이 늘면서 덩달아 공산품 매출도 늘었다. 매출도 150만 원에서 350만 원으로 뛰었다.

서울 성동구 뉴타운마트
서울 성동구 뉴타운마트.

나들이하고 싶은 가게-변신 후 98.3% 매출 늘어

대형마트와 기업형수퍼마켓(SSM)의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동네 슈퍼를 혁신형 점포로 바꾼 ‘나들가게’(스마트샵)가 최근 100일을 맞았다.

나들가게는 나들이+가게의 합성어로 ‘정이 있어 내 집같이 드나드는, 나들이하는 마음으로 가고 싶은 가게’라는 뜻을 품고 있다. 낡고 어두운 구멍가게를 밝고 쾌적한 가게로 새단장 해 대형마트와 SSM에 뺏겼던 손님을 되찾아오자는 것을 목표로 지난 5월 문을 열었다.
중소기업청이 최근 전국 나들가게를 점검한 결과 점포의 98.3%가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 수도 62.4%가 늘었으며, 고객과 점주의 93% 이상이 나들가게에 만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공한 나들가게의 가장 큰 힘은 ‘가격’과 ‘분위기 변신’이다. 협동조합을 통해 공동구매한 제품은 대형마트와 견줘도 결코 비싸지 않고, 오히려 싼 물건도 적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기름 값’ 들이며 마트에 갈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수시로 ‘특가 할인 상품’이 나오고, 마트처럼 필요한 물건을 편리하게 고를 수 있게 진열대를 바꾼 것도 소비자의 발걸음을 당겼다.

정부는 2012년 까지 나들가게를 1만 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나들가게는 점포 운영 6개월 이상, 300㎡ 이하 소매점 사업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대상에 선정된 점포는 간판교체 및 매대 비용을 무상으로 지원받고, 시설개선 비용 등으로 1억 원까지 신용보증을 통해 대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점포의 성공적 운영을 위한 상권분석, 점포기획, 경영지도 등 컨설팅 교육도 이뤄진다.

나들가게 점주들 “성공 위한 후속지원대책 이뤄져야”

나들가게가 동네 슈퍼의 성공모델로 자리잡으며, 향후 늘어나는 나들가게의 공동 발전을 위해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유통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재 나들가게는 신청 점포에 대해 심사를 거쳐 간판교체 비용 등을 지원해 주고 있다. 하지만 점포 수 확장에 치중하다보니 통일성이 없고, 일부 점포는 비싼 가격을 받아 소비자의 원성을 사기도 한다.

충주시민 김혁준(30) 씨는 “나들가게 간판을 보고 들어갔다가, 다른 가게보다 비싼 가격을 보고 항의한 적이 있다”며 “나들가게는 다 똑같은 가게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그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공들여 쌓은 나들가게 인상이 나빠질까 우려하는 점주들은 “갯수를 늘리는 것보다 현재의 나들가게가 잘 돌아가도록 관리, 운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현재 방식으로는 점포의 간판교체사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소비자를 끌어 모을 수 있는 가격정책도 현장의 소상공인이 바라는 바다. 나들가게 점주들은 슈퍼마켓협동조합 등 공동유통망 및 물류센터를 운영해 대형마트와 가격 경쟁하는 것이 ‘나들가게 성공의 열쇠’라고 입을 모은다.

충주슈퍼마켓협동조합 음기상 이사장은 “정부에서 나들가게 유통망을 위한 공동물류센터 건립 기금 등 정책적 지원을 해주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국 최초의 슈퍼마켓공동물류센터인 충주슈퍼마켓협동조합 물류센터. 나들가게 점주들은 나들가게의 지속 성공을 위해서는 가격 경쟁을 할 수 있는 공동물류센터 건립 비용 지원 등 후속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국 최초의 슈퍼마켓공동물류센터인 충주슈퍼마켓협동조합 물류센터. 나들가게 점주들은 나들가게의 지속 성공을 위해서는 가격 경쟁을 할 수 있는 공동물류센터 건립 비용 지원 등 후속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 질서에 반하는 대기업의 행위를 정부가 규제해 달라는 요구도 빠지지 않았다. 예전보다 줄었다고는 하나 대형마트에서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업체로부터 변칙적으로 파견인력(판촉사원 및 용역사원 등)을 제공받는 경우가 있다.

대형마트로 파견되거나 지원되는 인원은 물건진열, 판매지원 등 사실상 마트 근로자와 동일하게 일하지만 대형마트의 인건비 지출은 없다. 나들가게 점주들은 “원칙적으로 대형마트의 물건 값이 비싸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유는 이처럼 변칙적으로 인건비를 절약하기 때문”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나들가게, 탄소발생 줄이는 ‘녹색쇼핑’

최근 대형마트는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먼 거리로 이동해 차에 물건을 가득 실어오는 대형마트 쇼핑은 자원절약형 생활방식에 익숙한 선진국민의 습관과 맞지 않기 때문. 장을 보러 장시간 이동해야 하는 미국에서만 ‘창고형 마트’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도 옛날보다 못하다.

반면 선진국에선 얼마 전부터 나들가게 방식의 동네슈퍼가 새로운 쇼핑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편의점이 발달한 일본도 나들가게와 편의점이 공존하며, 근거리 식료품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대형마트의 점포 확장이 이어지며 동네 슈퍼와 재래시장의 몰락은 심화됐다. 그 결과 고용효과가 컸던 소매, 유통분야의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고, 매연이 가득한 대형주차장을 낀 대형마트는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요즈음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대형마트를 볼 수 있을 정도다.

동네 슈퍼와 재래시장의 몰락은 일자리 감소와 저출산, 인구감소, 지방경제 침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배달수 백석대 광고홍보학부 교수는 “나들가게는 이러한 악순환을 막고 서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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