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식 隨想] 동네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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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광식 기자 작성일 25-07-31 12:03본문
몇 년 전 초교 동창생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이었다
마땅히 조문을 해야 하는데
그 때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가 않았다
"아~ 이거는 아닌데" 생각하며
책상 서랍과 통장을 탈탈 털었다
그렇게 해서 조그마한 금액을 준비해서 조문을 했다
'염치불구'.. 그렇게..
나는 그 날 빈소의 구석진 자리에 앉아있었다
몇 시간 뒤였나
조용했던 빈소가 들썩거렸다
옛날 동네에서 같이 뛰어 놀던 바로 그 녀석 이었다
나는 반가워서 가벼운 인사와 함께 악수하면서 같이 앉았다
오랜만이지만 옛날 그대로 얌전하고, 괜찮아 보였다
눈치도 있어 보였다
하지만 조금 뒤 그것은 착각 이었다
뭔가 심각하게 잘못 꿰어진 또 다른 인연 이었다
녀석은 처음에는 조간조간 말도 잘 풀어 나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술이 오르면서 모습이 조금씩 바뀌었다.
이윽고 어느 순간 확 돌아버렸다
눈에 핏줄이 서고 말도 꼬이면서
아무튼 녀석의 그 모습은 완전히 공포의 '저승사자' 였다
개암 따러 산에 가는 형들 따라가다가 짱돌 맞고 울면서 돌아온 일
'도라무깡'에 거적 깔고 무 서리해서 몰래 먹었던 일
동네 기와 공장에서 총 싸움하다가 말린 기와 다 깨부수고 도망 다녔던 일
등등..
녀석은 신이 나서 옛날 얘기를 속사포처럼 퍼부어 댔다
그것은 돌발 상황 이었다
순간 나도 정신이 얼얼해 완전히 저 세상 사람이 다 돼있었다
가슴도 '벌렁벌렁', '조마조마'였다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고
손가락까지 합체하며 그렇게 맹세까지 했었는데
아~ 녀석
수십 년이 지난 후 이지만
그깟 술 한 잔에 우리의 추억을 다 팔아버리다니
아마 저승사자도 그렇게까지 다 까발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마디로 녀석은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튼 그 녀석의 입방아에 나의 촌색시 모범생 과거는
속수무책 고스란히 염라대왕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녀석의 엄청난 기억력은 가히 괴물 수준 이었다
사실 그 분위기에서 그놈 주둥이를 틀어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죽했으면 옆자리 친구들도 '조심조심' 귀 기울이며
제발 자기 얘기만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분위기였다
야~ 이 놈아
다시는 네 놈과 술 안 먹는다
이 귀여운 녀석
사실 녀석은 지금 여기에 없다
지난번에 저기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