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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100일, 시민들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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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2-02-08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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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시민 여러분.

저 박원순 시장입니다.

100일 기자회견을 하자고 해서 아서라 했습니다. 그래도 그냥 지내고 보니 아쉬워졌습니다. 편지를 쓰려고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으니 새삼 여러분들이 생각이 나고 그리워집니다.

다들 행복하신가요?

시정이라는 것이 거창한 구호를 외치는 곳이 아니라 시민들의 고단한 삶에 친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일을 시작했는데,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주는 제게 시장 일을 하고 나서 가장 힘든 한 주였습니다. 제가 벌여놓은 일이 아니라고 해도 서민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대중교통요금 인상’을 발표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대신 시킬 일이 아니어서 제가 직접 했습니다.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되는 시장이 되지 못한 것 같아 송구스러웠습니다.

정부의 장관도 그러할 것이고 시장 또한 공공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는 자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선거 끝나고 다음 날 바로 시장 취임하고 백일이 지났다고 하는데 몇 년은 지난 것처럼 느껴집니다. 서울시의 일을 해 보니 일단, 사안이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다양해 모두를 만족시킬 수가 없는 것이 참 어려웠습니다.

때로는 두렵거나 힘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내 한 사람이 힘들어도 그 어려운 결정이 시민들에게 행복을 선사하고 세상을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그 힘들다는 느낌이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출근길이 설레고 즐겁습니다.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정말로 가슴이 뜁니다. 제가 밤샘을 하는 것을 알면 불편해 할 터여서 직원들 몰래 시장실에 들어가 밤샘 작업을 한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매일 매일 새로운 장면과 마주치는데 오래전부터 예비하고 준비해 왔던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공공의 이익, 시민의 행복을 위하는 일이 제게는 잘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 납니다. 일이 자꾸 하고 싶어집니다. 때로는 중앙정부와도 갈등이 빚어지는 때가 있었습니다.

국토부장관, 외교부장관, 기획재정부장관이 나서서 서울시 하는 일을 비난하기도 했죠. 억울한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두렵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두려울 뿐입니다.

왜 그랬는지 전에 저는 서울을 생각하면 화석이 된 공룡을 떠올렸습니다. 자꾸 사람이 초라해지는 것 같아 불만이 생겼죠. 솔직히 새로운 서울시청 건물을 보면 저도 위축이 됩니다. 서울 사람들이 저 공간을 편하게 내 집처럼 드나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구호를 대문자로 써서 외치고, 커다란 건물을 세워 자랑하고, 대규모 행사를 해서 널리 알려도 서울 사람들이 살기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들이 소박한 꿈을 꿀 수 있도록 해 주는 그런 시장이 되고 싶습니다. 대신 꿈을 만들어 줄 수는 없지만 그 꿈을 꿀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새로운 삶에 도전하려는 젊은이들의 꿈을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서울 사람들이 다시 꿈꾸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페이스메이커’가 되고 싶습니다. ‘사람을 위해, 시민과 함께’, 제가 시장 직책을 수행하는 원칙이자 철학입니다. 사람을 위해 도시가 변하는 것이 맞고 시민이라는 위치가 가장 소중한 지위가 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닥친 일들을 빈틈없이 하려고 합니다. 금세 바꿀 수 있는 일은 전광석화처럼 바꾸려고 합니다. 서울시민이 투표로 결정해 주신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과 무상급식 확대 실현, 거침이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복지에 대해 철옹성 같기만 하던 논의가 그리고 나서 여러 곳에서 바뀌는 것을 보고 뿌듯했습니다. 저는 ‘나비효과’라는 말도 있지만 저는 이것을 ‘투표효과’, ‘시민효과’라 부르고 싶습니다.

그렇게 세상이 바뀌는 것입니다.

올해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거대한 전환, 새로운 모델의 형성’이었습니다. 고장난 자본주의에 대한 다른 생각들이 꿈틀대고 있었습니다. 저도 꿈을 꿉니다. 당장의 현안을 열심히 해결하고 대처해야겠지만, 또 거대한 변화도 준비하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합니다. 물이 서두르지 않고 바위를 뚫고 자연스럽게 대지를 적시 듯이 하나씩 둘씩 커다란 변화를 도모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지난 10년이 도시를 위해 사람을 희생한 10년이라면, 앞으로 10년은 사람을 위해 도시를 변화시키는 10년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놓치지 않은 생각입니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철학, 도시 문명의 발전과 쇠퇴, 시민의 참여와 협력이라는 주제의 진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다시 뜁니다.

사람을 위해 건물을 짓는 건축가가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강의를 하고 저는 서울의 성곽을 걸어서 돌고 헬기를 타고 서울을 바라봅니다.

일본에 가서 다른 것들도 보겠지만 도시의 흥망과 쇠락의 원인과 대안에 대해서 더 깊이 공부하고 오겠습니다.

서울시는 표나게 요란하게 떠들지 않아도 움직일 것입니다. 변화의 시계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시대가 요구하고 시민들이 소망하는 새로운 변화, 새로운 시대를 위해 물 속에서 더 큰 파동을 준비하겠습니다.

입춘이 지났습니다. 이제 농부들이 농사를 시작하는 시간입니다. 누가 바라보지 않아도 묵묵히 밭을 갈고 파종을 하는, 제 일을 해내는 농부의 마음을 이해할 것도 같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일하겠습니다.

옆 사람이 가려울 때 등을 긁어주는 정책을 하나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정책이 예상을 뒤엎고 서울시민께서 서울시가 백일 동안 가장 잘한 일로 뽑아주셨습니다. ‘점심시간 소규모 음식점 앞 주차단속 완화’. 이럴 때는 이렇게 표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 감동 받았습니다. 그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저희가 잘했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이웃에게 마음을 써주시는 우리 서울 시민들이 감사해서입니다. 작지만 힘든 시민들, 이웃들을 챙기는 따뜻한 시민들이 오히려 저에게 용기를 줍니다. 여러분이 선택한 서울시가 ‘내 삶을 변화시키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12년 2월 늦은 밤 박원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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