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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피서지 이보다 더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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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1-07-0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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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일찍 찾아왔다. 푹푹 찌는 날씨가 한여름을 방불케 한다. 여느 해보다 조금 이른 피서를 계획하고 있다면 남해를 추천한다. 바다면 바다, 산이면 산, 가는 곳마다 볼거리가 많다. 아직까지는 그나마 찾는 이의 발길이 적어 한적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남해는 ‘일점선도’(一点仙島)라고 불렸다. ‘한 점 신선의 섬’이란 뜻이다. 이름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듯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또한 남해는 ‘보물섬’이라고도 불린다. 실제 보물이야 숨겨뒀겠냐만 그만큼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많다는 뜻이다.

남해를 여행해 보면 이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금산 보리암 같은 이름난 사찰이 있고, 다랑이 논으로 유명한 가천마을, 원시 어업의 형태를 가진 죽방렴도 흥미롭다. 독일마을처럼 이국적인 풍경을 가진 곳도 있고 요트, 카약 등 해양레포츠도 즐길 수 있다.

남해의 대표 여행지로는 금산 보리암을 꼽을 만하다. 양양 낙산사, 강화 보문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기도도량으로 알려진 곳이다. 암봉으로 이뤄진 금산의 9부 능선에 위치해 있는데, 보리암에서 바라보는 한려수도의 시원스런 경치가 가히 절경이다.

금산의 원래 이름은 보광산(普光山)이었으나 이성계가 이 산에 와서 기도를 한 뒤 왕위에 오르자, 산 전체를 비단으로 덮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산 이름을 금산(錦山)으로 바꿨다고 한다.

기도도량 금산 보리암에서 한려수도 감상

남해의 남면 가장 끄트머리에 자리잡은 다랑이마을은 ‘108계단’의 다랑이 논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산비탈을 따라 6백80여개의 논배미(논두렁으로 둘러싸인 논 하나하나의 구역)들이 이어진다.

선조들이 산간지역에서 벼농사를 짓기 위해 산비탈을 깎아 만든 것이 다랑이 논인데 밭 갈던 소도 한눈을 팔면 가파른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규모가 작다.

마을 어귀에는 암수바위라고 불리는 한 쌍의 바위가 있다. 모습은 남성과 여성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아이를 못 낳는 여자가 이 바위를 보고 빌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 있다. 미륵바위라고도 부르는데, 왼쪽에 서 있는 바위가 숫미륵, 오른쪽에 누워있는 바위가 암미륵이다.

암수바위에서 바다 쪽을 향해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다랑이 마을이 유명해지면서 해안가를 산책할 수 있도록 길을 조성해 놓은 것이다. 길을 따라 내려가면 짙푸른 에메랄드빛 바다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보리암 해수관음상.
보리암 해수관음상.
 
남해는 섬 전체가 빼어난 해안드라이브 코스지만 특히 삼동면 지족리에서 시작해 동남쪽 해안을 따라 내려가며 물건리에서 미조항에 이르는 코스가 많이 알려져 있다. ‘물미해안도로’라고 불리는 이 길은 급한 커브길이나 높은 고갯길이 없어 드라이브하기에 적당하다. 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은점, 대지포, 노구, 항도, 초전 등의 갯마을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남해 물건리 미조항으로 가는 / 삼십리 물미해안, 허리에 낭창낭창 / 감기는 바람을 밀어내며 / 길은 잘 익은 햇살 따라 부드럽게 휘어지고 / 섬들은 수평선 끝을 잡아 / 그대 처음 만난 날처럼 팽팽하게 당기는데…’
(고두현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중)

드라이브의 시작점인 물건리에는 아주 유명한 곳이 있다. 물건방조어부림(勿巾防潮魚付林)이다. 이름 그대로 ‘고기를 부르는 숲’이다. 세찬 바닷바람을 막고 숲그늘로 물고기를 유인하는 역할을 한다.

길이 1.5킬로미터, 너비 30미터의 이 숲에는 팽나무, 상수리나무, 참느릅나무 등 수령 3백년 이상 된 40여 종의 나무들이 해변을 따라 초승달 모양으로 길게 늘어서 있다.

수종들도 하나같이 귀한 것들이다. 이팝나무, 모감주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푸조나무 같은 장신들과 까마귀밥, 여름나무, 생강나무, 화살나무 등 단신 관목까지 1백70여 종, 1만여 그루가 심어져 있다.

천연기념물 150호. 숲 앞은 몽돌이 가득한 해변이다. 파도가 밀려왔다 갈 때마다 해변은 ‘자르륵’ 하는 소리를 낸다. 해변 한 켠에서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의 모습이 평화롭기만하다.

물건방조어부림 뒤편 산중턱에는 드라마 ‘환상의 커플’의 촬영지였던 독일마을이 자리한다. 독일인을 위한 마을이 아니라 1960년대 광산노동자와 간호사로 독일에 파견됐던 동포들이 고국에 돌아와 정착할 수 있도록 만든 마을이다.

동포들이 직접 독일의 재료를 수입하여 전통 독일식으로 주택을 지었다. 실제로 동포들이 생활하고 있고 관광객을 위한 민박도 운영하고 있으니 하루쯤 묵으며 이국적인 정취를 즐겨 볼 만하다.

독일마을 가까이에 원예예술촌(house N garden)이 자리한다. 일본, 프랑스, 영국 등 20여개국의 정원을 모아놓은 곳이다.

고기를 부르는 숲, 천연기념물 방조어부림

예쁜 정원과 아기자기한 전원주택을 구경하며 산책을 즐길 수 있어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인기가 높다. 남해의 특산물인 유자와 흑마늘을 이용해 수제 초콜릿 만들기 체험도 해 볼 수 있어 가족여행객이라면 한번쯤 들러도 좋을 듯하다.

미조항은 남해에서 가장 큰 포구다. 남항과 북항으로 나뉘는데 시끌벅적한 포구 풍경을 보려면 수협위판장이 있는 남항이, 회나 갈치조림 등 식사를 하려면 식당과 숙박업소가 몰려 있는 북항이 낫다. 북항 초입에 위치한 미조중학교에 오르면 북항의 모습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1 남해 포구여행의 백미 미조항. 2 물건방조어부림은 바닷바람과 조류를 막고자 인공적으로 조성한 숲이다.
▲물건방조어부림은 바닷바람과 조류를 막고자 인공적으로 조성한 숲이다. ▲▲남해 포구여행의 백미 미조항.
 
날씨가 좋으면 멀리 통영의 욕지도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남해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죽방렴을 이용한 어업의 전통이 남아 있다.

죽방렴은 부채꼴 모양으로 나무말뚝을 쳐놓아 고기들이 한번 들어오면 빠져나갈 수 없도록 한 ‘나무 그물’. 안쪽에 참나무 말뚝을 둥그렇게 박은 다음 촘촘하게 대나무 발을 쳐서 ‘불통’을 만든다. 불통 앞에는 들물 때 열렸다가 날물 때 닫히는 문짝을 달았다.

따라서 한번 들어간 고기는 빠져나갈 수 없다. 강에서 피라미를 잡을 때 쓰는 어항과 같은 원리다. 멸치잡이에 주로 쓰이는데 죽방렴으로 잡은 멸치는 비늘이 상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멸치보다 비싼 값을 받는다. 현재 20여개가 남아 있으며 초양대교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남해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은 신나는 해양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것. 물건리에 있는 남해군 요트학교는 영국왕립요트협회(RYA)의 과정을 한국 실정에 맞게 조정해 체험, 입문, 숙련 과정과 1급 지도자를 양성하는 스피네커·시맨십까지 모두 4개 과정 10단계 프로그램으로 구성해 교육을 진행한다.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이면 누구나 요트를 배울 수 있는데 교육과정 이수 후에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수료증을 발급해 준다.

요트, 시카약 등 해양스포츠의 천국

금산 남서쪽 자락에 자리한 상주면 양아리 두모마을은 70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로 드므개마을이라고도 불린다. 올해부터 시카약(sea-kayak)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여행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시카약은 30분~1시간의 교육만 받으면 초등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쉬운 레포츠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노를 젓다 보면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지는 느낌이다.

가천다랑이마을. 조그만 논밭이라도 일구고자 했던 애환이 서려 있다.
가천다랑이마을. 조그만 논밭이라도 일구고자 했던 애환이 서려 있다.
 
두모마을에서 시카약을 타고 노도까지 갈 수도 있다. 20~30분 걸린다. 노도는 조선 중기의 소설가 서포 김만중이 3년간 유배생활 뒤 생을 마친 곳이다. 당시 주변 사람들은, 섬에 갇혀 고독한 나날을 보내던 그를 ‘노자묵자 할배’라 불렀다고 한다.

노도는 중국의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러 보낸 ‘서불’이라는 사람과 ‘5백명의 동남동녀’ 일행이 금산으로 오를 때 처음 도착한 섬이라는 이야기도 전한다. 마을 어귀에는 솔숲도 조성돼 있는데 이 곳에서 캠핑도 즐길 수 있다.

글과 사진·최갑수 (시인ㆍ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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