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은 지금 눈부시게 아름다운 ‘눈꽃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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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2-01-25 06:43본문
아득한 눈꽃나라. 새하얗고 깨끗한 눈이 산 위의 바람을 만나 눈부시게 아름다운 장관을 만든다. 평생 가도 보기 어려운, 산과 바람 그리고 눈이 빚어낸 은빛 세상으로 간다. 1월에 온 가족이 즐겁게 희망을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 태백산눈축제가 안성맞춤이다.
겨울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태백산눈축제다.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이 갈라지는 지점에 있는 태백시. 백두대간을 넘나드는 바람과 습기가 많은 눈을 만들어 태백 고원에 뿌린다. 초겨울부터 쏟아진 눈으로 강원도 산간은 온통 눈의 나라다. 그래서 태백산눈축제 현장에 가보지 못했다면 그건 참으로 외로운 겨울을 보냈다는 말과 마찬가지다.
2012년 태백산눈축제의 주제는 ‘눈, 사랑, 그리고 환희’다. 올해는 1월 27일(금)부터 2월 5일(일)까지 10일간 열린다. 눈 조각의 규모와 크기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태백산눈축제는 올해 더 크고 화려하다.
눈축제 기간에는 태백산뿐만 아니라 태백시내 곳곳에서 환상적인 규모의 눈 조각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구제역으로 축제를 취소했던 지난해의 아쉬움을 딛고 겨울 축제의 진수를 느껴볼 수 있다.
태백산눈축제가 예년에 비해 달라진 점은 메인 행사장인 태백산 도립공원 당골광장의 조각과 이벤트 존이 화려해졌고, 눈 조각도 예술성을 더했다는 것이다. ‘러시아궁전’을 비롯해 십이지신상 부조, 천재단 선녀, 호박마차, 공룡시대, 신선바위 전설 등 12점의 대형 조각들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1월 27일~2월 5일 태백산눈축제
마장공터 아래 광장은 애니메이션 존이다. 조스, 킹콩, 캐리비안의 해적 문어선장, 트랜스포머 범블비, 스파이더맨 등의 입체조각과 음각조각들이 세워진다. 제1주차장은 세계 유명 캐릭터 존이다. 아기공룡 둘리, 로봇태권V, 뽀로로, 은하철도 999, 태백동이 등의 신구캐릭터 눈 조각과 함께 30미터 길이의 스노래프팅이 설치된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공간이니만큼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신나게 놀고 추억이 가득한 사진도 찍을 수 있다.
단군성전 앞에는 눈으로 만든 이글루가 들어선다. 이글루는 따듯한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로 운영된다. 얼음으로 만든 탁자와 의자에 앉아 마시는 차 한잔으로도 겨울나라의 분위기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순수하게 눈으로만 만든 이글루 카페는 연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공간이다.
시베리안 허스키들이 끄는 개썰매 체험도 기다린다. |
시베리안 허스키들이 끄는 개썰매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송아지처럼 커다란 개들이 끄는 썰매를 직접 탈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주변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로 늘 붐빈다. 옛 추억에 잠길 수 있는 비닐썰매, 이색적인 스노캔들 만들기, 태백산눈축제 캐릭터들이 펼치는 이색 퍼포먼스, 관광객 장기자랑, 콘서트 등 이채롭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축제기간 내내 이어진다.
옹기종기 둘러서서 먹는 김치삼겹살구이는 축제장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모닥불에 긴 시간 구운 고구마와 가래떡도 맛있다. 즉석에서 구워 먹을 수 있는 쥐포, 쫀드기 등 추억에 잠길 수 있는 먹거리도 가득하다.
사진도 찍고 맛있는 간식도 맛봤다면 눈꽃을 제대로 즐겨보자. 태백산눈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태백산 눈꽃 산행이다. 눈으로 시작해 눈으로 끝나는 태백의 겨울은 태백산이 먼저 연다. 바람이 많고 적설량이 많아 겨우내 눈밭이라는 태백산. 높되 험하지 않아 겨울눈꽃 산행의 최적지로 손꼽힌다. 압권은 단연 화려한 설경이다. 마치 동화 속의 눈꽃나라에 들어선 것처럼 주목과 어우러진 설국의 순백 풍경이 극치를 이룬다.
눈꽃축제장 곳곳에는 이글루 체험을 비롯해 조명축제, 눈조각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
눈꽃열차의 종착역인 태백은 동해 일출과 백두대간의 장쾌한 능선도 조망할 수 있다. 태백산도립공원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태백산 정상까지는 1시간 남짓 눈꽃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눈꽃이 핀 산에 올라서면 모든 것이 평등하다. 흰 눈에 파묻혀 나무도 바위도 모두 흰색으로 서로에게 등을 기댄다.
1시간 남짓 눈꽃 산행도 즐거움
각양각색으로 빛나던 모습 대신 모두 한 가지 색의 동일한 빛을 낸다. 그 속에 들어간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낮은 산에서는 볼 수 없는 은색의 산호숲. 능선을 따라 하얗게 늘어선 눈꽃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다. 하늘과 맞닿은 태백준령은 하루에도 몇 번씩 옷을 갈아입는다. 파랗고 맑은 하늘과 맞닿은 거대한 산 그림자가 겹겹이 그림처럼 펼쳐지다가도 갑자기 구름이 몰려와 운해를 만들어낸다.
첩첩산중 강원도의 오지 태백. 그곳에선 눈을 맞은 표정도 여러가지다. 산도 들도 마을도 모두 다른 표정이다. 태백산을 중심으로 산들은 화려하고 능선에 앉은 들은 순하고 소박하다. 돌부리가 젖어 반짝거리는 물줄기는 얼음처럼 투명하고 승부, 철암 등 탄광촌은 주름살 깊게 파인 광부의 얼굴 마냥 외롭고 높고 쓸쓸하게 각자의 생김대로 둥지를 틀고 있다.
눈꽃축제를 전후해 특별열차가 운행된다. |
태백의 대표적인 명산으로 손꼽히는 함백산에선 온 가족이 수준에 맞는 코스를 선택해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오투리조트는 2008년 태백에 탄생한 새로운 레저스포츠단지. 2008년 10월에 27홀의 골프장과 10층의 타워콘도, 4층짜리 빌라콘도 등 4백24개의 객실을 갖춘 콘도를 개장하고 스키장도 문을 열었다. 눈여겨볼 만한 것은 초보자들도 해발 1천4백20미터 함백산 정상에서 베이스인 스키하우스까지 활강할 수 있는 3.2킬로미터의 코스다. 스노보드 마니아들에게 이미 유명 슬로프로 정평이 났다.
또 스키하우스 옆으로는 1백60미터 길이의 눈썰매장이 설치돼있다. 이곳에서 태백산눈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대규모 눈싸움대회가 27일 7시에 열린다.
태백시내에 있는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연못과 태백시내 중앙로에서는 2012년 2월 5일까지 53일간 화려한 빛의 밤을 꾸미는 별빛페스티벌과 눈 조각 전시가 함께 어우러지는 ‘빛과 눈의 축제’가 열린다. 설원의 도시에서 1박을 하게 되었다면 꼭 저녁에 찾아가보길 권한다. 황지연못 일대에서 펼쳐지는 빛과 얼음의 축제와 더불어 은하수와 루미나리에가 빚어내는 아름다운 빛의 향연을 만날 수 있다.
황지연못·용연동굴도 꼭 가봐야
황지는 낙동강 1천3백리의 발원지로 태백시내 중심부를 지나간다. 약 1백미터 둘레의 규모지만 하루 5천톤 수준의 물이 솟는 신기한 연못이다. 이 물은 구문소를 지나 드넓은 영남평야를 거쳐 남해로 흘러간다. 전설에는 황부자의 집터가 연못이 됐다고 하여 황지라고 불렀다고 하며 그 이전에는 하늘못이란 뜻으로 천황이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꼭 가봐야 할 곳이 또 있다. 화전동에 있는 용연동굴이다. 국내 동굴 중 가장 높은 해발 9백20미터 지점에 있다. 1억5천만~3억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용연동굴은 총 길이 1.5킬로미터로 동굴 내부에는 다양한 모양의 석순과 종유석, 석주 등이 즐비하다.
모양에 따라 드라큘라 성, 조스의 두상, 등용문 등 재미있는 이름을 붙여놓았다. 동굴 내부에는 폭 50미터, 길이 1백30미터의 광장과 인공분수, 조명시설이 만들어져 있는데 자연 생성물들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경관을 연출한다. 주차장에서 동굴 입구까지 1.1킬로미터 구간을 운행하는 ‘낭만의 용연열차’도 아이들에게 인기다.
글과 사진·유철상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