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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 걸은 외신기자들 “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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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0-11-24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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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주도를 사랑합니다. 그런데 올레길을 걷고 나서 더 사랑하게 됐습니다.”

중국 CCTV의 루싱하이 서울지국장이 제주도 올레길을 체험하고 나서 건넨 말이다. 루싱하이 기자를 포함, 서울 상주외신기자 20여명은 지난 11월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 간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제주 프레스투어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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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0일 제주 올레 10코스를 걷던 외신기자들이 전망대에서 바다를 내려다 보고 있다.

이들은 바로 일주일 전 열린 ‘서울G20정상회의’ 취재경쟁 속에서 치열한 전쟁을 치른 탓에 피로감이 쌓여있었지만, 평소 제주 올레와 해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던 터라 이번 투어에 적극 참여하게 됐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외신기자들이 제주에 도착한 11월19일은 제주 도민들조차 쉽게 접할 수 없는 화창할 날씨를 선사했다. 가이드 이명운 씨는 “제주도는 1년 365일 중 20일 정도만 오늘과 같은 맑은 날씨를 보인다”며 “외신기자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제주공항에 도착한 기자들은 버스 안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떼웠다. 제주의 자랑이자 볼거리인 해녀공연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은 기자들의 열망 때문이었다. 일본 동경신문의 츠키야마 에이지 기자는 “일본에도 해녀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직접 본 적은 없다”며 “이번에 제주 해녀를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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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어를 잡아올린 해녀를 둘러싼 외신기자들이 카메라 셔터를 쉴새없이 누르고 있다.

어렵사리 공연시간에 맞춰 도착한 기자들은 성산일출봉 오르는 길 왼편 아래 바닷가에서 4~5명의 해녀들이 물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진기자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들고 해녀의 물질 하나하나의 모습에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해녀 중 한 명이 작은 물고기를 들어올리자 해안가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평소에는 잘 안 잡히는 ‘돔치’가 해녀의 손에 잡힌 것이다. 카메라를 쥐어든 외신기자들이 우르르 몰려가 돔치를 치켜든 해녀의 환한 미소를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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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라디오뉴스 도널드 커크 기자가 해녀 김옥순 씨(65)를 인터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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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등미자 할머니(76)가 돔치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이곳 해녀공연 가이드 김언주 씨는 “외국인들에게 해녀공연은 최고상품”이라며 “줄 하나에 의지해 20미터 깊이 바닷속에서 2분 동안 숨을 참고 해산물을 채취하는 해녀의 물질 솜씨는 보는 이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미국 CBS 라디오 뉴스 도널드 커크 기자가 김언주 씨 곁에 착 달라붙어 ‘해녀들은 바다로 얼마나 멀리 나가나?’ ‘무엇을 주로 채취하나?’, ‘진주도 채취하나?’, ‘20미터 깊이로 내려가면 잠수병이 생길 수도 있는데?’ 등과 같은 질문을 쏟아냈다.

제주 해녀는 현재 5600여명이 생업을 위해 물질을 한다고 한다. 최고 많은 때는 1만5000여명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줄었다. 연령은 60~70대가 대부분, 개중에는 30대 해녀가 있지만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적다. 돔치를 잡아 올린 해녀 오등미자 할머니(76)는 15세의 어린나이에 물질을 시작했다. 깊이 폐인 주름살을 보면 바다가 곧 그의 인생이었음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해녀들을 뒤로 하고 1시간 남짓 오른 성산일출봉은 외신기자들에게 또 다른 세계를 맛보게 했다. 성산일출봉은 화려한 왕관과 같은 암석이 짙푸른 바다위에 떠 있는 듯한 높이 182미터의 분화구이다. 이 분화구는 99개의 크고 작은 바위들로 둘러싸여 보는 이로 하여금 포근한 마음을 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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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을 받아 더 화려하게 느껴지는 천지연 폭포.

오후 5시 넘어 도착한 천지연 폭포는 어둠속의 조명을 받아 더 화려해 보였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섬이자, 화산지형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지구과학적으로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는 제주를 지질관광 자원화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 중 천지연 폭포는 한라산 백록담에 고인 빗물이 내려와 폭포수를 이루고 있는데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상록수림 중 하나로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제주도의 맑은 날씨는 둘째 날에도 이어졌다. 제주 올레길 체험장으로 달리는 도로 좌우에는 제철 만난 감귤 나무들이 노란빛을 띤 주황색으로 잘 익고 있었다. 제주 올레길은 2007년 9월 첫 코스를 개장한 이래, 현재 22개 코스 357킬로미터의 길이 열려 있다.

올레길 개척자 서명숙 씨(사단법인 제주올레 대표)는 전직 기자출신이다. 영국 관광객이 제주의 길을 걸으면서 마음의 치유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 ‘너는 너의 길, 나는 나의 길’을 만들어보자는 약속과 함께 올레길 개척에 나섰다고 한다.

“제주도는 걸어야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우리나라는 개발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요. 사실 콘크리트 바른 도로와 자동차 소음 속에서 명상을 한다는 게 불가능하잖아요. 그래서 정겨운 오솔길을 만들어보자 결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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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개척자 서명숙 씨가 중국기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올레’는 거릿길에서 대문까지, 집으로 통하는 아주 좁은 골목길을 뜻하는 제주어란다. ‘올레길’은 길이라는 뜻의 중복사용이지만, 길을 강조한다는 의미에서 보면 나쁘지 않다. 올레길을 걷다 보면 제주의 푸른 바다와 오름(작은 산이나 언덕처럼 보이는 휴화산의 일종), 검은 현무암으로 쌓은 돌담, 푸르른 들, 귤나무 밭을 볼 수 있어 지루함이 생길 틈이 없다.

외신기자들이 걸은 올레는 10코스. 지난 4월 스위스정부관광청과 협약을 맺고 ‘제주 올레-스위스 우정의 길’로 선포된 코스이기도 하다. 6만여 킬로미터의 트레일을 보유하고 있지만 바다가 없는 스위스는 해안을 끼고 연결된 10코스가 가장 낭만적이고 이상적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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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 10코스는 모래사장과 바위 길을 걷는 지점에선 땀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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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한 잔으로 땀을 식히고 있는 일행.
10코스는 모래사장과 해안가 절벽을 끼고 걸어야 하는 등 쉽지 않은 코스였다. 기자들은 겉옷을 벗어 들고서도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는 경험을 해야 했다. 정해진 코스의 3분의 2쯤을 걸었을까, 조선시대 네덜란드 선원 하멜과 그 일행이 표착했던 것을 기념해 만든 하멜상선전시관에 도착한 기자들은 올레길을 걸어본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막걸리 한잔과 싱싱한 해산물 한점에 목을 축였다.

이곳에서 10년간 영업해 온 양옥록 씨는 “올레길이 생기고 나서 막걸리 한 잔이라도 더 팔리니 안 좋을 수가 없다”며 “놀멍(놀면서) 쉬멍(쉬면서) 걸어 갑서”라는 제주어 인사말을 던졌다.

독일 공영방송 ARD TV 안번작 서울지국장은 “독일 사람들은 남부의 알프스 산맥이나 동·북부의 숲길 트레킹을 주로 한다”며 “제주 올레길처럼 마을이나 해안을 끼고 걸으며 구수한 방언을 들을 수 있는 트레킹 코스는 없다”고 말했다. 츠키야마 에이지 기자는 “이곳에 오길 잘했다. 제주 올레길을 일본에 꼭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레길 체험이 끝날 때쯤, 외신기자들이 한마디씩 던졌다. 그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관광객 유치한다고 도로 내고 호텔 짓고 하는데,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 같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길은 그대로 뒀으면 좋겠다’였다.
이명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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