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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위 맑은 바람…마음 한편 욕심도 가져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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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0-05-2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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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퇴계 이황은 경북 안동에 도산서원이 세워지기 전 청량산에 ‘청량정사’를 짓고 후학들을 가르쳤다. 그런 연유로 도산서원에서 청량산으로 가는 낙동강 길은 ‘퇴계 오솔길’로 불린다. 시 구절이 절로 떠오르는 아름다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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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선생은 맑고 트인 것을 좋아하고, 막히고 가린 것은 싫어하셨다. 그래서 나무 같은 것도 반드시 쳐내서 앞이 가리지 않도록 했다.”
퇴계 이황의 제자인 학봉 김성일이 전하는 말이다.

 
경북 안동시 예안면에서 태어난 이황은 12세에 작은아버지(이우)한테서 초보적인 학습지도만 받다가 14세 무렵부터 혼자서 공부에 전념했다. 그는 특히 중국 송나라 시인 도연명의 시를 사랑하고 그 사람됨을 흠모했다.

정치가라기보다 학자였기에 임금이 부르면 벼슬길에 나갔다 다시 고향으로 내려오기를 몇 차례. 그동안 풍기군수와 성균관 대사성, 홍문관 부제학과 의정부 좌찬성이란 벼슬에 올랐다. 그가 마지막으로 귀향한 것이 68세 때였다.

이황은 경북 안동의 도산면에 도산서원이 세워지기 전 봉화군 명호면 청량산에 ‘청량정사’를 짓고 학문을 닦으며 후학들을 가르쳤다. 청량정사는 ‘오산당(吳山堂)’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 연유로 도산서원에서 청량산 가는 낙동강 길이 ‘퇴계 오솔길’로 명명됐는데, 그 이름이 지어진 것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도산서원에서 이황의 묘소가 있는 안동 하계마을을 지나 고개를 넘으면 원촌마을에 이육사 문학관이 있다. 이황의 14대 후손인 이육사는 본명이 이활인데 대구형무소 수인번호가 264번이었다. 여기에서 고개를 넘으면 단사, 백운지 마을이 보이고 그곳에 낙동강이 흐르며 여기서부터가 바로 퇴계 오솔길이다.


도산서원에서 청량산 가는 길… 소동파 시구 떠올라

낙동강 천삼백 리 물길 중 가장 경관이 빼어난 곳이 중 하나는 꼽히는 경북 안동의 가송리.
낙동강 천삼백 리 물길 중 가장 경관이 빼어난 곳 중 하나로 꼽히는 경북 안동의 가송리.

강물은 유장하게 흐르고, 강 따라 펼쳐진 길은 아득하다. 안동댐 건설로 옮겨 지은 농암 이현보 종택이 있는 을미재를 지나면 가송리에 이른다. 일명 ‘가송협’이라고도 부르는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 건너편에 그림같이 서 있는 정자가 고산정(孤山亭)이다. 가송리는 낙동강 천삼백 리 물길 중에서도 가장 경관이 빼어난 곳 중 하나. 협곡 사이로 여울져 흐르는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청량산 기슭에 이른다.

퇴계가 나고 자란 예안면 온혜리에서 청량산까지는 40여 리로, 한나절이면 갈 수 있는 명승지다. 퇴계가 사랑한 청량산의 아름다움은 중종 대의 성리학자인 신재 주세붕이 지은 <청량산록(淸凉山錄)> 발문에도 들어 있다.

“청량산은 예안현에서 동북쪽으로 수십 리 거리에 있다. 나의 고장은 그 거리의 반쯤 된다. 새벽에 떠나 산에 오를 것 같으면 오시(午時)가 되기 전에 산 중턱에 다다를 수 있다. 비록 지경은 다른 고을이지만, 이 산은 실지로 내 집의 산이다. 어릴 때부터 아버님을 따라 괴나리봇짐을 메고 이 산에 왕래하면서 독서하던 것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풍기군수를 지낸 주세붕은 <청량산록>에서 청량산을 두고 다음과 같은 글도 남겼다.

“산의 둘레가 백 리에 불과하지만 산봉우리가 첩첩이 쌓이고 절벽이 층을 이뤄 수목(樹木)과 안개가 서로 어울려 마치 그림 같다. 산봉우리들을 보고 있으면 나약한 자가 힘이 생기고, 폭포수의 요란한 소리를 듣고 있으면 욕심 많은 자도 청렴해질 것 같다.”

주세붕이 청량사에서 맑은 물을 마시고 만월암에 누워 있으면 비록 하찮은 선비라도 신선이 될 것이라고 한 청량산(8백70미터)은 1982년 경북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마이산과 같은 수성암(水成岩)으로 이뤄진 청량산은 경일봉, 문수봉, 연화봉, 축융봉, 반야봉, 탁필봉 등 우뚝우뚝 솟은 암봉이 어우러져 마치 한 송이 연꽃을 연상시킨다. 산세는 그리 크고 높지 않지만 아름답게 솟아 있는 그 기이한 경관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이황은 스스로 호를 ‘청량산인’이라 짓고 청량산을 이렇게 노래했다.


“청량산 육육봉(六六峰)을 아는 이 나와 백구(白鷗). 백구야 훤사(喧辭·말을 함부로 해서 소문을 내다)하랴 못 믿을손 도화(桃花)로다. 도화야 뜨지 마라, 어주자(魚舟子) 알까 하노라.”


복사꽃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가면 어부가 무릉도원이 있다는 걸 알까 염려하는 마음이 깃들어 있는 이황의 시다.

낙동강 변에 펼쳐진 퇴계 오솔길을 걷는 즐거움은 그 어떤 즐거움에도 비할 바가 아니다. 그 길을 걷다 보면 “강물 위 맑은 바람(淸風), 산간의 밝은 달(明月)”이라던 중국 북송의 시인 소동파의 시 한 귀절이 떠오르지 않을까.

퇴계 이황 선생의 학덕을 기려 세운 도산서원과 청량산을 이어주는 퇴계 오솔길이 강을 따라 나 있다.
퇴계 이황 선생의 학덕을 기려 세운 도산서원과 청량산을 이어주는 퇴계 오솔길이 강을 따라 나 있다.

| 제공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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